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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정부, ‘노조와의 전쟁’ 선언

19개 인권단체, 노동탄압 중단 촉구


정부가 ‘노동조합과의 전쟁’이라도 선포한 듯하다. 민주노총 간부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선풍 속에 ‘동대문 경찰서장이 넘어진 사건’을 호재로 삼아 19일에는 단체협상을 요구하는 레미콘건설노동자들의 노숙 파업농성을 진압했다. 죄목은 ‘집시법 위반’이었다.

이처럼 노동운동 씨 말리기 작전이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19일 인의협 등 19개 인권단체 대표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현 정부의 노동탄압 정책을 규탄했다. 이들은 △민주노총 간부들에 대한 검거령 철회 △집회 및 시위의 자유 보장 △노동계 탄압 중단 등을 현 정부에 촉구했다. 민주화실천가족협의회 임기란 의장은 “정부와 검찰․경찰이 노동자에 대해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구속자가 절대로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민변 김도형 변호사는 “정부가 많은 노조들의 합법파업과 평화적인 집회․시위조차 불법으로 매도하며 강경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민중대회 때 정선모 동대문 경찰서장의 부상에 대해 “신고되지 않은 조형물을 강제로 압수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라며, “불법조형물은 집회 사후 사법적 책임을 물을 문제이긴 하지만, 현장에서 강제로 압수할 권한이 경찰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법률적 견해를 밝혔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일용 공동대표는 민주노총 핵심간부들에 대한 검거령, 파업을 끝낸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집행부 구속, 파업중인 병원노동자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거론하며, “정부의 태도는 노동조합을 범죄조직으로, 노동자를 조직폭력배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수노조(준) 조승현 대외협력국장은 “사소한 업무방해 등은 파업시 발생하는 불가피한 부분으로 인정돼야 한다”며, “업무방해죄 적용의 남발은 한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서는 많은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김순태 교수는 시위피해자들에 대한 민사소송을 지원하겠다는 검찰방침에 대해 “민사상의 문제는 당사자 자치의 원리에 의해 해결되는 것이 원칙”이라며, “공권력에 의한 한쪽의 일방적 지원은 그 자체로 다른 한쪽에 대한 부당한 조치”라고 답했다.

또 ‘가뭄에 파업을 자제해야 한다는 일부 국민정서’에 관한 질문에, 김도형 변호사는 “그것이 과연 국민의 정서인가 아니면 언론의 정서인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또 “억대 연봉 운운하며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파업을 비판하기 전에, 월 50만원 정도 받고 일하다가 해고돼 6개월 넘게 파업을 하고 있는 한국통신계약직노조의 문제를 먼저 다루어야 할 것”이라고 언론을 질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