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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한국사회 노동권 ②] 해고는 살인이었다!

공권력 투입은 제2의 용산참사를 부른다.

2009년 7월 2일 쌍용자동차 본관에서 열기로 한 ‘쌍용자동차 인권침해 진상조사 보고대회’는 어려움에 부딪혔다. 인권활동가들의 공장 안 출입을 경찰이 막았기 때문이다. 공장 출입을 막는 이유를 재차 물었지만 우리에게 돌아온 답은 날 선 방패와 위협의 구호 그리고 불법 채증이었다. 경찰의 눈을 피해 가까스로 공장 안으로 들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인권침해 보고대회를 하는 그 순간에도 국가감시를 피해 인권침해를 드러내야 하는 상황이 씁쓸하기만 했다. 보고대회 이후에도 인권침해는 현재진행형이란 사실 때문이다.

쌍용자동차 인권침해 진상조사 배경

상하이차는 지난 1월 9일 쌍용자동차의 경영을 포기,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노동자들은 거듭해 쌍용차 회생 방안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으나, 사측은 노동자 2,646명의 해고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 지부 소속 조합원들은 5월 22일부터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사측의 일방적인 정리해고를 반대하고 대책마련 수립을 요구하는 공장점거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쌍용자동차 사측은 교섭 노력 없이 5월 31일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6월 2일 정리해고 효력 발생일 이후 공권력 투입을 예고하면서 강제해산을 종용하였다. 사측은 경비업체인 (주) 마린캅스와 시설보호를 이유로 경비계약을 체결하였다. 6월 18일 사측은 비해고 직원 및 관리자들을 동원해 관제데모를 조직해 노조를 압박했다. 사측은 26일 ‘희망퇴직과 분사’라는 정리해고 유예 안을 제출했다. 노조가 이를 거절하자 정부는 경찰병력 6개 중대 600여명을 동원 공장을 포위하고 용역경비원들 300여명, 회사 측 직원 3000명과 함께 공장에 진입하고 강제해산에 착수하여 26일 저녁 공장에 진입하여 본관을 점거하기에 이른다.

진상조사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계획을 접하고 현재의 공장점거파업 전개한 지금까지 사측과 정부로부터 받은 인권침해사례를 정확히 규명하기 위해 진행했다.

사진 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미디어 충청

▲ 사진 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미디어 충청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노동자에게 책임 전가

쌍용자동차 인권침해 진상조사를 통해서 우리가 밝혀낸 사실은 사측과 정부가 쌍용자동차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겼다는 것이다. 우리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인터뷰 했을 때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왜 정리해고 대상인지를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공장점거파업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노동자들은 그 이유를 알지 못했고 인터뷰 한 노동자들은 그러한 기준 없는 해고통지로 노동자간 갈등을 유도하는 사측에 분노했다.

회사는 희망퇴직신청을 받은 것이 해고회피 노력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전체 2,646명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발표하기 이전에는 희망퇴직 자체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 후 4. 8. 정리해고 규모를 발표하면서 동시에 희망퇴직을 실시하였는데, 이는 희망퇴직 방안이 해고회피 노력의 일환으로서가 아니라 정리해고의 일환으로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사측이 해고회피 노력이라 주장하는 ‘분사’또한 노동자들에게는 ‘해고’이므로 이를 해고회피노력이라고 볼 수 없다. 회사는 정리해고를 시행함에 있어 근로기준법상 노조와 협의하거나 혹은 단체협약상 합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노조와 어떠한 협의도 없이 작성된 ‘4. 8. 정리해고안’을 계속 강행했다. ‘4. 8. 정리해고안’ 발표 이후 회사는 “정리해고가 전제되지 않은 협의는 의미가 없다.”고 하면서 노조와의 협의를 거부했다.

더욱이 사측은 평택 지역공동체에서 노동자간의 불신을 강요했을 뿐 아니라 노동자들 사이의 대립과 반목을 유도하였다. 사측은 징계나 해고대상자 재선정 등을 빌미로 미 해고 대상자들을 동원하여 관제데모를 하였다. 그리고 공장파업에 참가한 미 해고대상 노동자들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파업 대오에서 나올 것을 회유하고 협박했다. 그러나 사측이 노동조합의 파업에 개입하여 조합원들이 파업에서 이탈하도록 종용하거나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노조원들을 동원하여 노동조합의 파업을 제지하려고 하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사측의 노노갈등 유도는 지역공동체에서 노동자가 급변한 인간관계속에서 소외감, 자괴감에 빠져 생활공동체에서 온전히 살아가지 못하는 상처를 남기고 있다.

정리해고 이전에 비정규직의 ‘소리 소문 없는 해고’가 진행되어

진상조사를 하면서 그 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는 쌍용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겪는 구조적 인권침해의 굴레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하청업체를 통해 원칭인 쌍용자동차 관련 일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해마다 1,700여명이 해고되었다. 원청인 쌍용자동차는 하청 업체와 계약을 맺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말 그대로 ‘소리 소문 없이 잘려 나가는’ 경험을 했다.

“약간의 개인적 차이가 있고, 12개 업체마다 차이가 있었다. 옆에 계신 분은 급여가 연체되다가 폐업해서 퇴직금 이런 걸 못 받았고, 살아남은 업체는 정리해고 시키면서 15일 안에 퇴직금 다 줬다. 자기 입맛대로 하는 것이다. 폐업 시키면 돈 안주고, 살아남을 가능성 있으면 돈 주고. 개인적으로는 아무래도 그전 타는 것 70%타니까 그 만큼 마이너스가 생긴다. 비정규직이라 월급이 많지도 않으니. 처자식 있는데 가족 역할을 못하니. 맞벌이를 해야 애를 키우고, 그렇지 못하면 경제생활이 더 어려우니. 대출 받고 그렇다.”

지금의 하청 구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폐업과 정리해고 그리고 임금체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한다. 이러한 인권침해 사실은 노동자와 지역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정리해고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측의 주장이 모순적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더욱이 진상조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러한 인권침해에 맞서 노동조합을 결성한 이후부터 노조탄압을 목적으로 한 해고가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정리해고 이전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구조적으로 인권침해를 당하는 현실에서 우리의 이러한 구조적 인권침해 요인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진정으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았다.

상수도 펌프시설이 훼손되어 있다.(사진 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미디어 충청)

▲ 상수도 펌프시설이 훼손되어 있다.(사진 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미디어 충청)


쌍용자동차 사태를 폭력으로 몰아가는 것은 사측과 정부

진상조사를 하면서 우리가 밝혀낸 사실은 노동자가 점거파업중인 공장에 사측이 조직적으로 준비한 폭력으로 용역경비의 불법행위, 노동자간의 불필요한 충돌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부상을 당했지만 구사대가 구급차를 이용해서 치료를 받으려는 노동자들을 끌어내어 구타하는 상황도 있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경찰은 불법행위를 방조하고 오히려 사측과 공동작전을 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그동안 수없이 제기되었던 공권력의 남용과 부적절한 대응 등 공권력 사용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점은 노동자가 점거파업중인 공장엔 인화물질이 많은 도장부 등이 있고 작은 충돌에도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이 이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용역경비와 구사대가 공장안으로 진입하여 충돌을 일으키는 것을 방조하고 있다. 더욱이 시민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할 정부가 공장 안의 노동자들을 고립시키고 생존을 위협하는 사측의 행위를 방조할 뿐만 아니라 가담하고 있다. 사측은 빈번하게 통신을 차단하여 정보소통을 막고, 반복해서 물 공급 모터를 파손하여 식수 공급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런데도 경찰은 의료지원단의 진입을 통제하고 불심검문으로 원활한 생필품을 공급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현재 공장출입 및 출입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상황이다. 이에 사측의 공권력투입요구가 지속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경찰의 대응방식과 태도를 보았을 때 공권력투입 가능성을 높게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무분별한 진압이 불러온 살인진압, 제2의 용산참사가 심각하게 우려한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과 지역공동체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

이번 쌍용자동차 인권침해 진상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는 정부에 다음의 사항들을 요구 한다.

첫째 국가는 인권보호와 존중, 실현의 의무가 있다. 사측의 손만 들어주는 방식으로 노동자의 생존권과 노동권, 파업권 등을 현저하게 침해하고 있는 지금의 대응방식을 즉각 중단하고 노동자들의 대안과 제안을 적극 검토, 수용해야할 것이다.

둘째 지역공동체파괴에 대한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책임이 전가된 지역 민중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쌍용차의 정리해고 대상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하청업체, 부품업체 등 비정규직을 비롯한 중소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구조적 인권침해를 지양하는 역할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제2의 용산참사를 불러올 공권력투입에 대한 어떠한 계획과 시도도 하지 않아야 한다. 이윤보다도 앞서서 보호해야하는 것이 사람이다. 지금 우리는 허울뿐인 경제 살리기, 누군가를 짓밟고 살겠다는 이기적인 욕망에 앞서, 분배의 몫이 적어지더라도 사회적 구성원들이 모두 함께 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덧붙임

소금인형 님은 인권운동사랑방과 인권단체연석회의 노동권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