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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가뭄’ 앞세워 파업 중단요구

민주노총 총력투쟁, 자율교섭 거듭 강조


90년만의 가뭄으로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가운데, 정부가 이를 악용해 노동자의 파업을 매도하고 있다. 정부는 11일 재정경제부, 노동부 등 노동관계장관회의를 열고, 6월 연대파업을 자제해 달라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모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지 말고, 특히 가뭄으로 나라가 어려운 상황에서 파업하지 말라는 이야기.

정부는 담화문에서 경제가 어렵고 가뭄으로 고통받는 ‘현시점에서 전국적인 연대파업은 자제’되어야 하고, ‘비정규직 문제 등 제도개선 사항은 노사정위원회에서 해결’되어야 하며, ‘노사문제는 대화를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정부가 언제부터 농민의 아픔을 생각했냐?”며 정부의 위선을 지적하고, “가뭄이 노동정책 실패나 농업정책 실정의 바람막이나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임단협은 노동자에게 1년 농사”라며 “가뭄을 악용해서 노동탄압의 명분으로 삼는 정부의 모습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한편 담화문에서는 경영자에게도 ‘성실하고 진지한 자세로 노사협상에 임할 것’을 촉구하면서도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불법적 노동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혀 공권력 투입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담화문이 발표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6월 총력투쟁을 선포하고, △정리해고 중심의 구조조정 저지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정규직화 △임단협 체결 등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공무원노조, 주5일근무제, 비정규직 노동자 관련법 등에 대해 “정부는 오직 노사정위에서 논의 중이라는 논리로 시간만 끌고 있다”며 “개점휴업 상태인 노사정위와 국회를 믿고 기다리라는 정부의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고 총력투쟁의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12일 금속․공공․화학섬유연맹 소속 노조 125개 사업장 5만5천여명은 파업에 들어가고, 13일 서울대병원 등 12개 병원도 파업에 돌입한다.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교섭과 대화를 통해 좋은 합의안을 만들어서 원만하게 타결하고 싶은 것이 노동자의 기본입장”이라며, “그러나 그렇게 해도 안 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단체행동권을 존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불가피한 파업에 대해서는 노사자율 해결의 원칙을 확고히 하여 정부가 절대 개입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정부의 개입은 진짜 큰 후유증을 남긴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