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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용기 있는 증언, 과거청산의 출발

5공 조작사건 희생자 『역사의 심판...』 출간


전두환 정권 하에서 조작된 사건의 피해자들이 자신들이 당한 인권유린 실상을 용기 있게 폭로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5공 정치범명예회복협의회(공동대표 정해숙. 박정숙. 박재순, 5정협)는 80년대 초반 전두환 정권의 혹독한 고문에 의해 반국가단체로 조작되었던 '아람회' '오송회' '한울회' 사건의 희생자 11명의 수기를 묶어 [역사의 심판은 끝나지 않았다](살림터)를 지난 18일자로 펴냈다. (문의:3141-6553)

이들은 [역사의 심판...]을 펴내면서 "우리가 용기를 내어 역사의 증언에 나선 것은 더 이상 야만적인 고문과 폭압, 역사의 왜곡․조작․은폐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며, "우리의 증언이 5공의 폭압에 묻혀있던 역사적 진실의 발굴과 과거 청산 작업에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역사의 심판...]을 통해 희생자들은 "5공 대공분실 지하실은 '반국가단체 구성원' 제조창이었다.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영장도 없이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 수십일 간의 혹독한 고문 끝에 반국가단체 구성원으로 '둔갑'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환각, 환청, 파라노이아(과대망상증) 현상을 경험했고 심지어 강제로 유서까지 작성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최근 정치권 일각의 '전두환 사면론'에 대해서도 "5공의 '국가폭력'에 의해 억울하게 삶을 갈가리 찢긴 민중이 아직도 상처를 치유 받지 못한 채 곳곳에서 신음하고 있고, 전두환 정권에 저항하다 희생된 5공 정치범의 명예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학살자'의 재판이 '사면'으로 이어진다면 이 얼마나 황당한 '정치쇼'이며 역사의 사기극이 될 것인지 책임 당사자들은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5정협은 전두환 정권에 항거하다가 희생된 5공 정치사건 피해자들의 모임으로 5공 인권탄압 진상규명과 5공 정치범 일반의 명예회복을 위한 '5공 정치범 명예회복특별법'제정 등을 목표로 지난 4월 12일 발족했다.


▶아람회 사건

81년 정해숙(당시 대전고)씨 등 교사 6명을 포함한 군인, 경찰, 검찰청 직원 등 11명이 '아람회'란 좌경용공조직을 결성한 혐의로 구속, 처벌된 사건이다. 이들의 모임은 교육문제를 중심으로 논의하는 소모임에 불과했으며, '아람회'라는 명칭은 구속된 김난수(당시 육군 대위)씨의 딸 아람이의 백일잔치에 모였던 일을 수사기관에서 '아람회' 조직을 결성한 것이라고 조작해 만들어낸 것이었다. 1심 재판부(대전지법 재판장 김학세, 판사 이인제 등)는 박해전(당시 용문중 강사)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는 등 피고인들에게 중형을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재판장 이정락 등)는 반국가단체 구성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었다. 이들은 83년 형집행정지로 전원 출소했다가 88년 전원 사면복권됐다.


▶오송회 사건

82년 박정석(당시 군산제일고)씨 등 교사 9명이 이적단체를 구성하고 좌경의식화 교육을 실시한 혐의로 구속된 사건이다. 오송회라는 명칭은 수사기관이 만든 것인데, 검찰은 이적단체 구성이 조작임이 드러나자 이른바 '편면적 공법' 이론을 들고 나와 이적단체 구성의 공소를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1심에서 3명이 1-4년, 나머지 6명이 선고유예를 선고받았으나, 오히려 이 판결이 고문에 의한 조작의 증거라는 여론이 높자 2심에서 전원에게 1-7년씩 중형이 선고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사건 관련자들도 88년 전원 사면복권 되었다.


▶한울회 사건

사건 관련자들은 81년 기독교 청소년 30며 명이 모여 수양회를 가지면서 공산사회 건설을 주장하는 반국가단체를 구성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단은 무죄였지만, 파기환송된 사건에 대해 2심에서 또다시 유죄를 선고하고 재상고심에서 그 선고결과가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 사건 관련 이규호씨 등 3명은 징역 4년 등 실형을 선고받았고 83년 8.15특사로 출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