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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불평등이 초래한 기후위기, 차별금지법으로 평등한 지구를!

매주 국회 앞에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목요행동이 열리고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소속 단체들이 돌아가면서 왜 차별금지법이 지금 당장 제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고 행동하는 자리다. 지난 7월의 첫날, 사랑방은 12차 목요행동을 주관하기로 했다.

우리의 목요행동은 ‘불평등이 초래한 기후위기, 차별금지법으로 평등한 지구를!’이라는 제목을 내걸었다.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동물권 등 다양한 의제를 가지고 기후운동을 하는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런데 대체 기후위기와 차별금지법 제정은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

목요행동에 참여한 청년기후수호대 가오클의 조은혜 활동가는 세대 간 차별의 경계에 서 있는 청년으로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했다. 기후위기 시대, 불평등한 사회 구조 한가운데 놓인 청년과 청소년은 미래세대로 호명만 될 뿐, 정작 당면한 기후위기 문제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시민의 자리에서 배제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동시에 난방공급이 끊어진 비닐하우스에서 죽어간 청년이주여성노동자 속헹씨, 코로나 초기에 청도대남병원에 갇혀 죽어간 정신장애인들, 긴 장마에 살기 위해 산으로 올라간 소가 결국 도축장으로 인계되는 현실은 지금의 청년들이 겪는 불평등한 현실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지금의 기후위기는 인간과 생태계를 착취/수탈하는 경제 사회 시스템의 위기라는 점에서 누가 사회 불평등을 야기했고,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 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한다. 멸종반란한국 김선철 활동가는 기후재앙으로 인한 피해가 가난하고 이미 기존의 세계에서 차별받는 사람들에게 집중되는 현상을 이야기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은 차별받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임을 강조했다. 그는 “부자와 대기업들이 지금까지 엄청난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기후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면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하고, 기후재앙으로 피해를 입을 시민들에게는 기후위기 당사자로서 보호받을 권리와 함께 정책 설계에 참여할 지위를 보장해야 한다. 차별의 피해당사자들도 예외일 수 없다”며 차별과 혐오에 눈감고, 때론 적극적으로 편승해 기후부정의를 실천하고 있는 국회와 정부를 질타했다.

한편 기후위기 해결에 있어 탄소배출산업의 퇴출은 불가피하다. 그런 점에서 이른바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 과정은 노동자의 일터, 곧 그들의 삶터가 사라지는 문제와 직결된다. 발전비정규직 연대 이태성 님은 에너지 전환과정에서 심각한 고용불안을 느끼는 노동자와 소통하지 않고 ‘탄소중립’ 계획을 세우겠다는 정부를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발전소 폐쇄계획을 알고 있는 노동자는 8%밖에 안 되고,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노동자는 4%가 채 안 된다고 한다. 그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은 더욱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탄소사회에서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은 정의로워야 한다는 담론의 핵심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사회전환의 주체로 기존의 불평등한 구조를 바꾸는 일에 참여하는 일일 것이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권력이 지목하는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나 지원으로 ‘정의’의 개념이 협소화될 수 없다는 사실을 선언했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동물해방 풀뿌리 네트워크 직접행동 DxE 은영 활동가는 지금의 차별과 혐오로 가득찬 세상 그 끝에 동물이 놓여 있다고 했다. 자본이 원하는 효율적인 방식으로 사회를 조직하기 위해 발명된 차별적인 제도들은 인간과 동물이 학살과 피학살의 관계를 맺고 살아가게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런 관계에 놓인 우리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비롯한 신종플루, 사스, 에볼라, 메르스 등 수많은 동물유래 전염병에 걸리는 것은 불가피한 결과이며 나아가 자본주의 시스템과 그로 인한 기후위기는 인간만을 중심에 놓고 종을 차별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이날 국회 앞 목요행동에 모인 우리 모두가 하나같이 요구하고 바꿔내고자 하는 바는 불평등과 차별을 철폐하는 것이었다. 우리를 동등한 시민으로 대하라는 것. 우리는 끊임없이 차별에 맞서고 싸우는 운동을 해나갈 것이고, 기후위기 시대를 평등하고 존엄하게 살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은 반드시 되어야 한다고 외쳤다. 목요행동을 마치고 나니, 기후정의운동과 반차별 운동은 더 촘촘히 만나고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세상을 바꾸는 기후운동과 반차별 운동의 만남, 우리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이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그 첫 시작점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이상, 우리는 외칠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