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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우리 스스로 평등을 위해 용기를 내자

그동안 다양한 현장에서 차별금지법이라는 단어를 접했지만 사실 차별금지법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잘 몰랐습니다. 인터넷에 차별금지법을 검색해도 혐오 세력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 글들이 훨씬 많아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차별금지‘법’이니 막연히 어려운 느낌이 들어 선뜻 공부할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우연히 미류님이 차별금지법 소개 강의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다녀왔습니다.

 

“차별금지법은 2003년부터 논의를 시작해 2007년엔 입법 예고되었으나 논란이 생기자 차별 금지 사유에서 ‘성적 지향, 학력, 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 병력, 출신 국가, 언어, 범죄 및 보호 처분의 전력’을 삭제한 법안이 발의되었다.”

 

차별금지법은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제정되어야 하는 법입니다. 위와 같이 7개의 사유가 삭제된 법안은 모두를 위한 차별금지법이 도리어 ‘차별받아도 되는 존재’와 ‘차별 받아서는 안 되는 존재’를 나눠버린 꼴이죠. 이런 반쪽짜리 법안이 통과된다고 한들 우리의 삶에 의미가 있을까요?

 

“개인이 경험하는 차별은 내가 어디서든 다른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걸 확인시킨다.”

 

차별을 당해도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말해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서입니다. 가족 수당, 신혼여행 휴가, 배우자 경조비, 직원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진료비 감면 혜택 등등. 회사에서 제공하는 복지 혜택들은 기혼자를 대상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비혼을 선언한 저는 평생 신청할 수 없는 것들이죠. 옆자리 동료는 아무렇지 않게 신청하는데 저는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을 때면 제가 결혼을 선택하지 않았단 이유로 다른 사람들과 삶의 모습이 달라진 것 같아 씁쓸함을 느낍니다. 이런 저의 생각을 직장 동료들과 나눠본 적은 없습니다. 그들이 저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말하는 이유

 

슬프게도 이러한 씁쓸함은 저만 느끼는 게 아니었습니다. 청소년, 장애인, 이주 노동자, 난민, 비정규직 노동자, 홈리스 등 수많은 소수자들이 이러한 씁쓸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저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변하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나마 차별금지법이 누군가에겐 안전망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겐 안전망이 필요합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는 그 날까지 함께 행동하겠습니다.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