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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차별금지법 제정, 한판 싸움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들이 말하는 혼란은 우리의 저항일 뿐

4월 19일 제 핸드폰은 기자들의 전화와 반차별 활동을 함께 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문자로 불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월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민주통합당 김한길, 최원식 의원이 법안을 입법 철회하겠다는 입장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긴급하게 몇 명은 의원실과 면담을 진행하고, 언론에도 절대 입법철회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결국 4월 24일 두 의원은 법안을 철회하였습니다.

두 의원은 차별금지법 반대세력의 항의문자와 전화로 인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더 이상 합리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법안을 계속 추진할 경우 자칫 법안이 가지고 있는 가치마저 흔들릴 것이라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의원실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이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법안을 철회할 경우 불거질 문제가 뻔한 상황에서 법안을 밀고가지도 못하면서 발의하여 결국 법안이 가진 가치를 자신들이 훼손시키는 것을 보며 화가 났습니다. (이 결과로 현재 추세에서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질 경우 차별금지사유에서 성소수자와 관련된 항목은 삭제될 것이라 예측되기도 합니다.)

차별금지법 반대세력은 차별금지법에 포함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이 우리사회의 성을 타락시키고 사회를 혼란시킬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이 금지되면 결국 북한이 이로울 것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주장까지 시작했습니다. 신종 유행어가 등장했습니다. “종북게이” 게이들이 한국사회를 혼란시키고 결국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처음엔 그 발상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지만 생각해보면 그들이 만든 프레임은 공포였습니다.

안전한 사회와 종북게이의 만남

차별금지법 반대세력은 최원식 의원의 차별금지법안 입법예고에 반대 댓글을 10만개가 넘게 달았습니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며 몇 가지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동성애가 증가하면 사회가 성적으로 타락하고 결국 사회혼란이 온다.” “종북세력을 처벌할 수 없다.” “성범죄자가 아무 거리낌 없이 돌아다닌다.” “12세 미만의 아동이 정치를 이야기 한다.” 이렇게 되면 결국 사회가 혼란이 온다.

문득 작년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연이어 발생하는 강력범죄에 정부는 안전사회를 이야기 하며 경찰력을 강화하고, 형벌을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강력범죄의 원인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불평등의 심화라고 이야기해도 불평등은 해결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사회 안전을 이야기 하면서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보다는 공권력만을 강화하고 불평등의 또 다른 피해자들을 강력한 처벌로 사회에서 배제시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불평등에 관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은 사회에서 배제되고 그것은 안전과 사회혼란 방지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조금은 다른 면이 있으면서도 평등의 문제를 생각해 보면 그때의 양상과 흡사한 점들이 보입니다. 차별금지법은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법입니다.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선 결국 불평등한 사회의 구조를 바꿔야 하고 불평등과 배제에서 자신의 자리를 잃어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기득권을 가진 자들,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며 자신들의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을 위협하게 됩니다.

성소수자들은 그들에게 또 다른 위협입니다. 차별과 혐오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드러낼 경우 폭력에 노출되는 성소수자들은 사회 곳곳에서 숨어서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과정에서나 법안이 만들어진 후 성소수자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저항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결국 권력을 가진 자들이 은폐시키려 노력해온 또 하나의 사회모순이 드러나고 저항하는 사람들은 늘어납니다. 그래서인지 저들은 끊임없이 성소수자들을 공격하고 이들이 저항하는 사람으로 조직되는 걸 막으려 합니다.

권력에 도전하고 저항하는 혼란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혼란이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부정적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 혼란이었는지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다른 생각이 듭니다. 우리 모두는 평등하다는 가치를 이야기 한 프랑스혁명은 민중에겐 혁명의 역사이지만 위정자들에겐 혼란의 역사입니다. 가깝게는 희망버스와 촛불부터 멀게는 광주민중항쟁까지 언제나 저항과 투쟁의 역사는 권력을 가진 자들에겐 혼란의 역사입니다.

저들이 말하는 혼란은 우리의 저항을 뜻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혼란도 있겠지만요.) 그리고 그 혼란이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대한문에서 노동자들의 죽음에 맞서는 저항, 광화문에서 장애인차별철폐를 위한 저항, 그리고 성소수자들과 차별받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저항과 연대의 역사까지!! 사랑방 후원인들을 그 자리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저항의 역사를, 연대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