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인 인터뷰

‘오래된 미래’ 같은 사랑방

김강기명 님과의 인터뷰

이번에 만난 후원인은 2005. 2006년에 인권운동사랑방 자유권팀과 인권하루소식에서 자원활동을 했고 현재는 신학을 공부하고 있는 분입니다. 인권운동사랑방이라는 단체로 매이지는 않았지만 2008년 촛불집회 감시단, 2009년 용산국민법정 등 굵직하게 인권운동이 할 일이 생기면 마법처럼 나타나 큰 짐을 덜어주시는 분입니다.

◇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강기명입니다. 트위터에 있는 제 프로필을 옮기자면 "비영리인간. 필패의 인문대오. 30년 무급인생. 녹색성장을 꿈꾸는 G20세대. 장래희망 엥겔스. 동백림으로의 망명을 획책 중."입니다. 원래 진지한 프로필이었는데, 박원순의 무급인턴 논란, 박재완의 문사철 과잉공급론, 이명박의 G20세대론 등을 들을 때마다 하나씩 바꿔서 저런 소개 글이 되었네요. '현상계'의 저는 역시 사랑방 자원활동가였던 '안티고네'와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면서 살고 있습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는 신학을 공부했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공부할 것 같아요. 

◇ 인권운동사랑방과는 어떻게 인연이 시작되었나요? 

원래 안티고네가 류은숙 선배의 강의를 대학 때 듣고 자원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저는 옆에서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아서 자유권 팀과 인권하루소식 기자로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 당시 자원활동을 할 때 어떤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제가 학부를 나온 대학이 아주 근본주의 성향의 교단 직영 신학대학이었어요. 해가 갈수록 피가 말라가는 느낌이었죠. 당시에 저는 주중에도 교인들, 주말에도 교인들만 만나는 인간관계 속에 놓여 있었어요. 완전히 하나의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 속에 갇혀 있었던 거죠. 당시에 그나마 좀 사회참여적인 성격의 동아리에도 참여하고 있었는데, '기독교'라는 한계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었어요. 저는 그게 항상 답답했죠. 그 때 만난 사랑방은 저에게는 인생의 큰 충격이었어요. "세상에 예수 안 믿는 사람이 더 예수 같애!" 뭐 이런 ……. 헤헤 

◇ 김강기명 님은 2008년 촛불인권침해감시단 활동을 하다가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으면서 여러 가지 감회가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전 굉장히 황당했던 게, 경찰, 검찰, 1심 재판부 모두가 정말 사건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기소하고 판결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제가 겪었던 사법 권력의 '성의 없음'이 무척 아쉬웠어요. 저는 연행된 당일 집회가 다 끝나고 사람들이 연행되었을 때, 뒤늦게 현장에 도착해서 초등학생 활동가와 이정희 국회의원이 연행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사실을 확인하려고 경찰차에 다가가려다가 연행되었거든요. 근데 공소 사실도 그렇고 법원의 판단도 그렇고, 그냥 그 당시에 함께 경찰차에 타고 있었던 사람들을 다 한 묶음으로 똑같이 기소하고, 판결을 내리더라고요. 정말 성의 없죠. 인권 감수성도 문제지만, 정해진 절차에 따라서 세심하게 이뤄져야 할 일이 날림으로 진행될 때 발생하는 인권침해도 상당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5월 4일이 항소심 선고공판이에요. 솔직히 별로 기대 안 해요. 

◇ 재판을 받으면서 한국 사법시스템 중에서 가장 먼저 바꿔야 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세요? 

사법시스템 중에서 가장...은 잘 모르겠고, 제 경험 안에서만 말씀드리자면 소액 재판이라고 너무 무시당한 거 같아요. 판사들이야 비슷한 사건을 여러 건 처리하는 거겠지만, 피고인들 입장에서는 아주 유니크(?)하고 큰일이잖아요? 피고인의 입장을 헤아리는 판사 개개인의 인권감수성도 문제지만, 제도나 구조가 이런 부분을 좀 더 반영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나마 촛불재판은 민변 변호사분들이 무료 변론을 해 준 것이지만 국선변호인도 선임할 돈이 없는 사람들은 혼자서 재판을 치러야 하거든요. 그러면 자신을 방어하는 게 훨씬 더 힘이 들겠죠. 

◇ 신학을 공부하다보면 결국 인간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한다는 질문에 놓일 수밖에 없어요. 신학과 인권은 어떤 관련이 있나요?

제대로 참여도 못하는 사람으로서 아쉬운 점은 없습니다. 다만, 지금까지처럼 계속 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실 지금처럼 인권운동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현상유지 자체가 힘드니까요. 

◇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에게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전해주세요. 

학부를 졸업한 뒤로는 '기독교 신학'이라기보다는 그 신학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튀어나온 '민중 신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민중 신학은 어떤 보편적 인간론이나, 당위가 아니라 억압적 상황 속에서 고통 받는 이의 상황 속에서 인간의 존재와 구원에 대해 사유하지요. 인권이 무슨 하느님이 위에서부터 내려준 천부적인 권리가 아니라 언제나 억압을 떨치며 일어나는 사건 속에서 도래하는 '권리'이고, 그 사건이 곧 '구원'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 마지막으로 인권운동사랑방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 격려와 칭찬 말고는 사실 없네요. 적어도 제게는 멀리 있을 때도 소식을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단체에요. 지금 직접 활동을 하는 건 아니지만, 언제든 다시 자원활동을 해야지……. 이런 마음을 갖고 있고요. 아, 그리고 재판을 위해 보내 주신 탄원서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굳이 바라는 게 있다면, 사실 사랑방에 할 이야기도 아닌 것 같은데, 사랑방 같은 조직문화와 활동 방향을 가지고 있는 단체가 더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사랑방은 앞으로의 사회운동을 생각하면 꼭 '오래된 미래' 같아요. 아직도 굳어진 관성과 여러 위계에 따라 움직이는 여러 사회단체들이 사랑방처럼 혁신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