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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으로 읽는 세상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저항에 응답하자!

지난 12월 26일 캄보디아 의류산업 120여개 공장 노동자 30여만 명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새로운 의류산업기지로 떠오른 캄보디아는 2000년 이후 줄곧 66달러의 최저임금 유지해오다 2013년에 이르러 최저임금을 인상하였다. 그러나 지속된 물가인상 등으로 인해 실질 생활을 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결국 캄보디아 지역 노동자들은 총파업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되었다.

파업 2주차에 돌입한 지난 1월 3일, 캄보디아 정부는 군경을 동원해 무력으로 총파업을 진압했고 군경의 발포로 5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수백여 명이 다쳤다. 이 과정에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캄보디아의류생산자협회가 임금이 인상될 경우 공장을 이전하겠다는 압박을 캄보디아 정부에 했으며, 이로 인해 정부가 총파업을 무력진압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저임금으로 인해 파업에 돌입한 건 캄보디아만이 아니었다. 2013년 4월 수도 다카 인근 의류공장 붕괴로 노동자 1135명이 사망한 방글라데시는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항의시위가 진행되었고, 최저임금이 인상되었다. 하지만 한국수출 가공공단 제조업체들이 수당을 축소하였고 5000명 노동자들 지난 1월 9일 이에 맞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현지 경찰은 시위 진압과정에서 최루탄과 실탄을 발포했고, 노동자 한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 베트남에서도 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이 삼성전자 제2공장 신축현장에서 용역경비에 의한 폭력에 맞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에 맞선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의 투쟁은 현지에 진출한 해외자본의 힘과 부딪치고 있다.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은 자국의 규제와 임금인상을 피한 자본의 무대였다. 의류, 신발, 전자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은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하였고 저임금 착취를 통해 효율성을 높여 왔다. 물론 이 기업에 한국자본이 포함되어 있다.


기업의 해외이전, 우리 모두의 삶과 연관되어 있다

한국자본은 2000년대에 돌입하며 본격적으로 동남아시아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해외이전은 동남아시아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고 한국 내 노동자의 안전과 생활유지를 위한 각종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 이다.

일찍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바탕으로 성장한 한국의 제조업은 물가상승 및 삶의 빈곤에 직면한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 노동시간 규제 등의 요구와 만나게 되었다. 산업안전도 마찬가지였다. 취약한 노동환경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의 증가는 이에 대한 규제를 요구하였다. 화학물질 유출로 인한 피해의 증가와 같이 제조업공장의 열악함으로 인한 노동자와 사회적 피해는 기업에 책임을 요구하였고, 이에 대한 규제를 동반하였다.

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이를 위한 각종 정책은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만들 수 있는 필수조건이다. 저임금체계에서 사람들은 장시간 노동으로 생활을 겨우 유지했고, 건강과 삶의 조건은 피폐해졌다. 하도급과 비정규직으로 인한 고용불안, 산업재해로 인한 질병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을 침해할 수 있고 규제 정책으로 인해 기업이 해외로 이전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에 대한 규제를 적극적으로 펼치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적극적 규제를 펼치지 않음에도 제조업 기업들은 해외이전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2000년대부터 제조업기업들은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공장이전을 시작했고, 중국에서 최저임금인상요구와 노동환경 개선 요구에 부딪치자 동남아시아에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해외로 이전한 기업들은 저임금, 장시간노동, 효율성에 기반을 둔 노동정책을 펼쳤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발생한 사건이 지난 4월 방글라데시 다카 의류공장 붕괴사고, 동남아시아 최저임금에 대한 폭력진압이었다. 산업안전에 대한 미규제, 저임금체계를 바탕으로 해외자본을 유치하는 동남아시아 정부와 이를 바탕으로 성장한 자본의 합작은 빠르게 노동자들의 삶을 황폐화 시켰다. 이 과정에서 자본은 더욱 적극적으로 자신의 무기를 휘둘렀다. 최저임금을 인상하거나 규제를 시도하려는 정부에 타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겠다고 협박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인권을 보호하기는커녕, 자본의 입장을 대변할 뿐이었다.

기업의 해외이전은 한국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콜트콜텍 정리해고,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는 기업의 해외이전이 정리해고로 이어진 대표적 예였다. 또한 기업의 해외이전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와 안전정책에도 영향을 끼쳤다. 기업이 해외이전을 할 경우, 당장 고용불안에 내몰릴 수 있는 노동자들은 정당한 요구를 할 수 없다. 해외이전은 임금인상을 억제하는 효과만을 누리지 않았다. 유해물질 누출 사고로 인한 피해를 야기한 기업을 규제하는 화학물질 등록·평가법(화평법)이 2015년에 시행되고,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입법을 정치권이 준비하자 상당수 중소 업체들은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경고했다. 2013년 유해물질 누출사고로 인해 노동자들과 지역사회에 큰 피해를 준 사건이 존재하였음에도 기업은 이와 같은 규제들이 경영효율성을 억누르는 조치라고 반발할 뿐이다. 이와 같은 반발에 기업의 규제는 결국 약화된다. 그럼에도 이조차 피해 해외로 이전한 기업들이 그곳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의 삶을 무너뜨리는지는 뻔하다.

‘인간다운 삶을 스스로 만들겠다’는 외침에 응답하자

기업의 해외이전 및 유치는, 관련된 사회 모두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해외이전과 유치를 둘러싼 각국 정부들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일을 하고 있음에 만족하라’ 요구하고, 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할 정책을 포기 한다. 사회적 시선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이 떠날 경우 당신들은 그 일조차 포기해야한다는 사회적 시선에 우리는 삶의 조건,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요구하지 못한다.

동남아시아 지역을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이다. 일자리가 생긴 게 어디냐는 시선에서 삶의 조건은 생략된다. 물론 다른 시선도 존재한다. 내가 입는 옷들을 만드는 사람들이 저렇게까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을 줄 몰랐다, 목숨이 위협받을 정도의 환경에선 벗어나야지 라는 시선은 그들의 삶을 바라본다. 하지만 거기에서 멈추곤 한다. 그래도 최소한 일을 할 수 있는 게 어디냐를 넘어 사람들의 삶까지 넘어가지 못한다. 기업이 떠나면 일조차 할 수 없지 않냐 생각한다. 이는 단지 동남아시아 노동자들만을 바라보는 시선은 아니다. 한국의 중소영세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또한 그래도 ‘일을 할 수 있는 게 어디냐’에 멈춰진다.

우리는 ‘일을 할 수 있는 게 어디냐’는 사회의 요구를 넘어야 한다. 이 점에서 동남아시아의 거대한 투쟁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의 싸움은 효율성과 경쟁력을 이유로 노동자에게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라’ 요구하는 자본과 사회에 맞선 흐름이다. 또한 인권과 삶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기업과 정부에 대해 ‘인간다운 삶을 스스로 만들겠다’는 외침이다. 일을 할 수 있다면 생산력 증대를 위해 스스로의 삶을 포기하라는 요구에 맞서 ‘어떻게 일을 하고, 이 일을 통해 어떻게 삶을 구성해 가겠다’는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의 외침에 우리가 보낼 응답은 무엇일까?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삶의 투쟁을 조직하며 우리의 응답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