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에이즈예방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

에이즈예방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

수 신 : 보건복지부 질병관리팀
발 신 : 에이즈인권모임 나누리+ 외 50개 감염인·인권·사회단체 및 개인
(담당자 ; 윤호제 016-290-1229 aidsmove@jinbo.net)
날 짜 : 2006. 4. 20.
제 목 : 에이즈예방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 (총 9매)



1. 에이즈예방법 개정의 필요성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아래 에이즈예방법)은 ‘에이즈’에 대한 공포가 전세계적으로 높았던 1987년 제정되었습니다. HIV에 대한 정확한 지식보다는 불치의 병이라는 공포에 기반해 만들어진 법은 감염인의 인권 증진이라는 국제적 흐름을 고려하기보다 감염인을 관리함으로써 질병을 통제하겠다는 정부의 법적 의지를 보여준 것입니다. 그 후 몇 차례의 개정을 거치며 격리제도의 폐지 등 상식을 벗어난 조항들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그동안 HIV와 에이즈에 대해 밝혀진 의학적 지식에 비추어보았을 때 감염인의 인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조항들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감염인들을 비롯한 많은 인권단체들은 에이즈예방법에 남아있는 인권침해조항들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HIV/AIDS 감염인들은 현대 사회에서 심각한 인권침해를 경험하는 집단입니다. 왜곡된 정보와 오해, 그리고 그에 근거한 수많은 정책들로 인해 삶의 단절과 고립을 경험해왔습니다. 이는 감염인들의 삶을 위축시키고 위협할 뿐만 아니라 아직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왜곡된 정보와 오해를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에이즈예방법은 “에이즈의 예방 및 관리”를 목적으로 하면서도 오히려 에이즈의 예방을 저해하는 조항들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감염인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한 모든 개인정보를 국가가 관리하는 현행 제도는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감염인들은 불필요한 정보노출로 인해 가족과 친구들, 지역사회로부터 배제되고 있으며 더욱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염상태를 확인하고 더욱 일찍 치료의 기회를 얻거나 자신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미 오래동안 지적되어온 바이기도 하며 국제적으로도 HIV/AIDS 감염인에 대한 익명신고와 보고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에이즈의 예방 및 관리”와 “감염인의 보호·지원”을 구분함으로써 새로운 접근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정안의 내용은 여전히 정부가 질병관리와 감염인지원의 차이를 이해하고 있지 못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질병관리로서의 에이즈정책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전염병관리법에 근거해 제시되는 방향이 더욱 타당합니다. 그러나 현재 감염인이 지니는 취약한 지위로부터 감염인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에이즈예방법의 올바른 개정을 통해 에이즈정책과 HIV/AIDS 감염인 인권증진정책의 전환점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2. 보건복지부의 에이즈예방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

1) 제5조 (의사 또는 의료기관 등의 신고) 와 제5조의2 (익명검사)

=> 실질적인 익명검사가 가능하도록 실명이 포함되지 않은 신고를 법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 이번 개정안은 익명검사 조항을 신설해 피검사자가 익명을 요구할 경우 익명으로 검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익명으로 검사한 후 의사 또는 의료기관의 신고사항(개정안 제5조 제1항)과 , 보건소장의 보고사항(개정안 제5조 제4항)을 모두 보건복지부령으로 규정하도록 하고 있어, 개정안의 내용만으로는 감염인 정보 중 어떤 내용이 보건복지부장관에게까지 보고되는지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감염인에 대한 보고사항을 실명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또는 익명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여부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등 감염인의 기본권과 관련된 중대한 사항으로서 입법적 판단을 통하여 법률에서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할 사안입니다.

□ 개정안 제안 이유와 현행 시행령, 시행규칙을 통해 유추해본다면 개정안 제5조 제4항에서 규정하는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감염인에 대한 실명신고와 보고체계가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제한에 해당하는 병력정보의 신고, 보고사항을 법률에서 구체적인 사항을 규정하지 않고 전부 하위 법령에 위임하는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위반한 것으로 위헌, 위법한 규정입니다.

□ 감염인의 병력정보에 대한 신고, 보고사항은 감염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제한에 해당하는 바, 이러한 제한이 합헌적이기 위해서는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등 비례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합니다. 후천선면역결핍증의 예방이라는 목적을 위하여 반드시 실명보고라는 수단을 선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염성 질환에 이환된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국가가 관리하는 것은 전염병의 발생과 유행, 전파를 통제하고 더욱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국가들은 전염병 발생과 소멸에 대한 통계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의 질병관리라는 측면에서의 역학정보는 성별과 연령, 추정감염경로 등 정책근거가 될 수 있는 정보들만으로 충분합니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HIV/AIDS 감염인의 모든 정보를 보건복지부로 보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신고와 보고가 이루어지는 수많은 단계들에서 정보노출의 위험을 높일뿐더러 불필요한 정보의 집적이라는 측면에서도 감염인의 정보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습니다.

□ 또한 병력정보에 대한 실명보고체계가 감염인들의 자율성과 자발성을 약화시키고, 감염인들을 공중보건체계의 외부로 벗어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 오히려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이라는 입법 목적에 역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은 감염인들과 관련 연구자들이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습니다. 또한 감염인에 대한 진료비 지원과 생활보호를 위하여 감염인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가 보건소장 - 시·군·구청장 - 시·도지사 - 보건복지부장관의 체계를 통하여 보고되어야 할 필연성은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익명검사, 익명보고, 보고 단계의 최소화 등을 통하여 감염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원칙적 기초 위에서도 진료비 지원과 생활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감염인의 병력정보에 대한 실명보고 체계는 입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 아니며, 침해의 최소성이라는 관점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 HIV/AIDS 감염인의 경우 다른 질병들과 달리 도덕적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등 편견과 차별로 인한 인권침해가 극심한 집단인 만큼 감염인정보의 관리에 철저를 기할 것이 권고됩니다. UNAIDS 역시 HIV/AIDS 감염인에 대한 익명관리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에이즈예방법을 폐지하고 “감염증예방및감염증환자에대한의료법”을 통해 모든 전염병관리에 대한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법의 전문에서 “과거에 후천성면역결핍증 등의 감염증 환자에 대한 이유 없는 차별이나 편견이 존재하였다는 사실을 신중히 받아들여 이를 교훈으로 삼아 향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는 이 법률은 의사의 신고조항을 전염병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두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전염병에 대해 “성명, 연령, 성별 기타 후생노동성령이 정하는 사항”을, 에이즈를 포함한 일부 전염병에 대해서는 “연령, 성별, 기타 후생노동성령이 정하는 사항”을 신고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는 불필요한 실명정보가 가져올 수 있는 인권침해의 심각한 결과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 병력정보는 비밀누설금지의무조항을 둘 정도로 그 보호의 필요성이 중요한 정보이며 병력정보에 대한 권리는 모든 사람의 기본권입니다. 병력정보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원칙은 최소한의 필요한 정보만을 수집하고 정보의 집적과 노출 역시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특히, HIV/AIDS 감염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편견과 낙인으로 인해 정보 보호의 필요성이 더욱 높습니다. 한국의 에이즈예방법 역시 HIV/AIDS에 대한 익명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의사의 신고조항이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하지 않도록 할 것을 명시해야 합니다.


2) 제8조 (검진)

=> 제2항은 배우자 및 가족에 대한 강제검진의 근거조항이 되고 있으며 제3항은 해외에서 입국하는 외국인들을 차별하는 조항이므로 삭제되어야 합니다.

□ 제8조 제2항에 규정된 “후천성면역결핍증에 감염되었다고 판단되는 충분한 사유가 있는 자 또는 후천성면역결핍증에 감염되기 쉬운 환경에 있는 자”는 제도적으로 배우자 및 동거가족과 역학조사에서 밝혀진 성행위의 상대자를 지칭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검진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감염인 본인이 알리기도 전에 감염사실을 알게 되거나 검진대상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감염인들의 인권을 침해해왔습니다. 물론 감염의 가능성이 있을 때 감염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검사를 받는 것은 모든 사람의 권리이며 특히 여성배우자의 경우 자신의 몸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는 국가가 법으로 강제검진조항을 두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HIV 전염의 가능성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감염인 스스로 전파방지를 위한 정보를 충분히 획득하고 실행에 옮길 때에 가능한 것입니다.

□ 이번 개정안은 제5조(의사 또는 의료기관 등의 신고)를 통해 배우자 또는 동거인에게 필요한 사항을 준수하도록 지도하는 경우에 감염인과 그 시기, 방법 및 범위에 관하여 협의하고 동의를 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감염인의 정보를 보호하면서도 전염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입니다. 이런 규정을 두면서 굳이 별도의 검진조항을 두는 것은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강제검진을 시행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둘 뿐입니다.

□ 또한 제3항의 외국인에 대한 강제검진 규정은 해외에서 입국하는 감염인을 강제퇴거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조항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장기체류자의 일부만을 대상으로 해 국경의 이동에 차별을 두는 조항입니다. 모든 사람은 국경과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자유가 있으며 이동과 인권보호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차별의 근거가 되고 있는 장기체류 여부나 체류자의 직업, 배우자 여부 등은 HIV 전파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3) 제14조 (치료 및 보호의 권고와 조언) 제15조 (치료 및 보호조치)

=> 의학적 판단에 근거하지 않은 치료의 권고 조항은 삭제되어야 합니다.

□ 개정안은 “치료지시”를 “치료 및 보호의 권고와 조언”으로, “강제처분”을 “치료 및 보호조치”로 바꾸고 있지만 실제 내용에서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두 조항의 문제점인 “타인에게 감염시킬 우려가 높은 자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감염인”에 대해 강제처분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합니다. 특히 현행 강제처분의 내용인 “치료”를 개정안 제15조에서 치료 및 “보호”에까지 확대하고 있는 것은 1999년 격리보호 조항을 삭제 개정한 입법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개정안이 감염인 인권보호의 관점에서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 개정안은 “치료 및 보호”에 대한 정의나 의미규정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바 이는 강제처분 요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확대해석에 의한 인권침해의 위험성이 존재하며, 특히 감염인에 대한 치료와 보호가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 긴급한 필요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라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원칙에 반하는 것입니다.

□ 감염인에 대한 치료는 의학적 판단에 근거해서 이루어져야 마땅한 것입니다. 대한감염학회가 보건복지부와 함께 만든 “HIV/AIDS 진료가이드”에서도 치료시작시기는 논란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의학적으로 판단하기에도 어려운 부분인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 조항은 HIV/AIDS 감염을 영장없는 강제처분이 가능한 사유로 두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강제치료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HIV의 전염경로나 감염인 인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을 보여주는 규정일 뿐입니다.

□ 감염에 대한 치료는 누구보다도 감염인 스스로 원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오히려 치료를 받으려고 할 때 높은 비급여부담과 병원에서의 비밀누설, 차별 등으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는 눈을 돌린 채 마치 감염인들을 타인에게 감염시킬 우려가 있는데도 치료를 회피하는 집단인 것처럼 규정하고 있는 이 조항은 모두 삭제되어야 합니다.


4) 제18조 (근로권의 보장과 제한)

=> 제1항, 제2항은 하나의 조문으로 통합해 취지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 개정안의 제3항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감염사실로 인한 해고 등 부당한 처우는 근로기준법 위반입니다. 그러나 감염인들은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구제절차를 이용하기 위해서 비밀노출의 부담을 감수해야 합니다. 권리 침해뿐만 아니라 구제절차에 대한 접근도 차단되어 있습니다. 개정안의 제1항, 제2항 신설이 감염인의 근로권을 명시하고 강조하기 위한 규정이라면 법률요건으로서는 명확성이 없는 ‘건강’이라는 개념을 기준으로 ‘건강한 자’와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자’를 구분할 것이 아니라 모든 감염인에 대해서 다른 근로자와 균등한 처우를 하도록 명시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5) 제19조 (전파매개행위금지의무)

=> 감염인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뿐인 전파매개행위금지의무조항은 삭제되어야 합니다.

□ 전파매개행위금지의무 조항은 전염의 가능성을 근거로 감염인의 사생활을 통제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는 조항으로서 이미 법리적 문제점들이 충분히 지적되어 왔습니다.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성행위를 통해 전염되지 않거나 전염의 가능성을 미리 고지하고 동의를 구하더라도 행위 자체에 대한 처벌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만약 전염이 되어 타인의 생명에 위해가 가해졌다면 형법을 통해 처벌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에이즈예방법에 위 조항을 두는 것은 감염인들을 관리의 대상으로 놓고 통제하려는 의도이며 법조항 자체가 감염인에 대한 편견-“걸어다니는 시한폭탄”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 전파매개행위라고 볼 수 있는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성행위’나 ‘헌혈’ 등은 감염인에 대한 교육과 지원을 통해 막아야 하는 행위입니다. 금지의무조항을 두는 것은 실질적인 예방조치가 되지 못할뿐더러 이미 위축되어있는 감염인들이 HIV 전파의 온상이라는 편견을 부추기는 조항으로서 이번 개정에서 삭제되어야 합니다.


6) 집단강제검진을 막을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되어야 합니다

□ HIV/AIDS가 일상생활을 통해 전염되는 질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HIV/AIDS에 대한 검진이 불필요한 이유로 오히려 확산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집단검진인 근로자건강진단에 HIV 검진항목이 본인도 모르게 들어가있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가 사업주에게 일괄통보됨으로써 부당한 해고의 사유가 되어왔습니다. 그러나 이를 처벌하거나 감염인이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절차가 없어 많은 감염인들이 생계를 유지하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노동의 기회를 박탈당해왔습니다. 노동자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근로자건강진단에 기업별로 HIV 검진항목을 포함하는 것은 감염인의 사회참여의 기회를 미리부터 차단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방향이 감염인에 대한 “차별·편견 해소와 사회 불평등으로부터 보호 강화”를 꾀하고 “감염인의 근로권 보장 강화”를 위한 것이라면 현실에서 감염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조항을 포함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수감자에 대한 일괄검진과 군입대시 강제검진 등 오히려 본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강제적 성격의 검진이 도입되고 있는데 이는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극복하는 데에 큰 장애가 될 것입니다.

□ 검진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해당 연령이나 성별, 지역 등에 유병률이 높은 질병을 미리 확인하는 제도입니다. 한국처럼 감염률이 낮은 경우 HIV검사의 대중적·무차별적 시행은 비경제적 정책일 뿐입니다.

□ 집단강제검진은 예방과 감염인 보호에서 효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HIV에서 검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감염사실을 조기 발견하여 감염인이 일찍 치료나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는 점, 이들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예방적 행위에 더욱 신경쓴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위한 검사는 검사의 의의와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시행할 경우에 의미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나라들은 검사 전후 상담을 검사의 필수적인 절차로 두기도 합니다. 현재 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집단강제검진 성격의 검사들은 우연히 감염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감염이 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사람들에게는 부적절한 안도감만을 남길 뿐입니다. 특히, 검사의 결과가 해고, 격리, 낙인 등 인권침해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금지되어야 합니다.

□ HIV/AIDS는 혈액 등 체액을 통해서만 전염되는 질환으로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다고 전염되는 질환이 아닙니다. “감염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방지 및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을 위하여 교육과 홍보”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오히려 HIV 전염에 대한 오해를 조장하는 검진을 시도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본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검사는 원칙적으로 모든 사람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감염인에 대한 차별의 근거가 되고 있으므로 이를 막기 위한 조항이 반드시 추가되어야 합니다.

□ 덧붙여 감염인의 신원이 노출 되었을 경우에 실제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그간에도 언론을 비롯한 매체로 인해 감염인의 신분이 노출당한 사례나, 의료인, 행정공무원들에 의한 노출이 숱하게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감염인들은 피해구제의 절차가 또 다른 노출을 초래하게 되기 때문에 적법한 권리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권리를 침해당할 때 적절한 구제절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모든 사람들이 누려야 할 권리이며 모든 종류의 국제인권문서들이 강조하고 있는 바입니다. 한국의 HIV/AIDS 감염인들이 적절한 권리구제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이를 옹호하고 보장하기 위한 조항이 도입되어야 할 것입니다.


3. 에이즈예방법 개정의 방향

□ 국가의 HIV/AIDS 정책의 결정에는 정부뿐만 아니라 감염인과 지역사회의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특히 감염인 인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감염인의 참여는 인권을 옹호하면서도 예방에 효율적인 정책들을 만들어가기 위한 기본입니다. HIV/AIDS와 관련된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기구에 감염인단체의 대표를 공식적인 구성원으로 두는 국가도 많습니다. 2004년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국제에이즈회의에 참여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감염인들은 여러 국제단체와 함께 ‘방콕선언문’을 채택하고 각 국가에서 감염인의 정책참여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여전히 감염인들을 정책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으며 관련 정책들을 입안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감염인들의 의사를 묻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절차마저도 마련하지 않고 있습니다. 에이즈정책의 근간이 되는 에이즈예방법 개정에서 감염인의 참여를 공식적으로 보장하는 것을 개정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 이번 개정안은 제1조(목적)의 개정을 통해 질병에 대한 정책과 감염인에 대한 정책의 차이를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개정안의 내용은 그러한 인식이 여전히 편견과 오해에 사로잡혀 실질적인 정책개선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감염인의 인권을 보호 증진하기 위한 정책과 질병의 관리를 통해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정책이 그 취지에 맞게 구분되어 마련되어야 합니다.

□ 이럴 때에야 모든 사람의 건강할 권리와 보편적 인권이 실현될 수 있습니다. 감염인 인권에 대한 강조는 특수한 집단으로서의 감염인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서 모든 사람들의 권리가 실현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것입니다. 에이즈예방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기 전까지 위 의견들이 적극적으로 수용되기를 촉구합니다.

2006년 4월 20일
가나다순)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노동건강연대,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나프(Nopi Narara HIV/AIDS people)공동체,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에이즈인권모임 나누리+(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행동하는 의사회, 인권운동사랑방,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인권단체연석회의[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 구속노동자후원회, 광주인권센터, 군경의문사진상규명과폭력근절을위한가족협의회, 다산인권센터, 대항지구화행동, 동성애자인권연대, 민가협,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부산인권센터, 불교인권위원회, 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 사회진보연대, 새사회연대, 아시아평화인권연대, 안산노동인권센터, HIV/AIDS인권모임나누리+,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울산인권운동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이주노동자인권연대, 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쟁없는세상,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평화인권연대, 한국DPI(한국장애인연맹),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전국 36개 인권단체)] 정보공유연대IPleft, 한국감염인연대(KANOS), 한국감염인협회KAPF, 한국레즈비언상담소, 김용환(대한적십자 공익제보자), 김지영(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회 사업과장)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