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성명>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 국회통과 1주년을 맞이하며

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 국회통과 1주년을 맞이하며
-정부와 국회는 미완의 호주제 폐지를 올바른 신분증명제 도입으로 완성하라!-

오늘 3월 2일은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민법개정안 통과로 2008년부터 호주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고, 호적을 대신할 새로운 신분증명제 입법 활동이 본격화됐다.

[목적별신분등록법제정을위한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과 민주노동당은 이미 지난 해 9월 △성평등 △개인정보 보호 △다양한 형태의 가족 차별금지라는 입법 정신을 구현한 새로운 신분증명제 도입을 위해 '출생, 혼인, 사망 등의 신고와 증명에 관한 법률안'을 노회찬 외 국회의원 14인의 발의로 국회에 제출한 상태이다.

그러나 새로운 신분증명제 관련해 법무부가 내놓은 ‘국적 및 가족관계의등록에 관한 법률안’은 인권·사회·여성단체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주요 골격을 유지한 채 지난 2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법무부안은 △신분증명 관련 사무 관장을 대법원에서 법무부로 이관하고 △개인·가족의 과도한 개인정보를 수록하며 △본적과 다름없는 등록준거지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인권·사회·여성단체들은 법무부가 국민의 모든 신분관련 정보를 관리할 경우 수사·수형업무에 개인의 신분정보가 부당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기존 호적제도와 마찬가지로 가족형태, 출신 지역(본적)에 따른 차별과 편견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을 유지하고 있는 점, 개인정보가 쉽게 유출될 수 있는 점을 우려하여 반대 입장을 보여 왔다.

여당 역시 현행 호적의 가(家)별 편제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아 개인별 신분증명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문제점은 열린우리당이 제출한 ‘신분관계 등록 및 증명에 관한 법률안’도 마찬가지이다. 이경숙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관장기관만 대법원으로 유지하고 있을 뿐 법무부안의 등록준거지와 이름만 다른 ‘기준등록지’를 두어 사실상 호적의 가(家)별 편제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현재의 신분사항과 신분변동사항을 하나의 증명서에 모두 기록하여 이혼, 재혼, 입양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쉽게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법무부안과 이경숙 의원안 모두 출생신고 시 혼인 외의 자녀를 구분하고, 자녀가 어머니의 성을 따르기로 한 경우 출생신고·혼인신고시 별도 협의서를 제출하게 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두고 있어, 성평등원칙에 따라 가족제도를 개선하고자 했던 호주제 폐지의 취지를 반감시킬 우려가 크다.

법무부안이 곧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어서 앞으로 새로운 신분증명제에 관한 세 개의 법안은 다가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2008년 1월 1일부터 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이 차질 없이 시행되려면 앞으로 2년 내에 모든 국민의 호적을 개선하는 방대한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하루빨리 국회에서 호적법을 대신할 법률이 마련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법안처리를 서두르다가 올바른 신분증명제 개선 방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생략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사회 불평등한 가족제도 개선의 한 획을 그은 호주제 폐지, 그 성과를 잇고 남은 과제들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신분증명제도 도입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목적별 신분증명제도는 ‘성평등 실현’과 ‘다양한 가족형태에 따른 차별 해소’라는 호주제 폐지 의의를 충분히 살리면서 또한 ‘개인정보 보호’ 원칙에 가장 충실한 신분증명제도이다. 우리는 목적별 신분증명제도 도입이 국민의 인권 보장과 개인·가족의 평등을 실현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이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하루 빨리 책임 있는 논의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06년 3월 2일

목적별신분등록법제정을위한공동행동·민주노동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