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논평> 사상전향제도의 유령을 찬양하는 행위는 중단되어야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인권운동사랑방/천주교인권위원회

수신: 각 언론사 사회부
발신: 위 인권단체들
제목: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비전향 장기수 3인에 대한 의문사 인정에 대한 논평
연락 담당: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전화: 741-5363, 016-729-5363)

<논평>

사상전향제도의 유령을 찬양하는 행위는 중단되어야

7월 1일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는 비전향 장기수 박융서·최석기·손윤규 3명의 옥사 사건에 대해 이들의 죽음이 1973년 중앙정보부와 법무부가 집중적으로 펼친 전향공작 과정에서 "위법한 공권력에 의해 사망"했다며 민주화운동과의 관련성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제도 개선과 그 법제도에 의해 의문의 죽음을 당한 피해자들의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해왔던 우리 인권단체들은 의문사위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표한다.
우선 이 결정의 전제가 된 '사상전향' 제도에 대해서는 이미 1995년 유엔인권위원회, 2003년 유엔인권이사회가 권고 등을 통해 "정치적 견해에 대하여 차별적 기초 위에서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그럼으로써 국제 인권규약 상 평등권, 사상·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또한 우리 정부는 1998년 '양심의 자유' 침해 논란을 인정하면서 전향제도를 폐지한 바 있으며, 2003년에는 전향제도의 대체제도인 준법서약제 역시 동일한 이유로 폐지하였다. 따라서 이번 의문사위 결정은 사상전향 제도의 이러한 반민주적, 반인권적 성격에 주목한 결정을 내림으로써 우리 사회의 양심의 자유 폭을 한층 더 끌어올린 의미있는 결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오늘 일부언론들은 의문사위 결정을 비난하고 나섰다. 우리는 이들 언론의 왜곡된 인권의식과 이 결정의 핵심을 비껴나간 채 이를 색깔론으로 몰고 나가려는 태도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일부언론들은 의문사위 결정을 "남파간첩을 '민주투사'로 인정"한 것이고,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파간첩과 빨치산 활동을 한 이들에게서 대한민국의 국법을 준수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민주화에 걸림돌이라도 되었다는 뜻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하였다.
비전향 장기수들에게 가했던 당시 유신 정권의 고문과 강제급식 등의 행위는 생명을 위협하는 반인권적 야만행위였다. 국가권력이 폭력적으로 자행한 전향공작에 거부하다 죽어간 이들에 대한 위법한 공권력에 저항하다 사망하였던 행위를 민주화운동이라고 인정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그들의 저항이 밑거름이 되어 국제적인 비판에 직면해 있던 사상전향제도가 폐지되었고, 지난해에는 준법서약제도 폐지되지 않았는가.
그야말로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이었던 것이다. 유신체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케 한 권위주의 정권이었으며, 따라서 그 시절의 반독재 투쟁을 우리는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한다. 그의 사상이 어떠했느냐는 것은 그 다음에 따질 일이다. 개인 내심의 의지와 신념의 표현을 인정하는 바로 거기에 민주주의의 핵심요체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국법 준수'라는 미명하에 사상전향제도의 유령을 암암리에 찬양·고무하는 행위를 언론이 중단하기를 바란다.

2004년 7월 2일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인권운동사랑방
천주교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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