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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불법체류단속, 현대판 ‘노예사냥’

출입국관리소 직원은 공포 그 자체


'불법체류외국인 단속'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 6월 18일부터 7월 17일까지 법무부, 경찰, 국정원 등 관계부처가 모두 나서 '불법체류' 신세인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대대적으로 연행하고 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6월 18일부터 28일까지 단속된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서울 3백75명, 부산 2백18명, 대구 1백96명, 인천 2백5명, 울산 19명, 경기 2백57명, 강원 52명, 충북 1백26명, 충남 1백61명, 전북 97명, 전남 61명, 경북 90명, 경남 47명 등 1천9백4명에 이른다. 이들은 주로 소규모 사업장이 밀집해 있는 공단 및 주택가에서 연행됐다. 이렇게 연행된 이주노동자들은 본국으로 강제퇴거 되며, 이후 사실상 같은 목적으로 재입국할 수 없게 된다.

이주노동자들, 공포, 공포…

지난 달 28일 일산 식사리 가구공단에서는 공단 앞뒤를 막아 놓고 펼쳐진 토끼몰이식 단속에 한꺼번에 1백여 명을 연행되기도 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은 의정부 공단지역을 관통하는 32번 버스, 서울 성수공단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의 기도실 등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이 기도실에서는 지난 달 27일 20여명이 연행됐다.

서울경인지역 평등노조 이주노동자 지부(지부장 이윤주)측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이 출입국관리소 직원을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알 수 있다. 지난 달 29일 마석 가구공단에서 일하는 한 필리핀 노동자가 낯선 한국인으로부터 "어디에서 일하냐?"는 질문에 놀라 도망쳤다. 이것을 본 다른 이주노동자들도 따라서 도망을 가고, 도망가는 대열을 본 같은 지역의 이주노동자들은 모두 일손을 놓고 산으로 도망을 갔다. 낯선 한국인을 출입국관리소 직원으로 오인한 것이다.

밤중에 산 속에서 통곡

또 지난 6월 25일 방글라데시 국적의 알리 씨는 퇴근길에 자신의 숙소근처까지 경찰들이 따라 온 걸 눈치채고 'POLICE'를 외친 후 가파른 바위산으로 도망쳤다. 미처 도망치지 못한 동료들은 경찰에 붙잡혔다. 한국이주노동자센터 관계자는 "밤 12시경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바위산을 찾았더니 신발도 미처 못신고 팬티만 입은 사람도 있었고, 몇 명의 노동자는 꺼이꺼이 울고 있었다"고 전했다.

출입국관리소 직원의 판단에 의해 ‘긴급보호’ 형식으로 연행되는 이들은 이틀 동안 조사받다가 출입국관리소장 혹은 사무소장이 발행한 ‘보호명령서’ 한 장으로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다. 정원이 넘칠 때는 교도소까지 가서 지내기도 한다. 이렇게 10일을 기다리다가 교통편이 마련되지 않으면 1회에 한하여 연장되다가 본국으로 쫓겨난다. 교통비는 대부분 ‘불법체류’자를 고용한 사업주가 내는 것이 보통. 이 때 일자리 없이 잡힌 노동자는, 친구나 본국에서 교통비를 지불해주지 않는 한, 몇 달이고 구금되기도 한다.

불법체류 묵인, 추방 반복

이주노동자 지부는 지난 3일 성명에서 불법체류외국인 단속은 “20만 명 이상을 불법체류자로 전락시켜 노동권을 유린한 것에 책임을 지기는커녕 그물로 불법체류자를 포획하는 파렴치 행위”라고 규탄했다. 또 같은 날 ‘외국인노동자 차별철폐와 기본권보장을 위한 공대위’도 성명을 통해 “필요할 때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을 값싸게 이용하고, 필요가치가 없어지면 불법체류라는 약점을 이용해 쫓아내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노동자 지부와 외국인노동자 차별철폐공대위는 한 목소리로 △불법체류외국인 단속 중단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즉각 사면 △현대판 노예제도인 연수제도 철폐를 요구했다.

외국인노동자 차별철폐공대위는 지난 3일 12시 과천 정부청사에서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외국인 노동자등 2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불법체류외국인 단속 및 강제추방 규탄대회”를 열었다. 또 4일 대구 외국인 상담소 등 대구지역 인권, 사회단체도 기자회견을 통해 ‘불법체류외국인 사냥’중지를 요구했다.

한편 이주노동자 지부는 5일 오전 10시 목동 출입국관리소 앞에서 ‘이주노동자 집중단속 강제추방 규탄 투쟁대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