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이야기

북게시물 삭제명령 취소 행정소송 패소에 따른 소송비용이 청구되다

3월 말 행정법원으로부터 최고서가 날라왔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인권운동사랑방에 진행됐던 행정소송에 따른 소송비용액 23,130,000원 청구 신청을 했다는 것이었어요. 2011년 사랑방은 방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었습니다. 2015년에 패소 판결이 있었는데 3년이 지나서 청구된 것입니다.

 

2011년 당시 사랑방이 운영했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북한을 찬양한다는 이유로 게시글을 삭제하라는 경찰의 연락이 자주 있었습니다. 포항에서도 오고, 전주에서도 오고, 청송에서도 오고. 김해에서도 오고. 전국 각지의 경찰서에서 일상적으로 사랑방 홈페이지를 감시해왔던 것이었죠. 같은 시기에 같은 요구를 다른 사회운동단체들도 받았다고 해요. 이러한 사이버사찰 자체를 문제라고 보고 경찰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경찰청에서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 게시물들을 삭제 조치해달라는 요청을 한 거에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방송통신위원회에는 사랑방에 해당 게시글들을 삭제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런 행정명령이 부당하기에 취소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소송을 같은 상황에 있는 노동전선이라는 단체와 함께 제기했던 것이었어요.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라는 게 삭제명령의 근거였습니다. 국가보안법의 남용으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국가보안법을 개정 또는 폐지하라는 국제사회의 권고가 지속적으로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등 엄격하게 해석 적용함으로써 남용 소지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그런데 삭제명령이 내려진 해당 게시물들을 보면 국가보안법의 엄격한 해석 기준과는 동떨어져 있었습니다. 해당 게시물에는 북한의 상황이나 북한을 둘러싼 세계정세 등에 대한 생각을 적은 글도 있고, 북한에서 발표한 공동신년사설 또는 성명을 옮겨온 글도 있었는데, 이는 이미 국내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이기도 했지요. 이렇게 명백한 위험성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게시물마다 각각의 고유한 내용이 있음에도 북한을 미화했다며 제대로 된 논의 없이 통으로 삭제하라고 결정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거의 매주 수십에서 수백 건의 불법정보 삭제가 결정됐는데요. 자료에 따르면 매년 1만여 건 수준이었던 경찰의 인터넷상 ‘불법정보’ 삭제요청 건수가 2010년 7만9382건, 2011년 7만7300건에 달했다고 해요. 이 시기는 경찰이 인터넷상 게시물을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적발해 형사처벌한 인원이 가장 많은 해였다고 합니다.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굿즈가 절찬리에 판매되고, 김정은이 어떤 인물인지 말투, 필체, 동갑내기 인물 등을 다루는 뉴스도 나오는 마당에 여러 생각이 교차하는 요즘이에요. 방통위는 부당했던 삭제명령에 대한 반성은커녕 소송비용 청구를 하고 있으니 시대를 거스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통위의 소송비용 청구에 대해 과도하며, 애초 이러한 삭제명령이 부당했고, 당시 경찰의 광범위한 사이버사찰에 의한 기획사건이었다는 것을 정리한 의견서를 4월 5일 행정법원에 보냈어요. 아마도 두 달 이내에 소송비용액을 확정하는 법원의 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랑방에 최고서가 날라온 3월에 이웃단체 진보네트워크센터에도 방통위의 소송비용 청구 신청이 있었다고 해요.(*) 한총련에 홈페이지 호스팅을 제공하지 말라는 명령에 불복하면서 제기했던 행정소송 패소에 따른 거라고 하고요. 진보넷의 경우 이번이 벌써 세 번째라고 하네요. 소송의 공익적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다른 민사소송과 동일하게 국가기관에서 소송비를 청구하는 것을 문제다, 이렇게 과도한 소송비 청구가 공익소송을 제기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진보넷과 함께 공동대응을 해나가려고 해요. 공익소송 패소에 따른 소송비 청구 사례들을 모아보고 관련 실태를 파악해보면서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를 제기해보기로 했습니다.

 

소송비용 청구 소식에 어떡하냐, 이사는 할 수 있냐 걱정해주시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방통위가 청구한 23,130,000원 그대로 인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얼마가 되든 수긍하긴 어렵다고 보고 버텨보자는 게 지금의 마음이에요. 이후 상황이 어떻게 될지 걱정스런 마음도 있지만, 우리의 문제의식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셔서 든든하기도 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좋은 변화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좋은 소식, 힘 나는 소식을 전할 수 있길 바라며,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 [관련기사] MB때 공익소송 패소한 시민단체에 방통위 “소송비 내놔라”(미디어오늘/2018.4.9.)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2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