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후원인 인터뷰

좋은 일하는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김병욱 님을 만났어요

11월 한 달 동안 사랑방에서는 대대적인 후원인 구인 활동을 했습니다. 평소에 사랑방에 애정과 관심이 있던 분들에게 쑥스럽지만 후원신청서를 내밀어 보기도 하고, 예전 자원활동가들 중 취업했단 소식을 들은 분들에게 연락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자유권팀 자원활동을 했던 김병욱 님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거의 2년 만에 연락하려니 긴장되더군요. 수화기를 들고 사랑방 후원부탁을 드렸는데, 아니 웬 걸? 이미 사랑방 후원인이라고 하십니다. 어찌나 민망하던지요. 그럼에도 전화 잘 줬다고 그렇지 않아도 후원금을 증액하려고 했다고 따뜻하게 응대해준 김병욱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 오랜만입니다. 사람사랑을 읽을 후원인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올해부터 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김병욱입니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좋은 일, 공익적인 일을 직업으로서 해나가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변호사 생활이 생각만큼 쉽지 않아 좌충우돌하는 중입니다.

◇ 사랑방 자원활동을 하셨는데 어떻게 사랑방 문을 두드리게 되었나요?

평소에도 사회적인 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로스쿨에 다니고 있을 때, 친구가 사랑방을 소개해주었고 학교 공부 말고 시간을 내어서 사랑방 활동도 경험하고 도움이 되고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그런 기대로 자원활동을 해보니 어떻던가요?

자유권팀에서 활동할 때, 집회시위 제대로 하기 위한 대응 매뉴얼 작업을 초반에 같이 했었습니다. 관련한 판례 검토를 하고 그러면서 내가 구체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그 내용이 올해 앱으로도 출시된 걸 보니 굉장히 뿌듯하더군요. 더 중요하게는 인권운동을 하는 분들과 직접 만나가면서 활동가들의 고민이나 마음가짐 같은 걸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었던 게 좋았던 것 같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편안함이라고나 할까요? 단지 행사나 집회 때 만나는 거 말고도 그런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게 참 의미가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 노동자 변호를 열심히 하는 사무실에서 변호사 활동을 시작하셨는데 어려움이 많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부당해고를 당하거나 징계를 당한 분들을 대리해서 소송하는 일을 하게 되었는데, 제가 변호사 되어서 하고 싶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과 함께하고 정당한 권리를 찾는 그런 일을 하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경제적인 이유로 그 사무실에서 일을 그만두게 되었고, 잠깐 휴지 기간을 갖고 새로운 직장을 갖게 되었는데 예전 사무실처럼 의미 있는 소송을 할 수 없게 되어서 많이 아쉽습니다. 그래도 예전 사무실 사람들이나 사랑방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 가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찾으려고 노력할 생각입니다.

◇ 경제적인 이유를 말씀하셨는데, 어떤 어려움인가요?

해고를 당하거나 징계를 당해서 오는 분들의 사건을 많이 맡게 됩니다. 변호사들은 보통 착수금을 받고 사건을 맡게 되는데, 그분들은 제대로 지급할 수 없어서 수임료를 받지 못하고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사무실 운영이 힘들어지는 거죠. 그런 조건 속에서 계속 변호사 활동을 하는 분들을 보면 그게 보통 의지와 노력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엔 경제적인 문제와 연결되는 것이기도 한데, 어쨌든 법적 소송은 우리의 주장이 정당하다고 다 받아들여지는 게 아니고 법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노동사건의 대부분은 훨씬 돈도 많고 권력도 센 회사와 다퉈야 합니다. 여러 가지 자료수집으로 입증해야 하는데 그게 노동자 입장에서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저쪽은 돈이 많으니 대형로펌이 변호를 맡게 되고 재판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인력차이나 이런 게 여실히 드러나게 되는 거죠.

한편 최근 대법원에서 KTX 승무원 해고 사건을 파기환송시켰는데, 그 사건을 보면서 법원이 법리적으로는 맞을 수 있지만 너무나 부당한 이런 결정이 정당화되는 법리가 갖는 한계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고도 겪을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많이 느껴지네요.

사람인생에서 직업이 결정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직업을 통해서 좋은 일을 하지 못하면서, 생업 따로, 좋은 일 따로 한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생각에서 변호사라는 직업을 택했습니다. 막상 그렇게 시작한 좋은 변호사 생활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지금은 제 생각과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셈이고요. 예전에는 어른들이 쉽게 현실을 합리화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짧은 시간 동안 현실적인 어려움들을 겪으면서 그런 어른들이 이해가 되기도 하면서 스스로 경각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학생 때는 여러 가지 고민들을 할 시간도 많고, 뭔가 거창한 고민을 할 시간이 많았는데, 사회에 나가서 생업이나 이런 부분에 시간을 빼앗기다 보니, 실제로는 중요한 논의인데도 별로 생각할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생업에 매달리고 있지만, 예전 사무실 사람들이나 사랑방과 같은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면서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르려고 생각 중입니다.

◇ 마지막으로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지난가을에 거제 대우조선이 복직 결정을 이행하고 있지 않아서 고공농성 중인 강병재 씨를 응원하는 희망버스를 타고 내려갔었습니다. 거기에서 명숙 활동가를 봤는데 많이 반가웠습니다. 그렇게 곳곳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을 사랑방 활동가들에게 감사하고 고맙다는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여기저기서 얼굴 자주 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