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인 인터뷰

함께 하지 못하는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랑방 활동가들이 있어 힘이 납니다.

윤유진 님을 만났습니다

예전 사랑방 자원활동가의 소식을 SNS를 통해 접하곤 합니다. 이번 후원인 인터뷰는 페이스북을 통해 간간히 소식을 알 수 있던 윤유진 님입니다. 2011년 함께 반차별팀 자원활동을 했던 유진 님은 이후 의왕에서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고 있는데요. 오랜만에 서로의 근황을 전할 수 있었던 유진 님과의 인터뷰를 전합니다.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우리 사회를 헬조선이라고 하는데, 그 헬조선에서 일상의 작은 행복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20대 청춘 윤유진이에요.

◇ 2011년에 함께 반차별팀 ‘변두리스토리프로젝트’ 자원활동을 했었는데요, 그 이후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해요.

길지 않은 시간인데 되게 많은 일이 있었어요. 2011년 잠깐 교환학생을 갔다 와서 학교를 졸업했어요. 제가 흔히 말하는 ‘흙수저’다 보니 경제적인 부담으로 회사에 취직해 2년 동안 일을 했지요. 그러다 일하는 회사가 수익이 나빠지자 무더기로 해고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 상황을 보면서 내가 이윤을 추구하는 커다란 시스템에 부속품으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를 부속품 취급하는 회사에서 내가 하는 일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죠.

그렇게 하던 일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어요. 집이 안산시 단원구에 있다 보니 남의 일 같지 않고 내 일처럼 느껴지고... 회사일이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았어요. 참사 이후부터 집 뒤에 있는 작은 광장에서 매일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그 집회를 준비하던 시민단체를 알게 되서 회원으로 이런저런 참여를 했어요. 그곳에서 유가족도 만나고 단원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 이렇게 사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지요. 점점 만나면서 제 안에 물음들이 찾아 왔었어요. 확실하게 생각한 건 회사 일은 아니라는 거였어요. 내가 내일 죽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일을 그만두고 어떻게 살지 고민을 하다 대안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의왕시에 있는 대안학교에서 일을 하게 되었지요

◇ 사랑방도 세월호 활동을 같이 했었는데요. 여러 장소에서 사랑방 사람들을 만났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나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초기부터 광화문에서 집회도 많이 하고 합동분향소에서 추모대회나 이런 것을 많이 했어요. 그런 자리에 참여를 하다 보면 사랑방 활동가 분들을 많이 보게 되었죠. 특별히 기억이 나는 것은 500일 집회 때에요. 안산에서 같이 활동하던 사람들과 광화문 집회에 참여했는데 미류 활동가가 나와서 한영애의 ‘조율’을 불렀어요. 그때 ‘아, 미류다!’라는 반가운 마음에 주변 사람들에게 예전에 자원활동 했던 사랑방 활동가라고 이야기했어요. 이렇게 다시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또 함께 해서 든든하단 생각을 많이 했어요. 세월호 가족들, 우리 사회에서 아픔을 겪고 있는 분들 옆에 사랑방이 항상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며 고마움이 찾아왔어요. 괜히 제가 힘이 나고 내가 항상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사랑방에서 함께 활동하던 활동가들이 그 자리에 있어주니까 너무 힘이 났어요.

◇ 대안학교에서는 무슨 일을 하시는 거예요?

제가 있는 학교가 중고등 통합 학교인데, 올해는 중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을 맡았어요. 작은 규모다 보니 한 학년에 한 반인데 10~15명 정도 되요. 처음 학교에서 일을 시작할 때는 되게 신기하다고 생각했어요. ‘자치’, ‘자립’, ‘더불어 살기’가 교육과목으로 있어요. 더불어 살기 영역은 인권에 대해서 배우는 것이기도 해요. 이런 과목들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면서 여러 고민이 들었어요. 사람으로서 자립한다는 건 뭘까? 나를 다스리는 건 뭘까? 더불어 산다는 건 뭘까? 계속 고민이 늘어나는 같아요.

자립 교과 같은 경우에 한 학년이 하루씩 밥을 지어서 전체학년이 함께 먹게 되는데, 그런 경험으로 다른 사람의 노동에 기대어 내가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돼요. 또 스스로 밥을 할 줄 알고 내 삶에 필요한 것을 스스로 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앞두고 있잖아요. 촛불이 지난 겨울부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데, 혹시 촛불 이후 우리 사회가 이렇게 바뀌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것 있으세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것들이 폭발하듯이 모든 사람에게 공개가 되고 감춰졌던 것들이 까발려졌지만, 사실 다들 짐작하고 예전부터 있던 문제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치의 문제, 경제의 문제, 기득권의 문제들... 어떤 사회가 되면 좋겠냐는 물음에 단도직입적으로 대답을 하면 정치를 통해서 우리가 우리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세월호, 사드배치와 같은 문제를 보면 그동안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들이 정치의 영역에서 의논이 되지 않고 결정되었던 과정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것들을 지켜보며 우리나라 정치는 왜 이럴까, 민주주의란 뭘까, 사람들이 왜 그렇게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을까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읽은 책에서 머리를 한 대 맞은 거 같았어요. 그 책에서는 민주주의를 이렇게 정의했어요. “진정한 민주주의는 공동체의 중요한 문제가 있을 때, 그 구성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고,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그 정의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였던 적이 없다.”라는 글을 읽고보니 맞는 것 같았어요.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소수의 사람들이 공동체의 결정을 했어요. 그래서 앞으로 만들 사회는 내 문제를 소리 내서 말할 수 있고, 정치영역에서 해결할 수 있고, 나와 결정된 문제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나라가 되면 좋겠어요.

◇ 마지막으로 사랑방 활동가들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제가 가지 못하는 자리, 사회적 약자나 우리 사회에서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 옆에 사랑방 활동가들이 있어줘서 고맙고 든든해요. 언젠가 다시 그 자리에서 함께 만나서 반갑게 인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