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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인 인터뷰

다양한 영역을 거침없이 가로지르며 활동하는

은두 님을 만났어요

이번달에는 인권, 노동, 국제인권 등 다양한 영역을 거침없이 가로지르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용감하고 자유로운 은두 님을 만났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은두입니다. 고양이 포포네 집 식구로 살고 있어요. 포포 덕분에 동물권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요. 세상에 되도록 해를 덜 끼치고 살다가 안개처럼 잘 사라지고 싶은 사람입니다. (웃음)

앰네스티 한국지부에서 일을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 활동 소개도 부탁해요.

저는 인권교육팀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작년까지는 혐오대항 전략교육을 진행했고, 올해부터는 교육자 지원을 맡아서 하고 있어요. 교육자가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인권교육 자료를 제작하거나 교육자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 등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즐거운 노조활동도 하고 있어요. (웃음)

저는 제가 당사자인 활동을 해본 경험이 적었는데, 당사자로서 제 권리를 찾아가는 것이 소소한 기쁨이었어요. 내 권리를 위해서 활동했는데 그걸 통해서 비노조원의 권리도 같이 확장되는 게 새삼스럽게 보람 있더라고요. 나 좋자고 했는데 다 같이 좋아지는. 그렇다고 엄청난 걸 쟁취한 건 아니지만요. 협상 등을 앞두고는 신경도 쓰이고 그랬지만, 그래도 이렇게 노조활동을 무탈하게 할 수 있는 건 많은 노동자들이 싸워온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라 감사한 마음도 들었어요. 그래서 지난달에 혼자 망설이다가 김진숙 님 복직을 축하하는 ‘마지막 희망버스’를 타고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쭈뼛쭈뼛 멀리서나마 감사한 마음을 드리고 싶었어요.

인권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전업으로 활동을 하기 전에는 일반 회원으로 가톨릭의 청년평화단체에서 활동을 했어요. 함께 활동했던 이들과 연락은 하고 지내지만 이제는 해소한 단체예요. 처음엔 평화활동을 해야겠다는 포부가 있었던 건 아니고, 막연히 대학생이 되면 사회운동을 하는 줄 알았고, 하고 싶었는데 학내 학생운동을 찾아보기 어려워졌을 때라서 학교 밖에서 우연히 연을 맺게 되었어요. 평화단체 활동을 하면서는 평화가 거창한 것 같지만 일상의 문제고, 흔히 평화 이슈로 떠올려지는 것들도 생각보다는 일상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안보라는 명제가 생활방식과 사고에 너무 많은 영향을 미치잖아요. 군대 문화가 없는 조직과 단위가 드물 정도로요. 그러다가 전업으로 인권단체에서 활동하면서는 그런 구조 안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어요. 예를 들면 제주해군기지나 밀양송전탑 건설 같은 국책사업 과정에서의 인권침해에 대응하는 일을 함께 하면서 그랬던 것 같네요.

인권, 평화, 노동, 국제인권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보폭을 보면 되게 거침없고, 용감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습니다.

말씀하신대로 거침없고 용감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웃음) 용감하다기보다는 좌충우돌을 많이 한 것 같아요. ‘내가 다 겪어봐야만 아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최근에 반려인이 지나가는 말로 저에게 “이 돈키호테야”라고 했는데 그게 맞는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사전에 충분히 예상도 해보고 여러 번 생각하기보다는 겪어보고, 가서 살아보고 그래온 것 같아요. 속된 표현으로 다 찍어 먹어 봐야만 아는..어리석은 인간이랄까요(웃음)

예전에 해녀 복장으로 춤추시는 걸 본 적 있어요. 사회운동을 무용과 접목시킬 수 있는 인권활동가가 있다는 사실이 신선하고, 많은 자극이 되었어요. 어떻게 무용에 관심을 가지시게 되었나요?

자극과 신선함을 드렸다니 기뻐요.(웃음) 지금보다는 훨씬 가볍게 춤추던 때가 이제는 약간 전생처럼 느껴집니다. (웃음) 기억하시는 건 아마 제가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면서 평화군축박람회에서 춤을 췄을 때일 거예요.

무용은 중학교 때까지 하다가 그만두게 되고 나서 곧잘 잊고 살았는데요, 그러다가 대학원에서 무용치료를 전공으로 공부를 시작했죠. 돌이켜보니 무용치료라는 걸 알게 된 계기가 사랑방과도 관련이 있네요! 밀양송전탑 반대투쟁 현장에서 행정대집행을 몇 차례 겪으면서 인권침해조사단에 함께 했는데요, 그때 함께 싸웠던 사랑방 활동가가 그런 얘기를 해줬어요. 급한 대응 끝나고 나면 활동가들도 자기치유의 시간을 꼭 가지면 좋겠다고요. 그게 여행이든, 그림 그리기든 상담 혹은 테라피든 뭐든 간에 자기돌봄이 필요하다는 거였는데, 본인이 해본 것 중에는 무용치료가 가장 잘 맞았다 하더라고요. 그때 처음 무용치료라는 걸 알게 됐어요.

당시 저는 밀양 주민은 아니어도 자주 울컥거리는 감정을 느꼈는데, 전쟁 같았던 행정대집행 현장에서 몇 발짝만 벗어난 옆 동네는 너무 평화로운 거예요. 그 모습이 너무 생경했어요. 행정대집행을 여러 차례 겪어도 익숙해지기보다는 ‘내가 이걸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을 때였죠. 그때 무용치료를 검색해 전공할 수 있는 학교 몇 군데를 알아보고 공부를 시작하게 됐어요. 아쉬운 점은 제가 내담자로서 무용치료를 충분히 받아보고 난 후 공부를 시작한 게 아니라, 학문으로 먼저 접했다는 건데, 그 아쉬움은 치료를 많이 경험해본 동기들을 만나고 나누면서 채웠던 거 같아요.

요즘 어떤 사회적 의제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해요

요즘은 일상의 민주주의, 일상의 인권에 비교적 관심이 많은 거 같아요. 사회적으로 큰 인권 이슈들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고 어렵지만, 한편으로는 일상의 민주주의와 인권이 더 어렵고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대의를 위해 열심히 대응 활동하는데 일상이 그렇지 못할 때 작게는 괴리감과 크게는 위선을 느끼게 되면서요. 활동가이면서 생활인으로서 저 자신도 그렇고, 간혹 대의에는 충실하지만 일상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볼 때나, 또 촛불 정부에서 권력형 비리나 성추행 사건들을 보면서 자연스레 ‘일상의 민주주의’로 관심이 옮겨갔던 것 같아요. 그즈음에 권력형 성추행 사건에 일부 단체나 활동가들이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는 모습이 혼란스럽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노동단체 일각에서는 일터에서의 성추행을 산업재해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하기도 했고 상대적으로 단호하게 입장을 표명하는 것들이 선명하게 다가오기도 했어요. 그런 일련의 대응이 젠더 이슈를 포함해서 여러 분야의 문제들을 노동 안에서 풀어갈 수 있고, 다른 방식보다 해결 범위가 넓고 빠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제 관심사는 결국 권력의 균형/불균형과 연결될 텐데요. 사회적으로, 또 일상 안에서도 권력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흐르는지, 무엇을 밟아야 조금이나마 평등에 가까운지, 꽁하게 보고 있다가 할 말을 해버려야 하는 성격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권력의 흐름에 관심을 갖고 살 것 같아요.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피로감을 토로했어요. 은두님은 어떻게 이 시간을 보내고 계신가요?

새 정권에 대한 걱정보다도 이전 촛불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아직 큰 것 같아요. 거꾸로는 일상에서의 민주주의가 탄탄하지 못했기 때문에 구조를 올리기는커녕 더 푹푹 주저 앉게 됐을까 싶기도 하고, 인권/시민사회가 열심히 싸운 것과는 또 별개로 ‘견제 할 수 있는 힘이 이것밖에 안 된다고?’ 마치 내 실력과 수준을 인정하기가 힘든 느낌이어서 어렵고 더 피로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분노도 여전히 있지만 지금은 걱정이 약간 앞서 있어요. 인권도, 노동도, 여기저기 애쓰는 사람들은 노회해 가는데..;; 어쩌나 하는 걱정인데, 저는 세상의 속도에 뒤처지는 사람이지만 어쩌면 세상이 변하는 속도나 변한다는 것 자체에 또 새로운 해답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일상에 지친 사랑방 후원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춤꾼은 못되지만 춤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쬐끔 잘 출 수 있는 몇 가지 춤 외 대부분의 춤에는 춤치, 몸치인 사람이기도 하고요. 춤출 때 빼고는 움직임이 느린 제가 춤추는 게 상상이 안 된다고 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춤을 비롯해서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에 익숙하지 않거나 손사래부터 치곤 하는데요. 그러면 거기에서부터 시작해서, 낯설게 움직이는 걸 금기라고 생각하고, 금기를 깬다는 느낌으로 조금씩 움직이고 엉뚱하게 춤추고 그래 보면 좋겠어요. 신나서 춤을 출 수도 있지만, 거꾸로 춤을 일부러 춰서 신이 날 수도 있어요. 노래나 산책을 대입해도 마찬가지고요. 저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잘 까먹곤 해서, 저를 포함해서 많은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일주일에 몇 번 이상은 일이랑 아무 상관 없는 무언가를 꼭 합시다!(춤, 노래, 그림, 산책 등등)

마지막으로 인권운동사랑방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제게 사랑방은 진중함과 진득함이 있는 곳 같아요. 그래서 든든하기도 하고요. 저에게 부족한 점들이어서 존경하고 애정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래서 다가가기 망설여지는 느낌이기도 해요. 자칫하다가 어떤 끝장토론에 휘말릴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농담이에요^^) 진득하게 진중한, 닮고 싶은 곳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한편 이건 제가 일하면서 하는 고민이기도 한데요, 인권을 어떻게 쉽고 친근하게 풀어갈 것인가 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쉬운 언어에 대해서 계속 같이 고민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 얘기는 풀어놓고 보니 너무 긴 것 같기도 하네요. 더 간결하고 즐거운 사람이 될게요. 회원 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방 더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