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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테의 인권나무 키우기] 국제입양의 해결책, 비혼모들의 모성권 강화 (2)

부국 여성들의 모성애가 더욱 뛰어날까

몇 년 전 BBC에서 한 앵커가 아프리카의 아동보호기구에서 활동 중인 한 활동가에게 다음과 같은 취지의 질문을 했다. "자식들을 많이 낳고 지독한 기근에 시달리는 여성들은, 선진국에서 아이들을 기르는 여성들보다 아동보호에 대한 인식이 적을 것 같다." 이에 대해 활동가는 "상대적으로 아이들을 많이 둔 빈국 여성들이 부국 여성들에 비해서 모성애가 부족하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 이들 역시 자신들의 아이들을 잘 기르기 위해 온갖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남편이 없다고 해서, 가족의 보조가 없다고 해서, 아직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열악하다고 해서, 아이들을 잘못 기른다고 보기 힘들다. 수많은 비혼 여성들은 기회가 된다면 자신의 인생을 모조리 바쳐서라도 아이들을 온전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기르고 싶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들에게 낙태와 입양을 강권한다. 만일 이들이 사회복지의 혜택을 적절히 받으며 아이들을 자신의 힘으로 기를 수 있고, 아이를 기르면서도 병행할 만한 직업을 구해 유급노동을 안정되게 할 수 있으며, 비혼모 가구에 대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의 편견과 배제가 줄어든다면, ‘입양 송출국가들 중 가장 부유한 국가’라는 웃지 못 할 순위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비혼모에 대한 편견은 북유럽에도 있지만…

얼마 전 코펜하겐에서 알게 된 비혼모는 올해 한국 나이로 18세이다. 남자친구가 책임질 것을 거부했고, 친부모가 거듭 낙태를 권유하여 다투다가 가출했지만, 그는 반드시 아이를 낳고 싶었다. 코펜하겐 시당국은 그와 딸을 위해서, 코펜하겐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에 조그마한 임대아파트를 제공했다. 그가 아이의 병원비와 탁아소 등에 지불해야 할 비용은 무상에 가깝다. 평일 오전부터 오후 4~5시까지 양질의 시설을 보유한 탁아소에 아이를 안전하게 맡길 수 있기 때문에, 그는 자활을 위해서 기술을 배우고 있다. 덴마크 기준에서 보자면 그는 극빈층에 가까우며,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았다는 편견은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덴마크에서도 엄연히 존재한다고 한다. 하지만 적어도 아이를 입양 보내야 할 만큼, 처절한 생활고와 불용에 가득 찬 편견이 노골적이지 않기에, 그는 단 한 번도 입양을 고민해본 적이 없다.

한 입양인의 가족사진

▲ 한 입양인의 가족사진


오늘날 북유럽에서 국내 입양을 선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혼모들의 자식들이 아니다. 마약 남용과 알코올 중독 등으로 도저히 아이들을 기르기 힘든 부모들이 자국 안에서 입양을 보낸다. 북유럽에서 비혼모들이 아이들을 내다버리지 않는 주된 원인은 모성애가 한국보다 더욱 높아서가 아닐 것이다. 북유럽 기준에서는 빈곤층에 속할지언정, 기본적인 삶의 수준을 어느 정도 보장받으며 아이들을 기를 수 있는 여건을 국가와 사회가 제공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눈여겨볼 점은, 북유럽의 학교나 탁아소, 유치원 등지에서 아이들이 부모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로 인해 교사나 교육기관으로부터 불이익을 받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북유럽에서는 모성을 실현할 권리와, 행복한 유년기를 보내며 잠재능력을 펼칠 기회가 기본권에 속하기 때문이다.

숱한 후유증을 남긴 국제입양의 역사

한국에서 국제입양은 역사적으로 한국사회의 문제점들을 손쉽게 해결하는 수단으로 악용된 측면이 있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주둔 미군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동들을 한국 밖으로 솎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국제입양이 본격화 되었다. 그동안 빈곤계층과 비혼모들의 아이들을 위한 복지비용을 쉽사리 해결하기 위해서 국제입양은 날개 돋친 듯 이루어졌다. 전 세계에서 국제입양된 이들 중에서 한국 입양인들의 수가 4위에 육박한다. 입양 에이전시들은 유구한 국제입양의 답습 속에서 웬만한 기업 못지않은 규모로 성장했다. 급진적인 입양인 운동가들은 한국에서 가장 잘 판매된 자원 중의 하나가 아이들이었다고 성토하기도 한다.

병원 문이 닫히는 일요일에 작은 시골병원 앞에서 기적적으로 발견된 한 아이는 그때 죽지 않았던 것 하나만으로 감사하며 스웨덴에서 살아간다. 그는 자신이 낳은 아이가 커가면서, 친부모가 죽기 전 단 한 번이라도 상봉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행을 감행하며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그러나 자신이 메모 하나 없이 병원에 버려진 아이였다는 점만을 씁쓸하게 확인했다. 그는 어느 입양 에이전시에서 자원 활동을 하면서 몇몇 ‘어머니’들과 대면할 수 있었다. 아이를 낳기 전 임시로 머물 수 있는 시설은 생각보다 시설이 좋았을 뿐더러, 무엇보다도 비혼모들은 막대한 병원비와 생계비 걱정이 덜했다. 점증하는 비혼여성들에 의한 입양을 목도하며, 한국의 비혼모들이 이 정도의 지원이라도 꾸준히 받을 수 있다면, 입양으로 디아스포라의 상흔을 안게 되는 사람들의 수가 크게 줄 것이라는 통찰을 했다고 한다.

이제는 국제입양을 종료해야 할 시점

국제입양은 무시하기 힘든 장점에도 불구하고, 숱한 문제점들을 양산하는 것으로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자신과 피부색이 완전히 다른 가족과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정체성 혼란, 버려졌다는 배반감과 또 다시 유기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증오범죄가 증가하는 서구 국가에서 소수자로 살아야 하는 불이익, 과거 국제입양의 난립으로 인해 정확하지 못한 수많은 입양서류들, 한국에 대한 애매모호한 감정, 그리고 입양을 보내는 부모에게는 평생 부채감과 아이의 미래에 대한 공포가 서슬 퍼렇게 남아 떠나지 않을 것이다.

국제입양을 줄이는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비혼모 여성들이 만일 아이를 낳아서 양육하기를 원할 경우, 그들이 살 수 있는 거처와 생활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비혼모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이 아이를 기를 때 경험하는 문제점들을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각종 지원책이, 탁상공론이 아닌 실제 적용되는 시스템으로 다가가야 한다.
덧붙임

나이테 님은 인권운동사랑방을 후원하는 자유기고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