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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오름 > 청소노동과 청소노동자의 삶

[기획 : 청소노동과 청소노동자의 삶 ⑤] 그/그녀들의 존재와 노동은 존중되고 있나?

청소노동자와 관계 맺기

2010년 상반기를 떠들썩하게 했던 청소노동자 막말 사건. 모 대학에서 청소노동자에게 막말을 퍼붓는 학생의 음성파일이 인터넷에 돌면서 도덕적 비난과 함께 가해 학생을 밝히기 위한 열띤 움직임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엄마 같은 분에게 어떻게’, ‘청소 일을 하찮게 보는 우리 사회의 풍조가 문제’ 등등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막말 사건은 그동안 유령처럼 취급되어온 청소노동자들의 현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했다. 그러나 사건에 대한 대부분의 반응은 가해 학생에 대한 비난이었고, 이는 그 사건을 가해 학생 vs 피해 청소노동자의 구도로만 보게 했다. 결국 막말 사건은 가해 학생의 사과로 정리가 되었는데 뭔가 아쉽고 찜찜한 기분이 남는다.

막말 사건을 돌아보면서

[설명] 따밥 캠페인 모습

▲ [설명] 따밥 캠페인 모습



2009년 상반기부터 공공노조 등과 함께 한 ‘청소노동자에게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를’ 캠페인(이하 따밥 캠페인)은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알리고 개선을 요구하는 활동을 해왔다. 캠페인은 청소노동자들이 고된 노동을 하면서도 ‘찬밥을 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문제의 초점으로 잡았고, 휴게 공간 마련, 식대 지급, 생활임금 보장을 개선안으로 요구해왔다. 수차례 진행한 거리캠페인과 6월 5일 열린 청소노동자 행진이 여론화되고 지지의 목소리들이 모아지면서 이화여대는 휴게 공간 리모델링을, 동덕여대는 고용 승계를, 고려대병원은 식대 지급을 약속받는 등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싸웠던 사업장에서 작지만 소중한 성과들이 있었다.

따밥 캠페인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접하게 된 막말 사건 소식, 근데 왜 아쉽고 찜찜한 기분이 들었을까? 낮은 임금, 불안정한 고용형태, 열악한 노동환경과 맞물려 청소 일을 하찮게 보는 사회적 인식이 막말 사건의 배경인데, 막말 사건 논란에서 이런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되지 않았다. 그저 가해 학생 대(vs) 피해 청소노동자 이렇게 개인 간의 문제로 환원되었던 것, 그게 이유인 것 같다. 또한 막말 사건과 같은 일이 또 발생하지 않도록 얘기되는 지점, 즉 청소일의 가치를 인정하고 청소노동자를 차별하지 않고 존중해야 한다는 그 뻔 한 얘기가 너무 당연하지만 레알(real_진짜) 현실이 되기엔 너무 어렵다는 것도 이유인 것 같다.

막말 사건처럼 극단적이지는 않더라도 일상에서 청소노동자들은 이와 비슷한 경험을 흔히 하고 있지는 않을까? 인권운동사랑방 사회권팀이 서울 3개 사업장(*)에서 설문한 결과 ‘일하면서 폭언이나 비하 등 인격적 무시를 당한 경험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과반 이상이었다.

“인턴 숙소를 청소하러 갔는데 음료수 캔 하나랑 꽁초 든 종이컵이랑 있더라고. 다 먹은 건 줄 알고 치우려고 집었더니 ‘에이씨’ 하는 거야, 그래서 ‘어머 죄송해요 드실 겁니까?’ 했더니 ‘아줌마가 손으로 만졌잖아요, 내버리세요.’ 그러는 거야. 어찌나 불쾌한지, 진짜 불쾌하더라고.”

“이 건물에 회의실이 많아요. 우리 쪽에선 그걸 깨끗이 한다고 대청소를 잡았는데, 교수님이 오시더니 ‘여기 누가 청소하라고 했냐?’고 하는 거야. ‘오늘 쉬는 날인 줄 알고 대청소 하려고 한다.’ 그랬더니 ‘니가 뭔데 허락도 없이 하냐.’ 이러면서 때릴 기세로다가 얼마나 뭐라고 하는지……. 관리소장님이랑 다 같이 가서 막 빌고 사정하고 그랬다니까.”


B 사업장에서 만난 청소노동자들이 몇 년 전 겪었던 일이다. 이러한 청소노동자들의 경험은 청소노동을 하찮게 보는 시선이 청소노동자에 대한 인격 무시와 차별로 이어지는 것을 보여준다. 노동의 위계가 관계의 위계로 이어지면서 차별이 발생하는 것이다. 차별이 발생하는 원인은 구조적인 문제와 맞닿아있지만 현실에서 차별은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개인적 관계 속에서 드러난다.

‘안녕하세요?’ 란 인사 한 마디

2008년도 OES 데이터(중앙고용정보원의 산업별 직업별 고용구조조사)에 따르면 청소노동자는 남성이 69,707명(18.4%), 여성이 308,220명(81.6%)으로 여성이 절대적으로 많다. 전체 청소노동자의 평균연령은 56.3세인데, 60세 이상이 41%로 가장 많고, 50대가 39.2%로 두 번째 이다. 이렇게 고령여성이 대다수인 청소노동자들, 우리가 만난 청소노동자들은 전업주부로 살다가, 공장에서 일하다가 청소노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책임감 다 있어요. 자기 할 일 다 해요. 소홀히 해서는 여기 있을 수 없어요. 유지가 안 되니까. 월급을 받으니까 책임감 갖고 그 대강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청소 일을 하며 버는 돈이 고작 최저임금 수준이지만 그/그녀들에겐 이 나이에도 내가 스스로 일해서 먹고 산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이 강하게 있다. 하지만 일터에서 그녀들의 존재와 노동이 존중되고 인정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들은 여전히 있다.

“자기들(업무원들)도 환자들이랑 실랑이를 하니깐 그걸 우리한테 푸는 것 같아. 우리도 우리가 해야 할 일 알고 내 일이니까 당연히 신경 써서 잘하려고 하는데. 이거저거 자꾸 시키면서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것 마냥 그러는 것 같아. 그런데서 스트레스를 받아.“

“인턴, 레지던트들, 기분에 따라 받을 때도 있고 안 받을 때도 있고. 진짜 기분 나쁜 거야. ‘안녕하세요?’는 기본인데 그걸 하는데도 받아주지 않을 때는 진짜”


[그림] 윤필

▲ [그림] 윤필



새벽 첫 차를 타고 출근하는 그녀들, 다른 사람들보다 이른 하루를 시작하는 그녀들의 노동으로 다른 이들의 하루가 상쾌하게 시작될 수 있다. 취업 장벽 때문에 예전보다 일찍 학교에 나오는 학생들이 많아진 편이란다. 다른 이들이 그 공간을 사용하기 원활하도록 휴지통을 비우고 쓸고 닦는 그녀들의 손놀림이 더 바빠지는 이유이다.

“시험 기간이면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빨리 오잖아. 화장실 휴지통 먼저 비우고 학생들 없을 때 후다닥 강의실부터 치워. 시험 기간에는 열람실을 24시간해서 학생들이 있어도 해야 돼. 여기 오기 전에 일했던 데는 열람실 대청소 같은 것 하면 공고를 써 붙였거든. 그럼 학생들이 이용 안 해서 충돌이 없었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더라고. 대청소 하면 왁스칠 하고 그러면 미끄러우니까 학생들은 불만이잖아. 그래서 올해는 소장한테 미리 좀 써서 알리자고 얘기했지.”

이러한 청소노동자의 사정을 알아서일까? A 사업장에서 만난 청소노동자는 학생들이 지나가면서 건네는 말 한마디가 힘이 된다고 한다.

“계단에서 마주치면 학생들이 ‘안녕하세요? 오늘도 재충전하세요. 그래. 그럼 나도 ‘좋은 하루 돼’ 그러고. 여기서 2년 정도 일하면서 매일 보니까 정이 든 것 같아.”

[그림] 윤필

▲ [그림] 윤필



청소노동자들의 권리 찾기를 위해

우리가 어딜 가던지 그곳을 쓸고 닦는 청소노동자들이 있지만 청소노동자라는 존재, 그리고 그/그녀들이 하는 청소노동은 늘 보이지 않는 것처럼 여겨져 왔다. 그래서 매일 그/그녀들을 봤어도 알지는 못했다. 그래서일까? 따밥 캠페인을 하며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며 지지를 보내주었다. 10월 16일 청소노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장밋빛 노동, 장밋빛 인생을 노래했던 ‘청소노동자 노래자랑’은 서울역을 오가는 많은 이들의 발길을 잡았다.

[설명] 청소노동자들의 노래자랑

▲ [설명] 청소노동자들의 노래자랑



그리고 ‘우리’의 권리를 ‘우리’가 함께 찾겠다고 청소노동자들이 뭉쳤다. 하반기 임금단체협상에서 공동의 요구를 내걸고 고려대, 고려대병원, 연세대, 이화여대 청소노동자들이 관련된 9개 용역업체들과 집단교섭을 체결하기 위해 모인 것.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이들이 모이고 뭉치면서 함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약 40만 명의 청소노동자 중에 노동조합에 가입한 이들은 5천 명이 채 되지 않는 다고 한다. 2008년도 OES 데이터를 보면 청소노동자의 93.8%가 사업장에 노조가 없다고 하고, 노조에 가입한 청소노동자는 4,849명으로 전체의 1.3%에 불과하다. 수많은 건물에서 적은 인원으로 청소 일을 하면서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너무도 많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지난 10월 1일 발생한 부산 해운대 오피스텔 화재사건이다. 경찰은 청소노동자들이 썼던 문어발식 전기콘센트가 발화 원인이라며 청소노동자 3명을 입건한 상태다. 그러나 화재의 근본 원인은 산업안전보건법상 보장되어 있는 휴게 공간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진화장비도 없고 준공검사도 안한 배관이 지나다니는 ‘불법’휴게실을 설치해놓고 청소노동자들이 쓰도록 한 것에 있다. 나아가 청소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도록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인 것이다. 안전하지 못한 휴게 공간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청소노동자들에게 엉뚱하게 책임을 묻는 현 상황이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청소노동자 사법 처리에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이 시작된 지 불과 며칠 만에 1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동참하였다.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제기를 같이 해나가는 움직임이 작지만 소중하다.

따밥 캠페인은 청소노동이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데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노동이라는 것, 이런 청소노동의 가치를 재발견하면서 그동안 유령처럼 취급되었던 청소노동자들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드러내는 과정이었다.

“예전에는 청소하는 아줌마들을 자기들 때만치도 못하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니잖아. 사회적으로 이런 사정들이 잘 알려져야 사고방식이 바뀌는 것 같아.” 막말 사건 논란이 일면서 조금 달라진 게 있다던 청소노동자의 말. 청소노동에 대한 낮은 인식, 청소노동자에 대한 인격 무시와 차별은 맞물리면서 발생한다.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연대와 공감, 지지는 노동과 차별의 위계를 흔드는 단초일 수 있다. 청소노동자들의 권리 찾기를 위해 내가 일하고 생활하는 이 공간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즐겁게 노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작은 실천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 인권운동사랑방 사회권팀 진행한 설문조사로 고대병원 33명, 서울대병원 9명, 동덕여대 11명의 청소노동자들이 답변해주었다.

덧붙임

민선, 선영, 세주, 의영, 형수, 효철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