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서울의 새벽 울린 노동자 절규

한국통신 비정규노동자, 목동 점거투쟁


"정리해고 철회하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노동자들의 절절한 외침이 깊이 잠든 서울의 새벽을 강타했다.

29일 새벽 3시, 한국통신 계약직노조 조합원 2백여 명은 서울 화곡전화국 목동분국을 기습 점거하고 5시간 30여분동안 농성을 벌였다. 이들의 농성은 긴급 출동한 6백여 명의 경찰에 의해 강제 진압되고, 홍준표 위원장을 비롯한 농성 참가자 1백98명은 전원 연행돼 현재 서울 시내 14개 경찰서에 분산 수용돼 있다. 연행된 조합원 전원은 묵비권을 행사하며 경찰 수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한국통신 계약직노동조합(아래 한통계약직노조)은 지난해 말 사측이 '계약만료'라는 이유로 1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중 7천여명을 무더기 해고한 것에 반발해 2000년 12월 13일부터 1백7일 동안 파업을 벌여왔다.

이번 점거 농성은 "사측이 대체 인력을 투입하여 사실상 파업을 무력화하고, 2월 10일 이후 사측이 전혀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청원경찰을 동원해 노조의 집회를 방해하며 노조를 무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환점을 만들어보겠다"는 결의로 지난 25일 조합원 임시총회에서 의결·추진된 것이다. 한통계약직노조는 점거에 들어가면서 "우리의 투쟁이 승리한다면 그것은 곧 자본과 정부의 구조조정에 파열구가 뚫린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정리해고 분쇄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힘이 하나로 모일 때 더 이상 노동자의 생존권을 담보로 한 구조조정은 밀어 부칠 수 없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통계약직노조가 목동전화국을 점거하고 입구에 트럭·오토바이 등으로 차단벽을 설치하자 경찰은 헬기 1대, 경찰특공대 1팀, 경찰병력 5개 중대, 여경 1팀 등 6백여 명에 달하는 병력을 동원했고, 연막탄을 터뜨리며 소방 호스로 물을 쏟아 부어 신속하고도 치밀하게 농성을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성명 미상의 조합원 1명이 실신해 인근 이대목동병원으로 후송됐다. 하지만 이 조합원은 응급실로 들이닥친 사복 경찰 15명에 의해 양천경찰서로 연행됐다. 경찰들은 몸도 성하지 않은 환자를 연행하며 담당 의사의 의견도 묻지 않았다. 한통계약직노조의 점거 및 연행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노총, 민중연대, 민주노동당, 인권운동사랑방, 사회진보연대 등 10여 개 노동·사회 단체들은 일제히 한통계약직노조에 대한 지지 성명을 발표하고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 이어 두 달이 채 안 돼 다시금 공권력을 투입해 노동자를 강압적으로 연행한 정부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한통계약직노조 이춘하 상황실장은 "지금 한국통신은 이미 정리해고한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정규직도 1천6백여 명 가량 퇴직시킬 예정"이라며 "'경제 살리기'라는 미명아래 노동자들의 삶이 파괴되는 현실 아래서 노동자 모두가 하나로 단결해 생존권 쟁취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통계약직노조는 지난 파업기간 동안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한국통신 본사 앞에서 5차에 걸쳐 총 84일 간 노숙 투쟁을 벌였다. 영하 10도에서 20도를 오르내리는 한겨울의 낮과 밤을 비닐과 담요 한 장으로 버티던 가운데 조합원 이동구 씨는 혈액순환 장애로 인해 뇌에 이상이 생겨 올 2월 15일 이후 줄곧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