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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문헌읽기]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

모든 사람은 이주자일 수 있다. 기름바다가 된 곳, 만리포 해수욕장은 내 아버지의 고향이었다. 어린 시절 해녀가 갓 잡아온 전복과 해삼으로 상다리가 부러지는 상찬을 맛보았던 곳이고, 바닷물로 씻으면 다래끼가 낫는다고 온 가족이 해수욕을 간 날, 열심히 눈을 씻었던 곳이다. 내 아버지가 그런 고향을 떠나 서울사람이 됐듯이,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타향살이’를 통해 삶을 추구했다. 전세금 파동이 있을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주거를 옮긴다. 직장을 유지하려고 가족들이 떨어져 살기도 한다. 팍팍한 삶을 벗어나려 먼 나라로 이민을 떠나기도 한다. 하와이에 이민 노동간 먼 선조나 광부와 간호사로 떠나갔던 가까운 선조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런 저런 상황과 이유로 우리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이주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이주자’가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 이방인 노동자, 손님 노동자 혹은 이주노동자, 이주여성 등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운 일을 한다. 체류가 불법이면 힘든 노동도 불법으로 손가락질 받는다. 위험하고 열등한 존재로 취급받는다. 말이 결혼이지 사기‧매매‧폭력에 우는 경우가 많다. 가족과는 생이별이거나 새로 태어난 아이들을 온전히 키우기 어렵다. 노조를 만드는 족족 지도부가 연행되고 사냥식의 단속에 떨어야 한다.

이렇게 끔찍한 현실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주를 한다. 결코 자발적이라 할 수 없는, 좋든 싫든 이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등 떠밀기 때문이다. 불법이다 아니다, 환영한다 안한다와 관계없이 어떤 조건에서건 기본적인 인권이 존중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과제이다. 이주(노동자)는 현실이며, 우리 사회의 테두리 속에서 같이 살아가는 인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는 12월 18일은 ‘세계 이주민의 날’이다. 1990년 이날, 유엔이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을 채택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이 협약은 “본인이 국민이 아닌 국가에서 보수를 받는 활동에 종사할 예정이거나, 종사하고 있거나, 종사해온 사람”으로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보편적인 정의(2조)를 내리고 있으며, 다음과 같은 점을 눈여겨볼 수 있다.

첫째,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는 그들이 고용되어 있는 국가의 법이나 모국의 법으로 보호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책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둘째,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구성원의 범주에 대한 최초의 국제적인 정의를 보여준다. 또한 그들에 대한 처우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집단적 추방에서 보호될 권리(22조), 이주노동자의 지위나 지위의 변화로 인해 형을 부과하는 것에 반대하며, 이중과세로부터 보호(48조), 소득과 저축을 가지고 귀국할 자격(47조)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셋째, 이주노동자를 노동자나 경제적 존재만이 아닌 ‘가족을 가진 사회적 존재’로 바라보고 있다.

넷째, 등록된 합법 노동자이건 아니건 간에 기본적인 권리를 평등하게 적용한다는 원칙이다.

다섯째, 불법적이고 은밀한 이주를 억제하기 위한 노력, 평등하고 인간적이고 적법한 조건의 증진을 통해 이주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방지하는 것을 협약의 과제로 삼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소기준의 확립을 추구하고 있다. 자국 영토 내에서 누구에게 거주조건과 노동허용조건이 주어지는가를 결정하는 것은 국가의 권한으로서 보호되지만, 국내보호기준이 미흡한 국가들은 국제적 최소 기준에 근접하게끔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배우자의 권리, 노동국에서 태어난 어린이의 권리, 가족 재결합의 권리, 노동계약과 작업장에서의 안전보장문제, 본국 송환 프로그램, 이주노동자 조직을 정책 참여자로서 인정하는 것 등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인권상황은 이 협약의 지위에도 반영돼 있다. 여타 국제인권조약과 비교할 때 발효되기까지 시간이 아주 오래 걸렸고, 당사국의 수는 여전히 빈약하다. 한국 정부를 비롯하여 대개의 잘사는 나라들은 하나도 가입하지 않았다. 현재 37개국에 불과한 당사국들은 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들이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한 건 1994년 1월에 있었던 농성으로 기억된다. 네팔과 방글라데시 출신 13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산재치료와 보상을 요구하며 경실련 강당에서 농성을 벌였다. 그때 나왔던 그들의 호소문을 다시 찾아봤다. 1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과연 이들의 호소는 한국 사회에서 얼마만큼 받아들여진 것일까?

“우리가 아무리 불법노동자라고 하지만, 우리도 여러분과 같이 피와 느낌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지난날 한국이 가난했을 때 많은 한국인이 이국땅에 나가서 고난을 받았던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때의 심정을 생각하면서 가난한 나라에서 온 우리들의 처지를 헤아려 주시고, 사람으로, 이웃으로 맞아주셨으면 합니다.”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

(93개조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므로 일부만 발췌 소개합니다.
전문은 http://sarangbang.jinbo.net/kr/info/UN/un1.html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관련되어 국제사회에서 많은 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주현상의 중요성과 정도를 실감하고, 이주노동자의 유입이 관계국과 그 국민에 미치는 충격을 인식하며,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처우에 관한 기본원칙을 수용함으로써 각국의 태도 조화에 기여할 수 있는 규범의 수립을 희구하고, 무엇보다도 출신국에 없다는 점과 취업국에 체재함에 따라 직면하는 어려움으로 인하여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은 종종 취약한 상황에 처하게 됨을 고려하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가 충분히 인식되어 있지 않으며, 따라서 적절한 국제적보호가 필요함을 확신하고, 특히 가족 이산으로 인하여 이주는 이주노동자 본인은 물론 그 가족에게도 종종 심각한 문제를 야기함을 고려하고, 이주와 관련된 문제들은 비정규 이주의 경우에 한층 심각하다는 점에 유의하여, 그들의 기본적 인권의 보호를 보장함과 동시에 이주노동자의 은밀한 이동과 불법거래를 방지하고 제거하기 위하여는 적절한 조치가 취하여져야 함을 확신하고, 미신고 또는 비정규적 상황하의 이주노동자는 종종 다른 노동자보다도 불리한 근로조건하에 고용되어 있으며, 일부 고용주는 불공정한 경쟁으로 이익을 얻기 위하여 이에 현혹되어 그 같은 노동력을 찾는 점을 고려하고, 모든 이주노동자의 기본적인 인권이 보다 광범위하게 승인된다면 비정규적 상황의 이주노동자의 고용에 의지하기가 단념될 것이며, 나아가 정규적 상황의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에 일정한 권리를 추가로 인정한다면, 모든 이주노동자와 고용주가 당사국의 법률과 절차를 존중하고 준수하는 것이 촉진될 것임을 고려하고, 그러므로 범세계적으로 적용될 포괄적인 협약에서 기본규범을 재확인하고 확립하여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에 대한 국제적 보호를 달성할 필요성을 확신하여,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


제1조 2. 이 협약은 이주의 준비, 출국, 통과, 취업국에 체류하여 유급활동을 하는 전기간은 물론 출신국 또는 상거소국으로의 귀환을 포함하는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전 이주과정에 적용된다.

제2조 이 협약의 적용상:
1. "이주노동자"란 그 사람이 국적국이 아닌 나라에서 유급활동에 종사할 예정이거나, 이에 종사하고 있거나, 또는 종사하여 온 사람을 말한다.

제16조 2.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은 공무원, 개인, 사인집단 또는 기관 등 그 누구에 의한 폭력, 상해, 협박 및 위협에 대하여도 국가의 효과적인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18조 1.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은 법원에서 그 나라의 국민과 평등한 권리를 가지다. 그 사람은 형사상의 죄 또는 소송상의 권리, 의무의 결정시에 법률에 의하여 설립된 권한 있고 독립적인 공평한 법원에 의하여 공정한 공개심리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22조 1.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에 대한 집단적 추방 조치는 금지된다. 각 추방사건은 개별적으로 심리되고 결정되어야 한다.

제25조 1. 이주노동자는 보수 및 다음 사항에 있어서 취업국 국민보다도 불리한 취급을 받지 아니한다.
(a) 다른 근무조건, 즉 초과근무, 노동시간, 주간휴가, 유급휴가, 안전, 보건, 고용관계의 종료, 기타 그 나라의 법률과 관행상 근무조건에 포함되는 사항.
(b) 다른 고용조건, 즉 고용의 최저연령, 가사노동의 제한, 기타 그 나라의 법률과 관행상 고용조건으로 간주되는 사항.

제26조 1. 당사국은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다음과 같은 권리를 인정한다.
(a) 관련 조직의 규정만을 조건으로 하여 노동조합 및 자신들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및 기타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법률에 따라 설립된 기타의 조직의 집회와 활동에 참가할 권리.
(b) 관련 조직의 규정만을 조건으로 하여 노동조합 및 위에 지적된 조직에 자유로이 가입할 권리.
(c) 노동조합 및 위에 지적된 조직의 원조 및 지원을 추구할 권리.
2. 이러한 권리의 행사에 대하여는 법률에 규정되고 국가안보, 공공질서, 타인의 권리 및 자유를 보호하기 위하여 민주사회에서 필요한 제한 이외에는 어떠한 제한도 부과될 수 없다.

제28조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은 해당국 국민과의 평등한 대우를 기초로 하여 생명의 유지와 회복 불가능한 건강상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긴급하게 요구되는 진료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응급진료는 그의 체류나 취업이 비정규적임을 이유로 거절되어서는 아니된다.

제29조 이주노동자의 자녀는 성명, 출생등록 및 국적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제30조 이주노동자의 자녀는 해당국의 국민과의 평등한 대우를 기초로 하여 교육을 받을 기본권을 가진다. 어느 부모의 체류 또는 취업이 비정규적이라거나 취업국에서의 자녀의 체류가 비정규적임을 이유로 공립의 취학전 교육기관이나 학교의 입학이 거부되거나 제한되어서는 아니된다.

제31조 1. 당사국은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문화적 독자성에 대한 존중을 보장하여야 하며, 그의 출신국과의 문화적 유대의 유지를 방해하여서는 아니된다.
2. 당사국은 이에 관한 노력을 지원하고 조장시키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제32조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은 취업국에서의 체류가 종료되었을 때 그들의 소득과 저축을 이전시키고, 관련국의 해당 법률에 따라 가재 및 소지품을 이전시킬 권리를 가진다.

제40조 1.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은 그들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및 기타의 이익을 증진시키고 보호하기 위하여 취업국에서 단체와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를 가진다.

제42조 1. 당사국은 출신국과 취업국 양쪽에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특별한 필요, 희망 및 의무가 이를 통하여 고려될 수 있는 절차 또는 기관의 수립을 검토하여야 하며, 적절한 경우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이 이 기관에 자유롭게 선출된 대표자를 둘 수 있는 가능성을 상정하여야 한다.
2. 취업국은 지역사회의 생활과 운영에 관한 결정을 할 때 국내법에 따라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과의 협의와 참여를 조장하여야 한다.
3. 취업국이 주권의 행사로서 이주노동자에게 정치적 권리를 부여하면, 그는 취업국에서 정치적 권리를 향유할 수 있다.

제43조 1. 이주노동자는 다음 사항의 이용에 관하여 취업국의 국민과 평등한 대우를 향유한다.
(a) 당해 기관과 사업상의 입학요건 및 기타 규정을 따른다는 조건하에 교육기관 및 교육사업의 이용.
(b) 직업안내 및 취업소개의 이용.
(c) 직업훈련 및 재훈련시설과 기관의 이용.
(d) 주택의 이용. 이에는 사회주택계획과 임차료의 착취로부터의 보호를 포함한다.
(e) 당해 사업의 참가자격을 충족하는 경우 사회 및 보건사업의 이용.
(f) 협동조합 및 자주관리사업에의 참여, 단 이것이 그들의 이주상의 지위 변경을 의미하지 아니하며, 당해 단체의 규정과 규칙을 따라야 한다.
(g) 문화생활의 이용과 참여.

제44조 1. 당사국은 가정이 사회의 자연적이며 기초적인 단위이고, 사회와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짐을 인정하며, 이주노동자 가족들의 결합의 보호를 보장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제45조
2. 취업국은 적절한 경우에는 출신국과 협력하여 이주노동자의 자녀에게 특히 현지언어를 가르치는 것과 관련하여 그들이 현지의 학교제도에 용이하게 적응하도록 하는 정책을 추구하여야 한다.
3. 취업국은 이주노동자의 자녀에 대한 모국어 및 출신국의 문화 교육을 촉진하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출신국은 적절한 경우 언제든지 이에 협력하여야 한다.
4. 취업국은 필요하다면 출신국의 협력을 받아 이주노동자의 자녀의 모국어 교육을 위한 특별과정을 설치할 수 있다.

제67조 1. 관련 당사국은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이 귀국하기로 결정하였거나, 체류 또는 취업허가가 만료되었거나, 또는 취업국에서 비정규적 상황에 있을 때, 그들의 출신국으로의 질서 있는 귀환에 관한 조치를 채택함에 있어서 적절히 협력하여야 한다.
2. 관련 당사국은 정규적 상황의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과 관련하여 출신국에서의 그들의 재정착을 위한 적절한 경제환경을 조장하고 그들의 항구적인 사회적, 문화적 재통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국간에 합의된 조건에 따라 적절히 협력하여야 한다.

제68조 1. 통과국을 포함하여 당사국들은 비정규적 상황에 있는 이주노동자의 불법 내지 비밀 이동과 취업을 방지하고 근절하기 위하여 협력하여야 한다. 이 목적을 위하여 각국이 그 관할권 내에서 취할 조치에는 다음 사항이 포함된다.
(a) 이민을 오고 가는 것에 관한 잘못된 정보의 유포행위에 대한 적절한 조치.
(b)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불법 내지 비밀 이동을 적발하고 근절하는 조치와 이와 같은 이동을 조직하거나, 수행하거나, 이를 지원하는 개인, 집단 또는 단체를 효과적으로 제재하기 위한 조치.
(c) 비정규적 상황에 있는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에게 폭력, 협박, 위협을 가하는 개인, 집단 또는 단체를 효과적으로 제재하기 위한 조치.

제70조 당사국은 정규적 상황의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근로조건과 생활조건이 적절성, 안전성, 위생적 기준과 인간의 존엄성의 원칙에 상응할 것을 보장하기 위하여 자국민에게 적용되는 정도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덧붙임

◎ 류은숙 님은 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