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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인권오름 종간사] 길 위에서 부른 희망의 노래

2006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어제의 반성 위에 내일의 희망을 바라보는 오늘, 우리의 모습을 돌아봅니다.

민중들의 삶을 야만적인 거대 초국적 자본 앞에 적나라하게 노출시키며 총체적인 위기로 몰아갈 한미 FTA, 한반도 평화를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맡겨버릴 평택 전쟁기지 건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더욱더 옭죄고 더 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할 노동법 개악, 정당한 권리를 외치는 거리 위의 민중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경찰 폭력, 여전히 만연한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우리 사회 한 편에서 ‘민주화의 완성’을 주장하며 저 높은 곳에서 그들만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찬양하고 있을 때, 민중들의 고단한 삶이 꿈틀대고 있는 이곳 낮은 곳에서는 또다른 민주주의와 인권을 들고 모두 일어나 궐기하며 한 해를 마감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민중의 민주주의와 인권은 소외된 모든 이들의 단결된 힘을 통해서 낮은 곳으로부터 만들어진다는 역사적 진리를 다시 한 번 떠올려봅니다. 여전히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희망은 거리 위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노래하는 우리 안에 있음을 또다시 확인합니다. 가난하지만 더 낮은 곳을 돌아볼 줄 아는 민중들이, 바로 우리가 희망입니다.

2006년은 인권운동에 있어서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습니다. 그 어느 해보다도 많은 인권활동가들이 인권침해 현장에서 불의에 항의하다 연행되고 구금되었습니다. 평택의 황새울 들판 위에서, ‘공권력’에 의해 무너져가는 대추초등학교 안에서, 부당한 연행에 항의하는 경찰서 앞에서, 또 민중들의 권리 박탈에 저항하는 거리 위에서…인권침해 현장 곳곳에서 수많은 인권활동가들이 연행되었습니다. 또 그 중 몇 명에게는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도 했습니다. 인권활동가들의 잇따른 불복종과 그에 따른 연행·구금의 증가는 오히려 현 권력의 부정의를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과거 불의한 군사독재정권 하에서 수많은 양심들이 권력에 의해 인권을 유린당하고 투옥되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개혁 세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현 정부 하에서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현실, 지독한 역사적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2월 28일 ‘<인권하루소식> 3천호 마감 인사’를 마지막으로 12년 6개월 동안 이어오던 <인권하루소식>을 종간하며 새로운 매체로 4월 26일 <인권오름>을 창간했습니다. 1993년 9월 7일 <인권하루소식>은 “‘시린 칼날’로 인권유린의 현장을 가차 없이 내리칠 것”을 다짐하며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하지만 10여 년 이상의 세월 속에서 인권 담론의 변화와 매체 환경의 변화라는 현실에 직면하며 지난한 논의 끝에 <인권하루소식>은 주간매체인 <인권오름>으로 재탄생하게 되었습니다. ‘3천호 마감 인사’를 통해 약속한 것처럼, “좀 더 긴 호흡으로, 좀 더 깊어진 시각으로, 좀 더 넓어진 시야로 다시금 ‘시린 칼날’을 만들겠다”고 한 다짐과 “가마를 메는 고단함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던 자임을 떠올리며 지금의 <인권오름>을 되돌아봅니다. <인권오름>은 과연 ‘갇힌 인권’의 경계를 넘어 억압받고 차별받는 이들의 입장에서 ‘다른 인권’을 만들어가고 있는가, 인권이 유린당하는 바로 그 현장에서 기존 인권의 경계를 뛰어넘는 도전을 실천하는 데 주저하고 있지는 않은가, 인권의 가치가 삶의 한가운데로 녹아들 수 있도록 삶살이 가까이, 나지막이 인권의 시선을 드리우고 있는가 하는 고민은 올해의 <인권오름>을 종간하고 있는 지금도 스스로를 돌아보는 중요한 화두입니다.

비록 우리 앞에 놓여있는 인권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지만 새해는 밝아오고 있습니다. 지평선 위에서 동터오는 새벽 햇살의 붉은 여명처럼 가장 낮은 곳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권리를 주장하는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가 새해에는 찬란한 희망의 빛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