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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옹호자 6인의 구속영장실질심사 재판부에 보내는 인권단체 의견서

인권옹호자 6인의 구속영장실질심사 재판부에 보내는 인권단체 의견서


2006년 4월 10일
인 권 단 체 연 석 회 의
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구속노동자후원회/광주인권센터/군경의문사진상규명과폭력근절을위한가족협의회/다산인권센터/대항지구화행동/동성애자인권연대/민가협/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주주의법학연구회/부산인권센터/불교인권위원회/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사회진보연대/새사회연대/아시아평화인권연대/안산노동인권센터/에이즈인권모임나누리+/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울산인권운동연대/원불교인권위원회/이주노동자인권연대/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인권운동사랑방/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전북평화와인권연대/전쟁없는세상/진보네트워크센터/천주교인권위원회/평화인권연대/한국DPI(한국장애인연맹)/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전국 36개 인권단체)


귀 재판부에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청구한 문유성 씨 등 6인은 공권력에 의한 부당한 인권침해에 맞서 인권옹호를 몸소 실천한 인권옹호자들입니다. 위 6인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인권옹호자들에 대한 심각한 위협일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인권의 미래를 가늠할 중대한 의미를 가진 정치적 사건입니다. 또한 인권옹호자들의 구속 여부는 법원의 인권보호 의지를 판단할 주요한 잣대로도 기능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귀 재판부가 인권의 원칙을 가장 중요한 판단의 준거로 삼아 인권옹호자 6인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해줄 것을 촉구하면서, 우리의 의견을 아래와 같이 밝힙니다.


Ⅰ. 사건의 개요

- 지난 4월 7일 평택 팽성읍 대추리, 도두리 등 일대에서는 국방부가 동원한 용역직원들에 의해 무단 농지 침탈과 수로 파괴가 이루어졌고, 이에 항의하던 주민들에 대해서도 심각한 폭력이 자행되었습니다. 이날 국방부에서 동원한 3백여 명에 달하는 철거용역들은 방패로 중무장한 상태였으며, 주민들에게 소화기를 분사하고 방패를 휘두르는 등 물리적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그럼에도 1천여 명에 달하는 경찰은 용역직원들의 위법한 폭력행위를 제지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들의 폭력을 적극적으로 호위하고 방조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결과, 용역과 경찰의 폭력에 의해 실신하거나 머리에 돌을 맞거나 손목뼈에 금이 가는 등 병원에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는 이들이 10여 명이 넘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부당한 공권력 집행에 저항하던 인권옹호자 31명이 경찰에 의해 무차별, 폭력적으로 연행됐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경찰폭력을 감시하기 위해 현장에 나가 있던 인권단체 활동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 이에 앞서 지난 3월 15일에도 인권옹호자 40명이 팽성읍 황새울 들녘에서 경찰에 의해 연행된 바 있습니다. 이날 인권옹호자들은 농지를 파괴하던 굴삭기 위에 올라가 작업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저항하거나, 주민들을 논바닥에 내동댕이치는 등 폭력을 자행하던 용역과 경찰의 행위에 항의하다 폭력적으로 연행된 것입니다. 이날 연행된 40명 가운데 박래군 씨(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와 조백기 씨(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 2인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결국 구속됐다가 3월 29일 평택지원의 구속적부심사를 거쳐 같은 날 석방됐습니다.



Ⅱ. 인권옹호자 6인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의 부당성

1. 연행 자체의 부당성

(1) ‘평화적 불복종’은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기본적 인권입니다.

- 평화적 불복종권 혹은 저항권은 우리 헌법은 물론 세계인권선언을 비롯한 국제인권기준에서도 인정되고 있는 ‘인권 옹호를 위한 권리’입니다. 세계인권선언은 ‘폭정과 억압에 대항하는 마지막 수단’으로서 저항권의 행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2차세계대전 이후 열린 뉘른베르크 전범(戰犯)재판은 아무리 자국의 법률과 명령이 행위의 이유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전쟁범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원칙을 확립함으로써, 부당한 법률과 명령에 불복종하는 저항권의 행사를 국제법상 권리이자 의무로까지 승격시킨 바 있습니다. 유엔총회가 1998년 채택한 ‘인권옹호자 선언’(유엔총회 결의 53/144) 역시 인권침해에 저항하는 모든 이들을 ‘인권옹호자’로 명명하면서, 인권활동가를 비롯한 모든 사람은 인권침해에 ‘평화적으로 저항할 권리’를 갖는다(12조 1호)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예상되는 미래의 불법을 제거하기 위한 불복종운동까지도 처벌의 대상으로 삼지 않음으로써 불복종의 권리를 적극 옹호하는 판례들이 쌓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1996년 윌슨 등 4명의 여성 평화운동가들이 인도네시아 독재정권에 판매할 호크 전투기를 파괴한 행위에 대해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당시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독재정권이 동티모르에서 인종청소를 하고 있던 상황에서 반인도적 목적으로 사용될 무기를 파괴하는 행동은 불법일 수 없다는 피고인들의 변론을 법원이 수용한 것입니다.

- 인권과 민주주의가 일정 수준에 도달한 사회에서는 폭력에 의존하지 않는 ‘평화적 불복종의 권리’(평화적 저항권) 행사를 정치의 정상적인 과정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국가권력은 결코 진리와 정의의 유일한 심판자도 아니고, 오류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완전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러하기에 정의의 법과 인권의 원칙에 기반하여 국민이 불의한 국가권력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불복종 혹은 저항할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인권과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동의와 정당성을 확보할 때에만 유지될 이유가 있는 국가권력이 정당성을 획득하지 못한 법질서에 대한 복종을 폭력적으로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현재와 미래에 예상되는 분명한 부정의와 불법을 제거할 수단이 없음이 명백하다면, 불복종의 권리는 당연히 행사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 이번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6인은 미군기지 확장이전 예정지에 대한 강제수용 정책이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주민들의 평화적 생존권 침해에 저항하여 ‘평화적 불복종권’을 행사한 인권옹호자들입니다. 사건의 배경이 된 평택 미군기지 이전 결정(2004.12)은 평택 주민의 동의는커녕 그들의 의사를 확인하는 합리적 절차조차 거치지 않은 채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되었습니다. 그 결과 이미 2차례나 국가에 의해 땅을 빼앗긴 바 있는 평택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맨손으로 일궈온 삶의 터전에서 내몰릴 위기에 처하게 됐습니다. 더군다나 평택으로 통합되는 미군기지는 침략전쟁을 위한 전진기지로서 평택 주민은 물론 국민과 인류의 평화적 생존권을 침해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평택 주민들은 그동안 끊임없이 정부를 상대로 납득할 만한 설명을 요구하였으나 번번이 묵살당해 왔습니다. 게다가 주민들이 제기한 헌법소원마저도 의지처가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지난 2월 헌법재판소는 평화적 생존권을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기본권으로 인정하면서도, 기지 이전으로 인한 인권침해의 직접성과 현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렇게 더 이상 호소할 수 있는 수단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평택 주민들의 절망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 이러한 상황에서 3차례에 걸쳐 정부가 저지른 행위는 평택 주민들에게는 전쟁터와 다름없는 비참과 고통의 시간을 안겨주었습니다. 3월 6일, 법원 집달관이 신분도 내용도 밝히지 않은 채 철거용역을 동원하여 대추초등학교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강행하고자 했을 때, 주민들이 이를 막아선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대추초등학교는 주민들이 쌀을 모아 아이들을 위한 배움터로 마련한 곳으로서, 폐교된 이후에도 마을공동체의 구심이자 평화적 생존권을 지켜내는 상징적 장소가 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3월 15일과 4월 7일, 이미 한해 농사가 시작된 농토에 국방부에서 동원한 굴삭기가 무단 침입하여 농지를 파괴하고 레미콘을 동원해 농사의 생명줄인 수로에 시멘트를 들이붓는 모습을 보았을 때 주민들은 마지막 궁지에 몰리는 기분이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평생을 바친 땅에서 내몰릴 위기에 놓인 60-70대 할머니, 할아버지의 절규를 들었던 사람들이, 경찰에 의해 그분들이 논바닥에 처참하게 내동댕이쳐지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주민들의 실질적 점유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농지가 무참히 파괴되는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이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에 맞서 비폭력적으로 저항한 것은 정당한 불복종권의 행사였다고 판단됩니다. 이와 같은 ‘평화적 불복종권’은 법에 의해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는 것이지, 사법처벌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 따라서 다른 사람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한 위험을 야기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평화적 불복종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이 인권옹호자 6인을 연행한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연행 자체가 부당한데 검찰이 이를 바로잡기는커녕 아예 구속영장까지 청구하고 법원마저 이를 승인한다면, 인권과 민주주의의 신장을 위해 필수적인 평화적 불복종권의 행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입니다.


(2) 적법절차를 어긴 연행은 명백한 공권력 남용입니다.

- 지난 4월 7일 경찰은 용역직원과 경찰에 의해 자행된 폭력에 항의하던 인권옹호자들을 무차별적으로 연행하는 불법행위를 자행했습니다. 당시 연행된 31명의 인권옹호자 가운데에는 어떠한 폭력도 행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 폭력에 항의의사를 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연행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 예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문유성 씨(인권단체 경찰대응팀 활동가/인권운동사랑방 자원활동가)의 경우, 경찰폭력 감시 차원에서 현장에 있다 경찰의 부당한 연행에 “왜 연행하냐”는 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연행되었습니다. 문 씨는 지난 2005년부터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각종 집회현장에서 자행된 경찰폭력을 감시하고 진상조사와 교육 활동에 전념해온 인권활동가입니다. 이날 오후 3시 30분경 문 씨는 수로 파괴차 동원된 레미콘 주변에 있다가, 레미콘 아래 들어가 있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나온다면 연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평택경찰서 경비과장이 갑작스레 약속을 뒤집고 연행을 지시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문 씨는 약속을 뒤집은 경찰에 항의의사를 전달하자, 평택경찰서 경비과장은 아무런 물리력도 행사하지 않은 문 씨에 대한 연행마저 지시했습니다. 또 배인석 씨(민족미술인협회 사무처장)의 경우는 당일 대추리에서 전시회를 열기 위한 사전 현지답사를 진행하던 중 경찰과 용역의 폭력 상황을 목격하고 항의하다 연행된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들에 비추어볼 때, 7일 당시 경찰의 사법권이 얼마나 남용되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 게다가 무차별 연행에 나선 사복경찰들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것은 물론, 미란다 원칙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채 연행하기도 했습니다. 부당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인신의 자유 제한은 그 자체로 불법입니다. 검찰이 이러한 불법 연행을 바로잡기는커녕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것은 어느 모로 보나 공권력의 남용에 해당합니다.


2. 구속의 부당성

(1) 형사소송법상 구속요건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 현행 형사소송법에서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1)일정한 주소가 없는 때, 2)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는 때, 3)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에만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귀 재판부에서도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 구속 사유를 엄격히 한정하고 있는 이유는 인신의 자유가 여러 권리들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권리인 만큼 권리에 대한 제약을 필요최소한으로 한정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 그런데 구속영장이 청구된 6인은 사회단체에서 공개적으로 활동해온 사람들입니다. 주거지도 분명하고 인멸해야 할 증거도, 도망할 이유도 없는 ‘신념의 옹호자’들입니다. 이들은 당시 인권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불복종한 것이고, 만약 이러한 행위가 실정법을 위반한 것으로 처벌되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올 경우 책임을 질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위 6인은 현행법상 구속 요건에 전혀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구속한다면,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에 의거한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사법부 스스로가 허무는 일입니다.


(2) 구속은 형벌의 수단이 아닙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인권옹호자 6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신념에 근거한 인권옹호활동에 괘씸죄를 물어 ‘처벌’하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는 구속을 형(刑)의 일부로 바라보는 것으로서 헌법상 보장된 불구속수사 원칙과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합니다. 구속은 ‘구체적 진실의 발견’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경우 요청되는 것이지, 확정되지도 않은 범죄행위에 대한 ‘형벌의 수단’으로 요청되어서는 안됩니다. 재판이 시작되지도 않은 수사과정에서부터 피의자를 ‘단죄’하려는 목적으로 구속수사를 남용하는 것은 인신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약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 지난 3월 15일 연행된 인권활동가 박래군, 조백기 씨에 대한 구속영장청구서만 보더라도, 평택 경찰과 검찰이 인권옹호활동에 대한 어떠한 이해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악의적 왜곡과 폄하를 일삼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시 담당검사는 인권활동가들의 인권옹호 활동을 ‘반미 기치 아래 모인 전문운동가들이 순박한 원주민들을 조종하여 벌이고 있는 음모적 운동’인 양 왜곡한 바 있습니다. 두 활동가는 물론이고, 이번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6인은 생존의 위기에 놓인 평택 주민들의 인권을 옹호하고 자신들의 평화적 생존권을 방어한 인권옹호자들이지, 평택 주민들을 조종하여 반미운동을 전개하고자 했던 음모가들이 아닙니다. 게다가 평택 주민들을 ‘전문운동가에 의해 조종당하는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자신들의 생존권을 넘어 우리 모두의 평화적 생존권을 지켜내는 인권옹호활동을 벌여온 평택 주민들에 대한 모욕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검찰이 또다시 인권옹호자 6인의 정당한 인권옹호활동을 괘씸히 여겨 처벌할 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 게다가 최근 검찰은 그동안 처벌과 단속효과만을 노려 구속수사가 남용되어 왔음을 스스로 인정하면서 불구속수사 원칙의 확립을 목표로 구속영장청구기준을 혁신·구체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법원에서도 구속수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구속영장발부기준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점에 비추어볼 때 인권옹호자 6인을 구속하는 것은 국가의 인권보장 확대 약속을 거꾸로 돌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3) 예단에 기초한 인신구속은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에 위배됩니다.

- 귀 재판부가 재범의 우려에 비중을 두고 구속 여부를 결정하고자 한다면, 예단에 기초한 인신구금을 금지하고 있는 국제인권기준과 현행법을 상기할 것을 촉구합니다. 만약 피의자의 범죄사실을 확증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그 피의자가 동일한 범죄를 저질러 다른 사람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한 위해를 가할 우려가 높다면, 형사소송법상 구속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인신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권옹호자 6인에게 우려되는 재범의 내용은 다른 사람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한 위해를 가하는 행동이 전혀 아닙니다. 다만 평택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에 대한 강제수용이 정당한 국가권력의 행사인가 아닌가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계속되는 상태에서 법집행이 순탄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만 예상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논란과 갈등은 민주주의 사회가 당연히 안고 가야할 과정에 해당합니다. 그러므로 설령 위 6인에게 재범의 우려가 높다고 하더라도 예상되는 그들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중대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없는 한, 형이 선고되기도 전에 인신의 자유를 미리 구속하는 것은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을 위반하는 일입니다.


3. 인권옹호자 구속에 더욱 신중해야 할 이유

- 나아가 우리는 위 6인의 인권옹호자 구속이 우리 사회 인권에 미칠 파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합니다. 평화적 불복종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인권옹호자들이 구속된다면, 다른 이들의 인권옹호활동도 자연스레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 이후 우리 사회 인권 수준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 유엔에서도 인권활동가들의 인권옹호활동이 제약될 경우 인권의 존중, 보호, 실현이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인권옹호자 보호를 위한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1998년 12월 9일 유엔총회는 ‘인권옹호자 선언’을 채택(결의안 53/144)한 데 이어, 2004년 4월 선언의 이행을 감시·지원하기 위해 ‘인권옹호자 특별대표부’를 설치했습니다(결의안 2000/61). △국제인권기준의 국내 이행을 위해서는 개인과 단체에 대한 인권운동가의 지원이 필수적이고 △국가가 나서 인권침해를 적절히 막지 못할 경우 인권활동가가 최후 보루가 될 수밖에 없으며 △인권활동가는 자신이 펼치고 있는 인권옹호 활동으로 정치적 표적이 되는 등 인권침해의 대상이 될 위험에 노출돼 있는 만큼 각별히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 유엔의 기본 인식입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권옹호자 선언 12조 1항은 “모든 이들은 개별적으로 공동으로,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침해에 저항하는 평화적인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고 하여 평화적 저항권을 재확인하고 있는 것입니다.

- 국가인권위원회도 박래군, 조백기 두 인권활동가의 구속적부심사를 앞둔 지난 3월 28일, 위원장 명의의 특별 성명을 발표하여 “최근 몇 년간 없었던 인권활동가에 대한 구속이라는 사실 그 자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히고, “인권옹호 활동에 대한 국가의 보호 의무”를 환기시킨 바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환기시킨 국가의 의무는 귀 재판부의 영장실질심사과정에서도 마땅히 이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Ⅲ. 구속영장 기각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 이와 같은 연행과 구속영장 청구의 부당성에도 불구하고 인권옹호자 6인에 대한 구속 결정이 내려진다면, 귀 재판부에 대해서도 ‘정치적 구속’, ‘보복 구속’이라는 비판의 화살이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평화적 불복종권을 행사한 인권옹호자들의 인신을 구속함으로써 국가권력의 이해관계만을 관철시키고자 한다면, 부당한 국가권력에 대한 저항의 파고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귀 재판부가 인권의 원칙을 환기하면서 이번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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