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ILO 버마 제재 결정에 한국 불참

버마민주화활동가 난민 인정 안 해


노동․시민․인권단체들이 김대중 정부의 위선적인 ‘인권외교’를 질타하고 나섰다. 2일 민주노총 등 15개 사회단체들은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강제노동이 계속되고 있는 버마 정부에 대해 경제적 지원을 중단하고 국내에서 활동중인 버마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 회원들의 난민지위를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사회단체들에 따르면, 한국정부는 강제노동 때문에 국제노동기구(ILO)의 제재대상이 된 버마 정부에 대해 아무런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버마 군사정부는 국민들의 정치적 자유를 박탈하는 것 외에도,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강제로 노동력을 투입하고 어린이들마저 강제노역에 동원하는 등 끊임없이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ILO는 지난해 6월 총회에서 버마정부의 강제근로협약 위반에 관한 제재안을 채택하고 그해 11월 30일자로 제재안을 발효했다. ILO 설립 이후 국제적인 제재를 결의한 것은 81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어 ILO는 사무총장 명의로 각 회원국 정부에 ‘적절한 조치를 취한 후 통보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한국 정부는 ILO의 결의에 따르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6월 ILO 총회에서 제재결의안이 채택될 때와 11월 ILO 이사회의 결의 당시 모두 기권표를 던졌다.

이같은 한국 정부의 태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버마의 민주화를 강조해 온 김대중 대통령의 말과도 배치된다. 김 대통령은 91년 노벨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지(버마 민족민주동맹 지도자) 여사와의 동지적 친분관계를 거듭 강조해 왔으며, 지난해 교황청을 방문했을 때도 한국 정부가 버마의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한 바 있다. 그러나, ILO의 결의마저 무시함으로써 김 대통령과 한국정부는 ‘국제적 사기꾼’이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버마민주화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민족민주동맹(NLD) 한국지부 회원들 역시 냉대를 면치 못하고 있다. 99년 결성된 NLD 한국지부에는 약 20여명의 회원들이 가입해 있으며, 이들은 자체 소식지를 제작하고 버마대사관 앞 항의시위를 전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 왔지만, 한국정부는 이들을 ‘정치적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5월엔 NLD 한국지부 대외협력국장 샤린 씨를 강제출국시키려다 국내 인권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자 마지못해 샤린 씨의 난민신청서를 접수한 바 있다. 당시 샤린 씨를 비롯한 20명의 NLD 한국지부 회원들이 난민신청서를 접수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정부는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버마민주화를 위한 모임’에 따르면, 호주, 미국, 영국 등 10여 개가 넘는 NLD 해외지부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NLD의 해외활동을 총괄하는 태국 NLD 본부의 대표 5명이 지난 28일 한국을 방문했다. 노동절 집회에도 참석한 이들은 국내에서 △한국정부의 버마 정권 지지반대 △버마군사정부에 대한 압력행사 △국제노동기구 제재안 이행 △한국기업의 버마 투자중단 등을 요청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 버마노총은 1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강제노동과 강간․고문․자의적 체포와 장기 구금, 강제이주․비사법적 처형․종교적 박해 등 극악한 인권침해 행위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