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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대통령' 의심스럽다

노동자 폭력진압, 국제사회 비난 빗발


롯데호텔과 사회보험 노조 파업 폭력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폭력진압 직후인 지난 7월 4일 국제자유노련(ICFTU), 6일에는 국제목공건설노련(IFBWW) 등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항의 서한을 보냈고, 같은 달 19일에는 미국노총과 국제식품호텔노련(IUF)이 워싱턴 주재 한국대사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7월 31일에는 IUF가 2차 긴급회신을 발송, 소속 노조들에게 한국 대사관 앞 항의집회를 조직할 것을 요청하였으며, 8월 3일 프랑스 노총(CFDT)을 필두로 각국 시위대가 한국재외공관을 찾고 있다.

8월 2일에는 IUF, IFBWW, 국제공공노련(PSI), 국제노동네트워크(UNI) 등 주요 국제산별노련이 스위스 제네바 한국대표부 앞에서 집회를 갖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내는 항의서한을 전달하였다. 이는 김대중 대통령의 노조 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항의 서한 요지 참조>

또한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의 단식 보름째를 맞은 10일에는 필리핀과 호주에서, 11일에는 홍콩과 인도에서 집회가 있고 인도, 가봉, 로메토고, 가나, 탄자니아 등 제 3세계에서도 계속 항의서한을 보내오고 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대해 민주노총 윤영모 국제국장은 "국제사회는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자 한국에서 인권과 민주주의가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롯데호텔․사회보험 노동자에 대한 폭력진압을 보며 강한 의구심을 품게 되었으며, 그 뒷처리 과정을 지켜보면서 불신을 넘어 어쩌면 과거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된 것"이라며 "이러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인권대통령'으로 알려진 김대중 대통령의 본질에 대한 의심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 IUF, IFBWW, PSI, UNI 공동서한 요지 ●

김대중 대통령께

우리는 노사간 문제로 쟁의를 하고 있는 파업노동자들에게 경찰 폭력을 행사했다는 데에 경악합니다.

호텔 측이 쟁의 사안에 관한 협상을 거절한 것은 단체협상의 권리에 관한 국제노동기구(ILO) 조약의 위반일 뿐더러, 소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노동자의 결사의 권리에 관한 ILO 조약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이러한 사측의 행위와 파업노동자들에 대한 경찰의 무분별한 폭력과 폭력 경찰에 대한 불처벌을 지원하고 있는 것은 귀 정부의 인권 기록에 영원한 흠집을 낼 것이며, 전 세계인으로 하여금 귀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약속을 의심하게 할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 당신께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한다는 공약에 기초하여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독재를 인권 존중의 민주국가로 바꾸기 위해 고난의 세월을 분투해온 한국의 노동운동을 분쇄하려는 롯데호텔 사측의 시도에 지금 귀국의 사법제도는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귀국 정부에 노동조합과 민주주의적 권리를 충분히 보장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귀국의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