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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고] 한국기업의 버마 가스 개발,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달 16일 '상공의 날' 기념 금탑산업훈장의 영예는 해외자원개발에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 이태용 사장에게 돌아갔다. 각종 언론을 통해 "추정 매장량이 4조∼6조 입방피트에 이르는 미얀마 천연가스전은 2009년 생산이 본격화되면 이후 20여 년간 매년 1천억∼1천5백억 원씩의 순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2002년이래 대우인터내셔널(60% 지분)과 한국가스공사(10% 지분)는 버마 군부와의 계약을 통해 '쉐'(SHWE, 버마어로 황금이라는 뜻)라는 이름의 가스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제민주연대는 지난 4월 12일 버마 가스 개발 문제를 버마 민주화와 환경문제, 인권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자는 취지로 토론회를 열었다. 여기서는 간략하게나마 법적 제재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해외 한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의미 있었던 것은 해외 발제자들의 증언이었다.

4월 12일 열린 토론회

▲ 4월 12일 열린 토론회



대우인터내셔널 이전에 버마 가스 개발로 최근까지 소송이 진행되었던 미국의 에너지기업 '우노칼'(UNOCAL)의 사례는 참가자들을 숨죽이게 했다. 형식적인 경고문 하나만으로 마을 전체를 불태우고 다시 무성하게 자란 밀림 사진을 개발 가능한 원시림으로 소개한다는 버마 군부의 행태와 가스 공사를 위해 길을 닦는 현장마다 강제 노역에 시달리고 군장을 대신 지고 쓰러져 가는 인간짐꾼들의 모습이 생생한 화면으로 소개되었다. 우노칼이 참여했던 가스 공사 '야다나'의 경우, 버마 군부로 인한 강간, 고문, 살인, 강제 노역 등의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들이 발생했었다.

이 시점에서 누구든 안타까움을 접고 반문할 수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과연 어디까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자국민의 권익을 보호하지 않는 국가를 두고 기업이 직접적으로 행하지 않은 침해 사례까지 책임을 져야 하겠냐고.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최소한 미국 기업 우노칼이 이에 대해 최근 막대한 보상금을 지급하며 합의로 소송을 마무리 지은 것은 버마 군부로 인한 민중들의 피해 사례가 묵인됐다는 점에 대한 사회적 지적이었다. 이른바 '공모'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언론들은 한 목소리로 묻는다. "대우가 아직 공사를 시작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당장 '대우'로 인한 직접적인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했느냐?"고. 이에 대해 아라칸민족협의회 니니르윈씨는 단호하게 '예스'(YES)라고 말한다. 대우 시추선의 안전 보호를 이유로 버마군대가 해상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실수로 그 구역을 진입한 어부들의 직접적인 피해사례(납치, 고문, 배 압수)가 생겨나고 있고 근처 대지에 대우 건물을 짓기 위한 기초공사가 강제 노역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우노칼의 사례와 별반 차이가 없으리라는 공포가 마을 전체에 확산되어 있다고 했다.

우노칼 소송을 이끌었던 국제지구권리(EarthRights International) 공동설립자인 카사와 씨는 "한국인들이 지금 버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대우인터내셔널의 주가가 올라가고 있지만 군정에 협력한다면 언젠가는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러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활동가들을 만나는 자리마다 니니르윈과 카사와 씨는 버마에서 개발되는 그 어떤 자원도 현지 민중에게 혜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버마 군부가 벌어들이는 그 어떤 수입도 버마 민중의 삶에 기여하지 못한다.

버마 국내 모든 대학들은 거의 휴교상태이고 군부의 자녀들은 해외 유학중이며 비교적 높은 임금인 교사들의 한달 월급이 4달러 정도인 현실에서, 민중의 지지를 얻은 유일한 지도자 아웅산 수지가 여전히 가택 연금되어 있는 현실에서, 밀림의 나무와 생태계를 파괴시키고 버마 민중의 피와 땀, 눈물로 이룩되는 가스 공사의 결실이 중국 등지에서 수입되는 무기로 둔갑하는 현실에서 그들은 단호히 '투자철수'를 요구했다.

해외 참가자들은 9월 캠페인을 기약하고 돌아갔다.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역출신의 활동가들, 다양한 해외 활동가들과 동반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인접한 태국, 인도 등지의 시민사회의 관심은 뜨겁다. 남은 것은 우리의 몫이다. 버마 가스 개발 문제는 버마 민주화 문제와 깊이 닿은 만큼 오히려 지극히 명백할 수 있다.

노동권을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버마군부가 개입한 강제노동은 결코 용납될 수 없으며 인권의 시선은 기업이 생산하는 막대한 이윤이 아니라 빈번하게 발생하는 고문과 강간 문제로 향해 있다. 굳이 환경운동가의 입장이 아니어도 민중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무분별한 자원개발과 환경파괴가 정당화 될 리 만무하다.

노동, 인권, 환경 각 단체의 깊은 연대와 고민, 한국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관심이 절실하다.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현지조사부터 관련 기업과 정부 관계자와의 면담, 시민들에 대한 홍보, 감시 활동의 가능성 타진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버마 민중들과의 연대에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한다. 내일이면 너무 늦다.
덧붙임

이상아 님은 국제민주연대 활동가이며 해외 한국기업 감시활동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