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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시설 민주화·공공성 쟁취위해 뭉쳤다"

시설민주화연대 출범

각종 인권침해와 비리의 온상인 사회복지시설 문제에 공동대응하기 위한 전국조직이 출범했다. 20일 사회복지시설 민주화와 공공성 쟁취를 위한 전국연대회의(아래 시설민주화연대)가 출범식을 가진 것.

그동안 여러 사회복지시설에서는 폭행·감금·강제노역 등 시설 생활자에 대한 인권침해와 횡령 등 시설운영자의 비리, 시설종사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착취와 노조 불인정 및 탄압 등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었다. 하지만 운동진영의 대응은 개별시설 문제 해결에 집중되어 시설정책 전반에 대한 분석과 대안 제시까지는 나아가지 못했고 각각의 경험마저 공유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 출범식 참가자가 문제시설 폐쇄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한 출범식 참가자가 문제시설 폐쇄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시설민주화연대는 출범선언문을 통해 "신고된 모든 사회복지시설들은 모든 국민의 국민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공공의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그 운영비가 전액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고 "미신고시설 또한 그 운영자금은 시설생활자 개인에게 지원되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액과 공적인 목적으로 거두어들인 후원금에 의존하고 있다"며 시설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비민주적인 운영과 함께 사회복지시설들이 가져야 할 공공성에 대한 근본적인 망각으로부터 출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의 '복지'는 아직까지도 '불쌍한 사람들'에게 마치 사랑을 베푸는 것으로 여겨지도록 하는 이데올로기적 억압에 사로잡혀 있으며, 이로 인해 지금까지 사회복지노동자들은 이 같은 '사랑과 봉사, 헌신' 앞에 자신들의 기본적인 권리마저 착취당하는 한편, 사회복지 서비스의 이용자들은 그저 주는 것만이라도 고맙게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가지고 있는 것조차 시설장에게 착취당하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마저 짓밟히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사회복지시설의 민주화와 공공성 쟁취를 위한 법개정투쟁을 전국의 투쟁하는 단위들과 함께 할 것"이라며 "더 나아가서는 '대규모 수용위주의 시설정책에서 탈시설정책, 지역사회중심의 정책'으로의 전환을 위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설민주화연대는 △시설의 공개적이고 투명한 운영을 위한 개방형 이사제 도입 △지역사회 참여를 바탕으로 한 운영위원회 △미신고시설에 대한 민관합동 인권실태조사 △탈시설화·자립생활 이념을 바탕으로 장애인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동등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 강구 △보건복지부와 관할 지자체의 실질적인 관리감독 등을 요구했다.

한 참가자가 시설비리 척결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한 참가자가 시설비리 척결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 마포우체국 앞 도로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조건부신고복지시설 생활자 인권확보를 위한 공대위(준, 아래 시설공대위) 박숙경 활동가는 "전국 1200여개 미신고시설 생활자들 대부분이 가족 등 집어넣은 사람이 꺼내주지 않는 한 빠져 나올 수 없는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있다"며 "시설장과 뿌리깊은 유착관계를 맺고 있는 시군구 공무원들은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지 않아 관리감독 근거가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시설은 시설장의 사유재산으로 전락했다"고 질타했다.

유원근 전국사회복지노조 산별추진위 집행위원장은 "시설에서 일하는 우리 노동자들은 임금과 노동조건은 뒤로하고서라도 시설을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사회적 재산인 시설의 공공성을 강화하자고 주장해 왔다"며 "시설 민주화라는 시대적·민중적 요구에 응답해 열심히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시설민주화연대에는 7년간의 투쟁으로 민주 이사진이 들어선 에바다복지회와 231일간의 점거농성을 통해 관장 퇴진 약속을 받아낸 정립회관공대위를 비롯해 강제노역과 정부보조금 횡령 등에 항의하며 민주이사 파견을 요구하고 있는 대구의 청암노조, 시설종사 노동자 등 사회복지 노동자의 산별노조를 준비하고 있는 '전국사회복지노조 산별추진위', 미신고시설 기습조사를 연이어 벌이며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시설공대위 등 현재 시설관련 운동을 하고 있는 거의 모든 세력이 참여하고 있다.

출범식 무대 모습

▲ 출범식 무대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