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단속추방이 일으킨 재앙"

이주노동자 8명 전원, 하반신 마비…치료는커녕 귀국조치


화성시에 있는 한 회사가 안전장비도 없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일을 시켜, 8명 전원이 화약약품에 중독돼 일명 앉은뱅이병인 '다발성 신경장애'를 앓고 있다.

이들이 2004년 8월부터 일을 했던 곳은 (주)동화디지털로 엘씨디, 디브이디 부품을 제조하는 회사다. 이주노동자들은 '노말헥산'이라는 세척 약품으로 생산된 제품을 깨끗이 닦아 출고시키는 일을 해왔다. '노말헥산'은 산업안전보건법상 '관리대상유해물질'로서 안전장비를 하지 않을 경우 호흡기를 통해 신경조직으로 독성이 침투해 신경장애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유해물질에 대한 경고표시와 안전교육, 직접노출을 막기 위한 보호 장비 등을 쓰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업장을 방문해 조사를 벌인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아래 외노센터)는 "세척 공정에는 이주노동자들만이 일을 해왔다"며 "마스크는 가끔 착용하거나 장갑도 면장갑을 끼고 일을 하는 게 보호장비의 전부였다"고 전했다. 또한 이들은 창문도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점심 1시간과 저녁 30분의 식사시간 외에 아무런 휴식시간도 없이 하루 평균 14시간씩 대부분 서서 일을 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지난해 11월 무릎에 힘이 없고, 걷다가 자주 넘어지는 등 하반신 마비 증상이 나타났고, 12월 19일 외노센터로 옮겨질 때에는 업고 옮겨야 할 정도로 증세가 악화돼 있었다.

그런데도 이들은 해고가 두려워 말도 하지 못했다. 외노센터 이해령 상담위원은 "아프다고 하면 태국으로 쫓아 낼까봐 고국에서 가족들이 보내준 약만 먹으면서 참고 일해 왔다"며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최소한의 노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게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이라고 성토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증세가 악화되면서 일을 못하게 되자, 회사는 이들을 치료해주기는커녕 귀국을 종용, 급기야 12월 11일 씨리난 씨 등 노동자 3명을 귀국시켰다.

또 다른 문제는 회사가 이주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지급해 왔다는 것. 한 달에 고작 하루 정도 쉬면서 평균 160시간의 잔업과 총 400시간의 노동을 했지만 이들의 손에 쥐어지는 임금은 100만 원을 조금 넘을 정도였다. 이 상담위원은 "임금체불, 산재 등의 피해자가 오히려 강제 추방당하는 것이 '코리안 드림'의 실상"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노총도 13일 성명을 통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무차별 단속과 강제추방 정책이 회사 내에서 불법·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게 한 직접적 원인"이라며 "단속추방을 중단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전원 사면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14일 외노센터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했으며, 최저임금과 보건조치 위반 등으로 (주)동아디지털을 수원지방노동사무소에 신고한 상태다. 왈리 씨 등 5명은 현재 안산중앙병원에서 조직검사를 거쳐 치료를 받고 있으며, 외노센터는 태국으로 돌아간 3명의 노동자들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완치 될 때까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