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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외국인노동자, 임금체불 항의파업

회사, "신고해 추방시키겠다" 으름장

1백여 명의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지난 21일 오후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동자들이 미등록 신분인 점을 악용해, 출입국관리소에 신고해 추방시키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들이 일하는 곳은 경기도 포천군 화현면에 있는 가구생산업체 아모르 가구(사장 손남숙)로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몽고, 나이지리아, 카지키스탄 등 10여 나라 출신의 미등록(불법체류) 상태의 노동자 1백 여명이 일하고 있다.

서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다국적 노동자들이 일제히 파업에 들어가게 된 것은 상습적인 임금체불 때문이다. 4년째 같은 공장에서 일해 온 필리핀 출신의 노동자 준씨는 "지난 해 11월과 12월분의 임금을 못받아 생활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금체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해 5월부터 8월까지도 임금이 지급되지 않아, 노동자들이 이틀간 파업을 한 일이 있다. 준씨는 "4층짜리 건물을 새로 짓는 등 딴 데는 돈을 쓰면서, 임금을 주지 않는 건 이해할 수가 없다. 번번이 나중에 주겠다고 하면서도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이들은 대개 아침 8시 반부터 다음 날 새벽 1시경까지 16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통상적인 임금은 기본급 75만원∼95만원에 수당이 포함될 경우 100만원∼150만원이다.

또한 사측이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를 사고가 난 바로 다음날부터 작업에 다시 투입하곤 했음을'부천외국인노동자의 집'에서 일하는 권복순 씨가 노동자들을 상담하면서 확인하기도 하였다.

러시아 출신의 일리야씨는 지난 12월 19일 작업 중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의 한 마디가 잘렸는데 병원에서 봉합수술을 받은 후 바로 다음날부터 일을 해야 했다. 이로 인해 현재 일리야씨의 손가락은 눈으로 보기에도 피부조직이 썩고 있는 게 확인될 정도라고 권씨는 말했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스커트씨는 지난 12월 14일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이 뭉그러지는 사고를 당했는데, 회사에선 '괜찮다'는 말만 연발하며 4일 후에야 병원 치료를 받게 했다고 한다. 러시아 출신 나탈리씨는 지난 11월 15일 전기나무톱에 오른손 둘째 손가락이 세로로 심하게 베어 갈라졌는데, 최초 치료만 받게 한 후 마찬가지로 일에 계속 투입해 아직까지도 손가락이 제대로 아물지 않은 상태다. 사측이 산재처리를 하지 않는 데다 임금마저 체불돼, 추가 치료가 어려웠던 것이 이들 모두의 공통점이다.

한편, 사측은 21일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자 기숙사에 전기와 물, 가스 공급을 끊겠다고 공공연히 협박했다. 또 실질적인 경영자인 사장 손씨의 남편은 "일을 계속 하지 않으면, 출입국관리소에 신고해 싹 다 잡아가게 하겠다"고도 말했다. 이는 22일 의정부 노동사무소의 박대준 근로감독관이 조사를 위해 현장에 나와 있는 자리에서까지 재현됐다.

이란주 부천외국인노동자의 집 사무국장에 따르면, 박 감독관은 22일 저녁 7시부터 9시 반까지 조사한 후 "장시간 노동과 임금 체불 문제가 심각하다. 노동부 차원에서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소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