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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총파업의 포문을 열다

전국비정규직노조, 파업 돌입


26일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앞두고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먼저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전국비정규직노조대표자연대회의(준)(아래 전국비정규직노조)는 비정규직 확산법안 철회와 권리보장 입법쟁취를 촉구하며 24일부터 무기한 간부파업에 들어갔다. 전국비정규직노조는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파견법)이 파견노동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이중착취와 인신매매를 합법화시켰듯이 '기간제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기간제법) 또한 기간제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대량 정리해고의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파견법과 기간제법 개정안을 '비정규직보호입법'이라고 부르지만, 파업 참가자들은 "이제 '보호'라는 말만 들어도 넌더리가 난다"며 "'보호법'이 아니라 비정규직 양산과 차별 확대로 가득찬 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방송사비정규직노조 주봉희 위원장은 "비정규직 관련법안 처리를 이번에 막지 못하면 이제 정규직도 비정규직으로 살아가야될 것"이라며 "전국비정규직노조와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은 비정규직노동자만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1400만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비정규직 관련법안이 노동계와 사회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자 정부와 여당은 사용자 측의 눈치를 보며 "법안 처리를 내년 초로 연기할 수도 있다"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전국비정규직노조는 "'대화와 타협'을 빌미로 법개악안을 강요하면서 노동자의 희생만을 요구해온 정부의 행태를 보아온 우리로서는 단순한 연기방침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노동법 개악안 철회만이 해결방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비정규직노조 대표자들은 지난 9월 16일부터 22일까지 정부의 비정규직 관련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열린우리당 의장실 점거농성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정부의 입법예고안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시인하고 "이후 당정협의 등을 통해 비정규직노조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는 입법예고안에서 사용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낮추는 등 오히려 후퇴한 법안을 국회로 이송해 법안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전국비정규직노조는 △비정규직 사용 제한과 상시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환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비정규직의 노동3권 보장 등을 주장하고 있다. 간부파업 참가자들은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이라며 "파견법, 기간제법 개악안을 밀어붙이려면 우리 부터 밟고 가야 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날 30여 명의 비정규직노조 대표자들은 삭발을 하고 구속까지 결의하는 '구속결단식'을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