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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정부부터 비정규직 없애라"

<기획연재> 공공부문 간접고용 실태와 대안 ④ <끝>

직업상담원 1천8백여 명이 지난 6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정부의 노동정책 주무부서인 노동부에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IMF 이후 실업자가 폭증하고 고용안정센터 업무가 대폭 늘어나면서 노동부는 비정규직인 일용잡급으로 직업상담원을 채용했다. 그러나 이들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에 비해 70∼80%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아왔고,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고용불안에 시달려 왔다. 실업자들의 취업알선, 실업급여 지급, 외국인노동자의 체류·고용확인신고서 발급 등 고용안정센터의 일을 도맡아 왔지만, 정작 자신들은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려 왔던 것.

직업상담원들의 주요한 요구는 기본급 17% 인상과 정규직으로의 전환 등 다른 부문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와 결코 다르지 않다. 노조에서는 노동부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대정부 투쟁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른 부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별해소를 위한 우선적 과제

노동부 직업상담원 노조의 파업에서도 드러나듯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에서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과 노동조건 등에서 심각한 차별을 겪고 있다. 그 동안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노동운동 진영의 요구를 요약하면 "공공부문에서부터 비정규직을 근절하라"는 것이다. 특히 최근 간접고용 형태의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은 올 상반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민주노총 공공연맹, 인권운동사랑방 등 5개 단체가 '공공부문 간접노동 임금·노동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담은 결과보고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들 5개 단체는 간접고용 근절을 위해서 우선 △기획예산처와 정부혁신추진위원회의 각종 지침을 통한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지자체의 무분별한 민간위탁방침을 철회할 것 △조달청의 물자조달 계약에서 노동력을 사고 파는 용역계약은 제외할 것 △공공부문에서부터 위장노무도급계약 형식의 불법파견을 근절할 것 등을 요구했다. 또 △최저임금은 적어도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선인 70만600원이 확보되어야 하고 △포괄임금제를 비롯한 탈법적인 임금체계를 근절하는 한편 △감시적·단속적 근로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의 적용 제외규정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별 해소한다더니 되레 비정규직 확산

그러나 이처럼 당연한 요구를 정부는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정립'을 공약하고 비정규직을 비롯한 5대 차별 해소를 약속했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진행하자 거의 동시에 노동부와 기획예산처가 200개 공공부문 사업장의 비정규직 실태를 조사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정부의 이런 공약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문제는 차별 해소와는 정반대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4일 발표한 <노사관계선진화방안>이 바로 그 증거이다. 원론적으로 정부는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주장하면서도 <노사관계선진화방안>에서처럼 지속적으로 노동유연화 정책을 시행하여 비정규직의 확산을 도모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 정규직 전환 결단 내려야

이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운동 진영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위한 특별기구를 구성하고 비정규직 차별 해소 문제에 사업의 비중을 높이며 정부에 근본적인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연맹 이상훈 조직국장은 "정부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노동운동진영만 매도하고 있다"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부터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태도가 곧바로 민간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의 기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정부의 근본정책이 바뀌어야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노동부내 직업상담원 노조 파업의 해결과정은 정부의 비정규직 문제해결 의지를 확인하는 시험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