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집회·시위 허가제, 폭압 권력의 징후

'집시법 개악과 민주주의 위기' 토론회 열려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인 집회와 시위를 철저히 규제하겠다는 발상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25일 '집시법 개악에 반대하는 민중·시민·인권·사회단체'의 주최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집시법 개악과 민주주의의 위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국회 행자위를 통과한 집시법 개악안을 한 입으로 통렬하게 비판했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권두섭 변호사는 개악안 이전의 집시법 역시 "경찰당국이 집회의 '허용'여부를 먼저 여러 가지 정치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한 뒤에, 불허한다면 그 근거를 집시법에서 적당히 찾는" 경찰의 재량권이 과도하게 부여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이 개선되기보다는 오히려 "경찰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주요도로 통행이 금지되고 사실상 도시지역 전체에서 경찰의 허가 없이 집회와 시위가 불가능"하게 만드는 등,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철저히 배제된 법안을 제시하며, 집시법을 둘러싼 의제 설정 자체를 절대적으로 후퇴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소음 규제 조항과 관련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소음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을 발생시키면 이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로 의제되어 자동으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의 대상이 된다"며 이번 법안이 실행되면, 노동권을 극한적으로 위협한다고 증명된 손배가압류가 재현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사복 입은 경찰관의 집회·시위 감시의 허용'되면 불법적으로 사진을 수집하는 등의 행위를 통하여 개인정보의 침해가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경찰청의 입김이 확연히 작용한 집시법 개악안은 그 입법 절차에서부터 "헌법상 적법절차를 완전히 무시"한 법안이라는 점도 논의되었다. 집시법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인권관련법안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와의 협의 과정이 없었던 것은 물론, 입법 예고나 공청회 등의 의견 수렴 과정마저 결여된 채, 행자위에서 통과되었다는 것이다.

건국대 법학과의 한상희 교수는 이번 집시법 개악안이 "과연 법치국가라 불릴 수 있는 사회에서 나올 수 있는 법안인가" 반문하면서, "최소한의 명분상 요건도 채워지지 못한 저차원적인 법안"이라고 규정했다. 전국민중연대 박석운 집행위원장도 이번 개악안에 폭력집회 금지, 소음규제, 학교·군사시설 주변 집회·시위 금지 등 유신 시절에도 없었던 독소 조항들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후진적이라고 평가하였고, 참여연대 장유식 협동사무처장은 집회 시위의 자유에 대한 허가제는 폭압적 정치권력이 득세할 때나 출현한다고 지적하였다.

한편,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26일 오전 국회 법사위원들에게 집시법 개악안 철회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했고, 오늘 오후 2시에는 여의도에서 '테러방지법·집시법 개악안 사망 선포식'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