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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아프리카 인권위, 오고니 민중의 인권피해 인정

나이지리아 정부․석유회사 '쉘' 공조, 건강권․환경권․생존권 등 침해

지난 5월 아프리카 지역 인권기구인 '아프리카 인간과 민중의 권리위원회'(아래 위원회)는 다국적 석유회사 '쉘'의 석유 생산 과정에서 나이지리아의 오고니 족이 생존권․건강권․주거권․환경권 등을 침해당했으며 이에 대해 나이지리아 정부의 책임이 있다는 결정을 발표했다. 이는 사회권규약과 인간과 민중의 권리에 관한 아프리카 헌장에 따라 기업의 인권침해로부터 민중을 보호할 의무를 다하지 않고 오히려 인권침해를 지원하고 방조한 국가의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나이지리아 최대 유전지역인 니제르 델타 지역에서 쉘(영국, 네덜란드), 쉐브론, 모빌, 텍사코(이상 미국) 등 다국적 석유회사들은 군대의 보호를 받으며 석유를 생산해 큰 이익을 얻어왔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실제 주인인 민중들은 환경오염으로 건강을 해치고 석유자원도 강탈당하는 피해를 입었다.

나이지리아의 사회․경제권 행동센터 등 인권단체는 96년 3월 그 지역에 사는 오고니 민중이 당한 인권침해에 대해 위원회에 통보했고, 6년이 지난 후 이번 결정 내용을 받아보게 됐다.

나이지리아 국영석유회사와 쉘 콘소시움은 석유를 생산하면서 독성 페기물의 안전한 처리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 결과 물, 공기, 토양은 오염되고 오고니 민중들은 피부병, 호흡계질환, 암, 신경계 질환, 출산장애 등 높은 발병율에 시달렸다. 당시 나이지리아 군부는 안전기준을 마련하기는커녕 오히려 군을 동원해 석유회사의 생산과 폐기물 처리를 도왔다.

더군다나 켄 사로위와 등 이러한 현실에 저항하는 오고니 민중의 지도자들을 죽이고, 군을 동원해 오고니 마을을 공격, 파괴를 일삼았다. 이같은 내용은 '쉘'과 국가안보대책위 사이에 주고받은 짧은 글, 군 책임자의 육성이 담긴 비디오를 통해 확인됐다. 환경 오염으로 오고니 민중들이 농사를 짓거나 낚시를 하는 것도 어려운 터에, 군부는 있는 곡식까지 없애고 농장의 동물도 죽여 민중들이 기아 상태에 빠지게 했다.

이후 새로 들어선 민선 정부는 이같은 인권단체의 통보 내용에 대해 인정한다는 짤막한 답변을 2000년도에 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한편, 위원회는 자체 조사 등을 거친 후 인권단체들의 주장을 사실로 인정하면서 나이지리아 정부는 아프리카 헌장의 건강권(16조)과 깨끗한 환경에 대한 권리(24조)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가 석유회사의 개발을 적절히 규제하고 감시하지 않아 '쉘'이 오고니 민중의 석유자원을 착취케 했다며 부와 자연자원에 대한 민중의 처분권(헌장 21조)을 침해했음을 인정했다. 이밖에도 위원회는 정부가 오고니 민중의 생존권․먹을 권리․주거권 등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이에 위원회는 결정문을 통해 △오고니 민중들에 대한 공격 중단 △보안군이 저지른 인권침해 조사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재정착 지원 △토지와 강의 종합 정화사업 △석유개발의 환경 및 사회 영향 평가 △석유 개발 및 규제 관련 의사결정에의 주민 참여 보장 등을 나이지리아 정부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