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논평> 이주노동자를 도망자로 만들지 말라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 세종로에는 "서울은 세계를 환영한다"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테두리로 처리된 만국기에는 영토와 인종을 불문하고 차별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발길을 옮겨 명동성당으로 가보자. 불법체류 신고를 위해 인간 사슬이 늘어선 문래동에 가보자. 거기에는 '불법으로 살고 싶지 않다'며 열흘이 넘게 농성 중인 이주노동자들이 있고, 새벽부터 하루종일 줄을 서야하는 수천 명의 고달픈 얼굴들이 있다. 불법체류자 26만명, 그들은 이 줄 속에 끼었다가 1년 내에 돌아가든가 다시 '도망자'가 되어야 한다.

95년 1월 명동성당에는 쇠사슬로 몸을 묶은 채 '때리지 마세요'를 외치는 외국인산업연수생들이 있었다. 9일간의 농성을 통해 산재, 체불임금, 폭행, 성폭행, 감금 등 '얼굴 뜨거운' 인권침해 증거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한국의 산업현장이 외국인 산업연수생을 노예처럼 부리며 착취를 하는 곳임을 드러냈다. 그러나 정부의 약속은 산재보험의 적용 등 일부만 지켜졌을 뿐 노예노동이라 비난받는 산업연수생 제도의 개선까지는 가지 못했다.

7년여가 지난 오늘, 우리는 같은 장면을 되풀이해 보고 있다. '필요'로 해서 일을 시키면서 '합법적인 노동'은 안된다고 하고, '불법체류자'이니 어떤 '불만'이 있더라도 '불평'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런 한국인데도 떠나지 못해 강제출국에 벌벌 떠는 이주노동자들의 처지를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26만개의 기계를 내버리는 일도 쉽지 않을 텐데 1년 내에 26만 명의 사람을 내버리겠다는 당국의 계획 앞에서 '쪼그려 앉아' 그 명령을 이행하고 있는 '가난한 세계'를 멸시하고 있다.

차라리 "대한민국은 가난한 나라를 홀대한다", "대한민국은 일손이 필요하지만 합법적인 노동자는 필요치 않다"라고 홍보하라. 그렇게 홍보할 것이 못된다면 정책을 바꿔라. 1년 내 모든 불법체류자를 내보내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미봉책일 뿐 대안적인 이주노동자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기업주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노동'에는 불법이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