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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과거 '죄질'만으로 보호감호 처분 부당

법원, "재범 위험성은 고도의 개연성 있어야"


법원이 "징역형을 마치고 추가로 받는 보호감호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주장을 받아들였음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는 징역살이 13년을 마치고 보호감호 중이던 피감호자 2명이 제기한 청구 소송 결과다.

지난 14일 서울지법 남부지원 형사1부(주심 홍지영 판사)는 보호감호 중이던 송○○씨와 김××가 제기한 보호감호 처분에 대한 재심 청구에 대해 "피감호청구자가 재범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며 검찰의 보호감호 청구를 기각했다.

송 씨와 김 씨는 지난 87년, 10여 차례에 걸쳐 협박·폭행을 통해 재물을 갈취한 혐의로 체포됐다. 88년 대법원 선고 당시, 이들은 법원으로부터 "범행 동기나 수단 및 죄질이 나쁘다"는 이유로 징역 13년 및 보호감호 10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번 재심 청구에 대해 재판부는 "재범의 위험성이라 함은 재범의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고 "피감호청구자가 장래에 다시 죄를 범하여 법적 평온을 깨뜨릴 고도의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현행 사회보호법 상 '다시 동종의 죄를 범하거나 상습성이 인정되는 때 재발의 위험성이 있는 범죄에 대해 보호감호를 처할 수 있다'는 규정을 엄격히 해석한 것.

재판부는 이들 범행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피감호청구인에게 동종의 전과가 있고 또는 상습성이 인정된다고 하여 바로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93년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여 보호감호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어 "재범의 위험성 유무의 판단은 원심 판결 선고 때(88년)가 아닌 재심판결 선고(01년)를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결국 재판부는 두 사람이 징역기간 동안 자신의 범행을 뉘우치고 재소자 정신교육 과정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교육생 모범표창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해, "장래에 재범할 상당한 개연성, 즉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결한 것. 범행 당시의 동기나 방법뿐만 아니라 범행 후의 정황, 개전의 정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됨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천주교인권위 안원영 사무차장은 "이번 소송이 (위헌적 요소가 있는) 보호감호 제도 자체에 대한 재판은 아니었지만, 재심 판결은 과거가 아니라 '현 시점'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데 의의가 있다"고 평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현재 보호감호소에서 보호감호 대상자를 평가하여 가출소를 결정할 때, '현재의 정황'을 기준으로 피감호자들을 판단할 지가 주목된다.

한편, 소송을 대리했던 박승진 변호사는 "현재 보호감호 처분은 지극히 일방적인 교도관 재량에 맡겨져 있다"며, 감호 처분을 받을 때 "피감호청구인들의 변론권이 충분히 보장된 가운데, 교도관이 아닌 중립적 인사가 평가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개인적으로 보호감호제도가 폐지돼야 한다"는 소신을 덧붙였다. 현재 송 씨와 김 씨는 법원 판결 후 출소한 상태며, 검찰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