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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획>형사소송법 개정 이렇게 ⑥ 재정신청과 재심 제도

재정신청제도 전면 확대돼야

고소나 고발 사건에서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하였을 때 고소인이나 고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형사소송 절차에는 재정신청 제도가 있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경우 30일 이내에 고소인이나 고발인은 고등검찰을 경유하여 법원에 재정신청을 낼 수 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기소를 하게 된다. 이에 따라 법원은 공소유지 변호사를 선정하고 이 변호사가 검사의 역할을 한다. 재정신청 제도는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나 기소편의주의에 의한 독단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고, 항고 제도가 검찰 내부의 절차라는 한계, 헌법소원의 경우 재판 진술권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비춰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적절하게 제어하는 유력한 수단이 된다.

그렇지만 현행 형사소송법은 형법 제123조∼제125조의 범죄(직권남용죄, 불법체포·감금죄, 폭행·가혹행위) 등 공무원들의 범죄에 대해서만 재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애초 모든 범죄에 대한 재정신청이 가능했지만 박정희 정권이 유신 직후인 1973년 법을 개정하여, 대상 범죄를 대폭 축소한 뒤 단 한 번의 개정이 없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래서 재정신청에 의한 기소, 공소의 유지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만큼이나 어렵다. 최근 재정신청 건수는 4백건 대에서 1천 2백 건대로 증가했지만, 법원이 사건을 재판에 붙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형사소송법 개정을 논의하는 사법개혁위원회나 법무부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재정신청 제도의 전면확대를 꾀하는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며 공무원의 범죄로 대상을 제한하는 선에서 개정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유신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 앞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유신 이전으로 되돌려 재정신청을 할 수 있는 대상을 전면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법원의 잘못된 판결 바로 잡을 재심제도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통제장치로 재정신청 제도를 고려한다면 법원의 잘못된 판결에 대한 심리재개를 통해 정의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것이 재심제도이다. 재심은 확정판결이 난 사건에 대해서 결정적인 하자가 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새로운 증거의 제출을 통해서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심리하는 것이다. 법적 안정성과 정의가 충돌하는 경우 정의를 우선하는 태도이다.

아무리 공정하게 재판에 임한다고 하더라도 오류가 있기 마련인지라 이를 바로 잡을 방안으로 재심 제도가 도입되어 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재심 제도 역시 유명무실하다. 그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기 때문이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발생했던 조작간첩 사건들의 경우 40일 이상의 불법감금 상태에서 조작된 진술에 의해 유죄가 확정되었던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런 경우 재심의 요건에 해당되어야겠지만, 상상외로 법원의 태도는 완강하다. 한번 확정한 판결이 아무리 잘못된 것이라고 해도 뒤집을 수는 없다는 판결의 무오류성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95년 조작간첩 신귀영 씨 사건에 대해서 새로운 증거와 진술들이 법원에 제출되었지만, 부산지법의 재심개시 결정을 고등법원과 대법원이 인정하지 않아 재심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재심의 요건을 대폭 완화하여 완전히 새로운 증거만이 아니라 불법적인 절차가 인정되는 때에도 재심을 수용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법적 안정성, 법원의 권위만이 인정되는 현재의 재심 제도로는 사법정의의 실현이라는 제 역할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