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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어느 청송 출소자에 대해 '짜고 치는' 재판

검찰, 청송 교도관 고소한 윤 씨 무고죄로 기소


지난 27일 서울 서초동 형사지법 522호(담당판사 김홍준)에서는 청송 교도관들의 악랄한 인권유린 행위를 고발한 윤 모 씨를 검찰이 오히려 무고죄로 기소한 희대의 재판이 열렸다.

윤 씨는 청송감호소에 수감 중이던 93년 교도관들의 집단구타와 인권유린에 대한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했다가 무혐의 처리되자, 다시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다. 이에 교도관들은 윤 씨에게 '가출소 내지 작업반장을 시켜주겠다'며 재정신청을 취하하라고 종용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던 중 윤 씨는 94년 1월경 교도관 전재원 씨로부터 "재정신청이 취하된 지 알아라"는 말을 전해들었다. 이에 대해 마땅히 확인할 길이 없어 농담으로만 여겼다가, 윤 씨는 96년 10월 청송에서 가출소한 후에야 전 씨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윤 씨는 홀홀단신 고아 출신으로 당장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아야 했지만,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야 했기에 그후 1년간 변호사 단체를 찾아다니며 도움을 구했다. 그리고 주위의 도움으로 많은 돈을 들여서, 한국문서감정원으로부터 '재정취하서가 위조되었다'는 감정서까지 받아냈다.

윤 씨는 이 감정서를 근거로 98년 3월 당시 교도관이었던 문용환, 전재원, 김영복 등과 여광석 소장을 사문서위조 혐의 등으로 대검찰청에 고소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던 99년, 검찰은 돌연 윤 씨를 무고죄로 고소했다. 이후 법원은 윤 씨가 제기한 사건의 재판을 중단하고, 검찰이 뒤늦게 제기한 무고죄에 대한 심리만을 진행하고 있는 것.

이 재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정신청취하서의 서명과 무인이 위조됐는지의 여부다. 검찰의 의뢰로 실시된 대검찰청 문서감정실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는 '위조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했다. 27일 열린 재판에서도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감정인 양후열 씨는 '재정신청취하서가 위조되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에 임영화 변호사는 "무인 주변의 명암이나 무인의 모양, 서명글자의 압력을 조사했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 양 씨는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는 무인 주변의 명암이나 서명글자의 압력은 고려하지 않고, 글자와 무인의 모양만으로 동일인의 것이라고 판단한 것. 양 씨의 감정은 대검찰청의 방식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었다. 변호사의 심문과정 내내 감정사진 한번 들쳐보지 않고 계속 잠만 자던 검사는 자기 차례가 되자 감정인에게 "전문가로서 양심을 걸고 감정했냐"는 시시껄렁한 질문을 하며 이날 심리를 마쳤다.

그러나 이에 앞서 한국문서감정원 이송훈 씨는 대검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상반된 감정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 씨의 관찰에 따르면, 재신청취하서에 있는 3개의 무인상태에 드러난 무늬의 융선에는 마찰하면서 문지른 흔적이 많이 나타나 있으며 이들 마찰흔적이 서로 같았다. 이에 따라 이 씨는 "(재정신청취하서에 있는 무인은) 다른 지면에 압지된 무인을 은박지를 벗긴 껌종이를 사용해 3,4회 전사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 이 씨는 "(재정신청취하서에 있는) 윤 모의 성명 3자 3개의 필적은 꾹꾹 눌러서 그린 필적"이라고 감정했다. 이는 글자의 한 획을 한번에 쓰지 않았다는 것으로, 재정신청취하서의 위조사실을 의미하는 것.

다행히 판사는 오는 18일 열릴 다음 재판에서 이 씨에 대한 증인신청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임영화 변호사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속내를 털어놓으면서, "짜고 치는 고스톱인 것 다 알지 않냐"며 벌써부터 윤 씨를 위로했다.

교도관의 독직폭행에 대한 재소자의 법적 호소가 얼마나 어려운지, 대개의 출소자들이 생존의 위협 속에서 그 소송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고단한 삶을 사는지! 윤 씨의 재판과정은 이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