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노사정합의 기만이었다

노동자만 피해…정·관·재계 부담 실종


최근 교원노조의 법제화와 실업자노조 가입 문제 등을 놓고 노·정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제도화되었어야 할 문제들에 대해 기득권 세력들이 강하게 저항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원노조 법제화와 실업자 노조가입 문제 등은 올 2월 노사정 합의사항. 당시 노동계는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제 등 노동자의 생존문제와 직결되는 사항을 양보하는 대신, 전교조 합법화와 실업자 노조가입 허용 등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의료보험 통합 등 사회안전망 확충 등에 대한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노사정 합의사항의 실천 과정을 살펴보면 노사정 합의가 정리해고의 법제화를 위한 수순에 불과했음이 드러난다.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법은 노사정 합의가 발표된 뒤 불과 열흘도 안된 2월 14일 임시국회를 통해 처리된 반면, 교원노조 법제화 등 노동기본권과 관련된 사항은 1년이 다가도록 처리가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엔 한나라당과 관료 등 수구기득권 세력의 강력한 저항이 한 몫하고 있지만, 여권의 미지근한 대응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명확한 합의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시 처벌조항 폐지 문제와 경제위기 책임 규명 등의 문제도 합의된 쟁점에 묻혀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다. 특히 경제위기 책임과 관련, 경제청문회 개최와 부실경영 재벌총수 퇴진 및 재산환수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등 재계, 정치인, 관료 등 기득권층에게 부담을 지우는 사안들은 사실상 실종됐고,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은 노사정 합의의 최대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한편에선 구속노동자의 석방을 위해 노력한다는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단병호 금속연맹 위원장, 고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 등 50여 명에 달하는 구속자들이 양산되었고, 유덕상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과 만도기계 노동자 등은 수배자의 신세로 내몰렸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민간부문 및 공공부문의 일방적 구조조정 중단 △교원노조 법제화와 의료보험 통합일원화 △실업자 노조가입 허용 △구속노동자 석방 및 수배해제 △성역없는 경제청문회 실시와 관련 책임자 처벌, 재벌총수 재산 환수 등 당면 5대 요구사항을 내걸고 총력투쟁을 천명하고 있다.

한편에선, 당초 노사정 합의에 동참한 노동계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서울지하철공사의 한 노조 간부는 "원래부터 사·정에겐 합의의 뜻이 없었다"며 "어떤 교환카드가 있었더라도 정리해고를 합의해 준 것은 상대에게 칼자루를 쥐어주는 잘못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제 노동계의 힘이 없으니까 기존의 합의사항마저도 지켜지지 않는 게 아니냐"며, 노조 지도부에 원망의 목소리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