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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재벌 별장부터 내놔라"

경제위기 고통, 노동자 일방 부담


정리해고는 사실상 시작되었다.

최근 정부와 정·재계가 고통분담과 구조조정을 위해서 정리해고제의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현재 일부 사업장에서 사실상 정리해고가 실시되는 등 전국각지의 노동현장에서 해고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바로크가구에서는 최근들어 가장 큰 규모의 해고사태가 발생했다. 바로크가구는 지난해 10월 자금유통의 어려움 끝에 흑자도산한 기업으로 지난달 27일 전사원(조합원 6백여 명)에게 사표제출을 요구했다. 이에따라 사표를 제출한 직원 가운데 사무직과 생산직에서 1백50여 명의 직원이 사실상 정리해고됐다. 도산한 기업이기는 하지만 최소한의 해고회피 노력마저도 없이 대량해고를 실시한 바로크가구의 경우는 이후 경영난을 겪고 있는 여타 기업에도 주요한 파장을 몰고올 가능성이 있다.

마산·창원지역에서는 현대정공이 이미 관리직 30명을 권고사직시키고, 앞으로도 사무직 인원의 30%선인 1백명 가량을 감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의 한국기계에서는 지난달 27일 50대 주부노동자 9명을 무단해고했다가 노조원의 집단농성에 굴복해 일주일만에 복직시키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생산현장은 공포분위기"

그러나, 이러한 개별 사업장에서의 해고사태는 실업대란을 앞둔 서곡에 불과하다. 마창지역노동조합협의회의 조태일 총무국장은 지역내 노동자들의 상황을"엎드려라! 아니면 죽는다"는 자조적 표현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조 국장에 따르면, 각 사업장마다 구조조정의 한파를 틈타 조업단축과 휴직, 감원요구에 이르기까지 모든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노조가 없는 미조직 사업장의 경우는 더 심각해, 휴직을 징검다리로 하는 해고 현상이 빈발하는 형편이다. 조 국장은 "마창지역은 공포분위기"라고 잘라말했다.

민주노총 인천본부의 박인숙 총무국장도 "상여금과 임금 체불은 다반사며, 회사측이 단체협약 이행마저 유보하라고 요구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노동계, 파격적 제안 뒤따라야"

결국 현 경제위기의 고통을 힘없는 노동자들만 떠안게 됐다는 비판이 당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속연맹 부산양산지부 정홍형 조직부장은 "정리해고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 최소한의 완충장치인 사회보장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정리해고는 '다 죽으라'는 이야기와 같다. 둘째, 경제의 어려움을 초래한 재벌의 뼈를 깎는 노력없이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 고통이 전가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이 별장을 비롯한 자신의 전재산을 매각한다면 최소한의 자금은 마련할 수 있다"며 "재벌 재산부터 몰수하거나 자진 반납하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장은 또 "언론 공세와 사회심리적 불안감 때문에 노조마저 위축된 것이 현실이지만 민주노총 등이 구체적 전망과 방안을 제시한다면 이에 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고용안정기금 조성에 있어 일정액을 노조가 부담하는 방식 등 공세적이고 파격적인 제안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정 부장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