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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준비된 개방, 의혹은 여전

지난 24일 청송 4개 교정시설 공개


인권침해 시비가 그치지 않던 청송교정시설 4곳(제1․2교도소, 제1․2감호소)이 지난 24일 약 3시간 동안 대한변협 등 10개 민간단체 관계자와 법무부 출입기자단에게 공개됐다.

법무부가 나름대로 준비해온 행사였던 만큼, 깨끗하고 현대적인 시설들이 참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지만, 재소자와의 접근을 가로막고 준비된 몇몇 시설만을 공개하려는 교도소측과 인권단체 참관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교도소측은 조세형 씨를 통해 확산된 세간의 의혹부터 해소하려는 듯 참관단체측이 요구하기도 전에 조 씨가 수감되어 있던 7동 1, 2, 3방을 공개했다. 교도소측이 공개한 감방은 기존의 청송 출소자들이 주장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햇볕과 공기를 자유로이 쐴 수 있을 만큼 널찍한 감방 창문을 보여주며 한 교도관은 “창문을 막는다는 것은 교도소 생긴 이래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참관단 가운데 청송 출신이었던 한 목사는 “그 방은 조세형 씨가 수감되었던 방이 아니다”며 “왜 그렇게 숨기는 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교도관 다가서자 ‘갱생!’

이번 행사에서 교도소측은 참관자마다 3-4명의 교도관들을 배치해 재소자와의 대화를 차단함으로써 참관단의 반발을 샀다. 특히 문제수형자(강력범 또는 3범 이상의 수형자 등)들을 수용해 규율이 가장 센 것으로 알려진 제2교도소 방문시엔 인권단체측의 요구로 인해 예정에도 없이 독방이 공개되면서 돌발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제2교도소 독방에 수용된 재소자들은 앞서 제1교도소의 재소자들과 달리 교도관들을 보자마자 ‘갱생’이라는 구호와 함께 머리가 땅바닥에 닿을 정도로 인사를 해 참관자들을 당혹케 했다.

논란이 되어온 징벌방에 관해서는 교도관과 재소자 간의 진술이 엇갈리기도 했다. 참관단 가운데 일부가 교도관들의 제지를 뚫고 한 재소자에게 징벌방의 위치를 묻자 그는 엉겹결에 “이 사동 맨 끝이요”라고 답했다. 그러나, 교도관은 재소자가 지목한 ‘끝방’의 용도에 대해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는 상반된 주장을 폈다.

또한 교도관들은 “재소자들에게는 평상어를 쓰고 폭언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시종 “쟤네들, 얘들이…”운운해 참관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청송 교정시설의 경우엔 재범, 3범인 재소자가 많은 관계로 일반 교도소보다 재소자들의 평균 연령이 높은 편이다.


“샘플만 봤을 것”

한편 참관단이 청송교도소를 떠나던 25일, 제2감호소에서 출소한 장 아무개 씨는 “청송의 내막을 잘 모르니까 교도소측에서 제공한 공간만 보았을 것”이라며 “물건으로 보면 좋은 샘플만 보았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를 하느라 재소자들이 무척이나 힘들었다”며 “보통 가석방 사실이 2-3일전에 통보되지만, 이번에는 24일 폐방시간 전에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역시 같은날 제2감호소에서 출소한 김 아무개 씨는 “교도관들이 새 정부들어 노력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전히 재소자들에게 반말은 기본이고 별로 달라진 것도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또 “출소할 때 평상시와 달리 항문 검사까지 받았다”며 “뒤가 꿀리지 않으면 왜 그런 짓을 하냐”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