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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책읽는 교도소’ 말뿐인가

검열 불편 이유로 도서 반입 금지


법무부가 자랑한 ‘교도소의 도서관화 정책’이 보안이라는 장애물에 걸려 비틀거리고 있다.

지난 6월 1일부터 교도소의 이미지를 도서관처럼 바꾸겠다던 법무부는 최근 들어 보안을 이유로 외부로부터의 도서 반입을 금지하고 나섰다. 법무부는 전국 각 교도소에 ‘원형을 훼손해야만 검사가 가능한 품목의 반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시달했으며, 도서도 이 중의 한 품목으로 포함했다.

이에 따라 대구, 강릉, 청송교도소와 청송 1, 2 감호소 등 몇몇 교도소에서 책과 옷 등의 소포 반입이 금지되고 재소자들에겐 영치금만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방침을 지시한 법무부 보안1과의 한 책임자는 “소포를 통해 부정물품이 유입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완벽한 검열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물건 대신 영치금을 넣으면 교도소에서 즉시 내부 구매를 해주기 때문에 불편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이번 조치는 면회자의 짐이 가벼워지고, 우송료도 없기 때문에 재소자와 가족들 모두에게 편리함과 이득을 주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도소마다 재소자의 숫자가 평균 1천여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재소자들이 원하는 모든 책을 교도관들이 언제든 즉시 구입해서 전달한다는 법무부의 방침은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선진국들의 경우 보통 교도관과 재소자의 비율이 일본 1:2.4, 미국 1:3.2, 영국 1:1.3, 프랑스 1:1.2 정도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1:7.8에 달해 전반적으로 교도관 부족현상을 겪고 있다. 군산, 청주교도소 등 몇몇 교도소에선 그동안 교도관 부족으로 인해 재소자 1인당 월 2회 총 6권으로 도서구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펴온 바 있다. 결국 이번 법무부의 조치는 검열물품을 줄여 교도관의 편의를 도모하는 반면, 재소자들에게는 그만큼 불편을 주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재소자 독서권 보장 미흡

한편, 올해 인권운동사랑방(대표 서준식)과 천주교인권위원회(위원장 김형태 변호사)가 전국의 출소자 2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재소자들이 교도소내 도서관과 도서구비율 등을 불만족스럽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9.1%는 교도소내 도서관을 이용한 적이 없으며, 도서관이 있는지 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도서관 이용자중 93.9%가 구비된 책이 매우 빈약하고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했다. 게다가 이용자중 81.8%는 도서관의 이용이 까다롭고 부자유스러웠다고 답변했다.

도서를 외부에서 반입받는 경우 응답자 230명중 58.7%인 135명이 ‘반입이 불허된 적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잡지의 경우 51.3%가 내용이 ‘삭제되어 들어왔다’고 답변했다.

박찬운 변호사는 이번 법무부 조치에 대해 “일부 극소수의 부정물품반입의 책임을 모든 재소자에게 묻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재소자의 독서권과 가족의 선택권을 교도소가 자신들의 편의(검열과정 삭제)를 위해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행위”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