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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고> 하루 감옥을 다녀와서

감옥으로 출근하는 날 아침, 우리 아이들은 왜 멀쩡하던 아버지가 갑자기 감옥살이를 하러 가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남들은 휴가다, 피서다 하는 철에 명동 어귀에 들어서니 푸른 수의차림으로 포승줄에 묶인 민가협 어머니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사회에서 입었던 옷을 벗고 푸른 관복에 흰 고무신을 신고 포승줄에 묶일 때 까지만 해도 요새 흔하다는 무슨 퍼포먼스를 하는 기분이었다. 이런 기분은 그러나 오래 가지 않았다. 두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교도관들에 의해 입방식이 치러 지면서 이게 장난이 아니란 걸 알았다. 교도관들의 폭행과 폭언, 그에 항의하는 민가협 어머니들.

옆방에 있는 감방동기 김홍신 의원은 “겁없이” 환기통 개방을 요구하다 교도관들에게 별 험악한 꼴을 다 당했다. 한 교도관은 내게 영치금도 안 들어 오느냐고 빈정거린다. 앞쪽에 있는 시인 최영미 씨나 영화배우 윤동환 씨 같이 “얼굴이 팔린” 죄수들에게는 영치금도 많이 들어오는 모양이다. 내 담당은 나보고 영치금도 안들어 오는 법자라고 하는데 법자는 법무부 자식이란다.

빵에 앉아 생각해 본다. 전두환, 노태우 두사람의 사면 이야기가 어디선지 나오면서 고령에다가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공로를 인정해서라도 사면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 전직 대통령 자리가 어떻게 올라 간건지 기가 막힌다. 수조원의 은행돈을 자기 쌈짓돈처럼 써버린 정태수나 미국까지 가서 몇십만 달러의 귀한 외국돈을 하루밤 노름으로 날려 버린 철딱서니 없는 그의 아들에게도 그러면 이나라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줘야 하는 것 아닐까? 고령 운운하지만 그보다 훨씬 나이 많은 장기수들의 나이는 나이가 아니란 말인가?

한보와 김현철 사건 등으로 우리 국민들의 평균수명을 몇년씩 줄여 놓은 비리 관련자들은 무슨 지병이 악화됐다는 핑게를 대서 병원으로 빼돌렸다가 적당한 때 가석방 형식으로 풀어준다. 한때 떵떵거리던 사람들이 쇠고랑찬지 얼마 안돼 이런 식으로 나오는데에 이젠 많은 국민들도 익숙해 진 것 같다. 그러나 우리 교정당국이 재소자들의 건강상태에 그렇게 관심이 많았던가? 만삭의 몸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던 고애순 씨는 많은 사람들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풀어주지 않아 결국 아이를 사산하고 말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양심수들은 각종 지병에 시달리면서 이 한여름 한증막같은 감방생활을 이겨 내고 있을 것이다.

8월이 제일 견디기 힘들다는 양심수 가족들. 혹시나 8.15특사에 기대를 걸고 하루하루를 초조한 심정으로 기다리는 이들에게 올해 8.15 역시 “역시나”로 지나가 버리지 않게 되기를 진심으로 빌어본다.


정범구(CBS 시사쟈키 오늘과 내일 진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