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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오름 > 내 말 좀 들어봐

[내 말 좀 들어봐] 이장님을 풀어주는 게 평화예요

대추리 이장님이 풀려나길 바라는 초등학생들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이장님!
저는 아름이라고 해요. 늘 대추리 마을을 걱정하고 많은 얘기도 하고 건강은 어떠하신지……. 아프지 마세요. 또 이 편지를 읽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힘을 내셨으면 좋겠어요. 이장님 파이팅! 마지막으로, 이장님 사랑해요. (김아름)


안녕하세요. 제가 편지를 쓰는 이유는 대추리 이장님을 위해서입니다. 전 대추리 얘기를 잘 압니다. 저희 반 친구가 알려주기도 하고 제가 찾아서 알아보기도 합니다. 판사아저씨, 이장님이 감옥에 갇혀있다고 들었습니다. 재판을 한다고 했죠? 대화를 해서 말로 해야죠! 말로 풀 수 있도록 좋은 판결을 내 주세요. (임예지)


안녕하세요? 저는 5학년 김해란이에요. 판사님이 공정하다면 이장님과 대추리 주민들의 편이 되어줘야 해요. 보금자리를 떠난다는 건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초등학교 졸업식 마칠 때 울음바다가 되는 것만 봐도 그래요.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대추리 아저씨, 아줌마, 할머니, 할아버지는 보금자리를 떠나는 게 서러운 거죠. 저도 그 느낌, 감정을 알기에 이걸 쓰는 거예요. 그러니까 판정을 공정하게 해주세요. (김해란)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박성현이라고 해요. 며칠 후면 재판이 있다면서요? 근데 솔직히 이장님은 잘못 없어요. 자기가 갯벌을 땅으로 만들어 살아가는 게 무슨 잘못이에요? 이장님이 잘못이 없다는 걸 인정해주세요! 알겠죠? (박성현)


대통령님께
대통령 아저씨, 만약 대통령 아저씨가 평택 대추리 주민이라면 기분이 좋겠어요? 대통령이면 사람들이 그만큼 믿으니까 뽑힌 거잖아요? 투표할 때는 시민들의 말을 듣고 싸움 · 전쟁하는 것, 기지를 짓는 것은 왜 시민들이 하는 얘길 안 듣죠? 농사짓고 싶으면 농사를 지어야지요. 땅을 뺏기면 얼마나 슬프겠어요? 대통령 아저씨, 기지 말고 농사지을 땅을 만들어주세요! 어째서 사람들을 농사 못 짓게 하는 거예요! 제발 부탁드릴게요. 기지를 만들어도 평화는 이루어지지 않아요! (김성호)

인도단행가처분 소송 - 인.도.단.행.가.처.분...소.송? 무슨 말인지 진짜 어렵죠?! 얼마 전, 정부가 평택 대추리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상대로 인도단행가처분 소송이라는 걸 신청했대요. 오랫동안 대추리에 살아온 주민들에게, 대추리 땅을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다’면서 ‘미군기지로 만들 수 있도록 그 땅을 넘겨달라’고 법원에 신청한 거랍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법원이 그런 정부의 신청을 받아들인 거예요. 대추리 마을의 건물은 모두 정부의 것이니, 나가라고 한 날까지 마을을 비우지 않으면 주민들을 자기 집에서 쫓아내겠다는 거예요. 쌩쌩 찬바람 부는 지금, 전쟁을 벌이기 위한 기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집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을 길거리로 내쫓고 집을 부술 수 있게 된다니……. 갯벌이었던 그곳을 농사지을 땅으로 일구어 50년 넘게 살아온 주민들에게는 정말 기가 막힌 일이지요.

하긴 지난 봄(5월)에는 대추리 주민들의 솔부엉이 도서관, 대추초등학교를 정부에서 군인과 경찰들을 시켜 강제로 부수기까지 했었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어요. 평화를 이야기하고 전쟁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무조건 막는 정부는 대추리 이장님을 감옥에 가두었어요. 자신이 살던 땅에서 그냥 평화롭게 농사짓게 해달라는 대추리 이장님은 여름부터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지금까지도 감옥에 갇혀 지내고 있답니다. 이장님 가족들과 오랫동안 곁에서 살아온 이웃들은 이장님이 이렇게 오래 감옥에 갇혀있는 걸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요. 이장님의 어머니는 자신 가슴을 열면 검은 먹물만 나올 것이라고 했대요. 그런데 이번 주에 재판을 한다고 해요. 평화를 외치던 이장님을 감옥에 가둔 건 잘못이니까 얼른 풀어달라고, 공정한 판결을 내려달라고 사람들이 법원에 재판을 요구했거든요.

그 소식을 들은 동무들이, 이장님에게는 힘내시라!고, 재판장님한테는 바른 판결을 내려달라!고, 대통령 아저씨에게는 평화를 선택하라!고 엽서를 썼답니다. 아마 동무들의 엽서는 큰 힘이 될 거예요, 가족도 이웃도 자유롭게 만나지 못하고 있는 이장님에게도. 추운 감옥에 갇혀 있는 이장님 생각에 안타까운 눈물을 흘리며 만날 촛불을 밝히고 있는 평화지킴이들에게도요.

네? 동무도 엽서 쓰고 싶다구요?
누구나 아는 사실을 누구는 왜 모르는 척하는 걸까요? 자, 얼른 연필을 들고 같이 써요~ 마음속에만 담아두기에는 아깝잖아요! 평화, 같이 전해요! [괭이눈]

(*) 무단 점유 : 어떤 곳을 허락 없이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