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특집 : 독자가 뽑은 ’94 인권10대 뉴스


◉ <문민정부의 매카시즘>-박홍총장 주사파발언 파동
◉ <12·12 유죄인정하고도 불기소>-검찰, 자의적 기소권 행사
◉ <우조교 승소>-성희롱에 대한 첫 법률적 제재
◉ <안기부 프락치, 배인오 양심선언>-남매간첩단 사건 조작 폭로
◉ <무너진 성수대교>-성장제일주의의 사생아
◉ <문민정부, 긴급 구속장 남발>-1만3천7백32명 연행
◉ <경상대 교양교재 『한국사회의 이해』사법처리>-장상환, 정진상교수 불구속 기소
◉ <국제법률가위원회, 정신대 특별보고서 제출>-정신대문제 해결할 특별 중재재판정 설치 촉구
◉ <현대판 노예노동, ‘외국인취업연수생제도’>-감시 강제노동, 저임금, 구타 등 인권침해 심각
◉ <가평 두밀분교폐교>-주민들 폐교철회 첫 소송


<인권하루소식> 독자가 뽑은 ’94 인권 10대뉴스

편집자주 : <인권하루소식>은 12월 16일부터 22일까지 인권·사회단체 활동가 및 독자들을 상대로 ’94 인권 10대 뉴스와 인권 침해자·옹호자에 대한 설문을 실시, 101명으로부터 응답을 받았다.

설 문 개 요


설 문 응 답 총 101명
인 권 단 체 18개 인권단체 33명
사 회 단 체 12개 사회단체 23명
의원, 변호사, 언론인 22명
시 민 23명


■문민정부의 매카시즘, 박홍총장 주사파 발언 파동

7월18일 ‘한총련 뒤에는 주사파가 있고, 주사파 배후에는 사노맹이 있다. 사노맹은 김정일의 지도를 받는 사로청의 배후지도를 받고 있다’는 검찰까지 당황하게 한 박홍 총장의 발언은 여름의 무더위를 ‘주사파 사냥’으로 더욱 달구었다.

6월7일 한총련 출범식 직후 한총련간부 90여명 검거령, 6월18일 UR비준저지집회와 관련한 3백26명의 검거 등으로 주사파 사냥에 나선 때, 박홍 총장의 발언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김정일의 장학금을 받은 대학교수가 있다’는 발언 이후 진주경상대의 대학교양교재 『한국사회의 이해』 집필교수들에 대한 희대의 수사가 이어졌으며, 성균관대 정현백 교수 등을 긴급구속 했다가 풀어주기까지 했다.

7월8일 김주석의 사망과 관련, ‘조문을 표시할 용의가 있다’는 한 국회의원의 발언까지 이적행위 등으로 비난받을 만큼 ‘주사파’의 이름만 걸면 누구든지 단죄할 수 있는 한국사회의 실상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12·12 유죄인정하고도 불기소, 검찰, 자의적 기소권 행사

검찰은 11월, 정승화씨 등이 제기한 12·12사건의 전두환, 노태우씨 등에 대해 ‘군사반란의 혐의가 충분히 인정’되나 ‘국가발전을 위해 공헌한 점’을 들어 기소를 유예했다.

법률학자들은 검찰이 ‘군사반란’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도 기소하지 않은 것은 현행 기소독점주의 제도에서도 검찰의 내규 등을 들어 기소권 남용에 해당한다는 지적을 하기도 하였다.
한편 검찰의 기소유예 조치와 관련, 변호사, 법률학자, 사회단체 등은 12·12 기소유예를 계기로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의 기소법정주의 등으로의 전환, 3개항에만 인정되어 있는 재정신청범위의 확대, 특별검사제의 도입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우조교 승소, 성희롱에 대한 첫 법률적 제재

서울민사지법 합의18부(재판장 박창우 부장판사, 주심 강승준 판사)는 전 서울대 조교 우영은(필명)씨가 지도교수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며 지도교수 신아무개와 서울대총장, 국가를 상대로 5천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성희롱 사실을 인정, 원고에게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직장에서 근로자에게 지휘·명령권과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근로자의 직무수행을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성과 관련된 언동으로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할 때 법률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국립대학교 총장과 국가는 교수의 독립성이 보장되어 있는 현실에서 간섭할 수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성희롱 공대위는 국가책임의 판례를 남기겠다고 항소를 한 상태이다.

서울민사지법의 판결은 그 동안 개인적인 문제로 무시되거나 묵인되었던 성희롱 문제가 최초로 법의 제재를 받게 됐다는 점뿐 만 아니라, 직장내 성희롱의 문제가 여성에 대한 고용차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을 사회적으로 널리 알렸다.


■안기부 프락치, 배인오 양심선언
남매 간첩단 사건 조작 폭로

영화 <이름 없는 영웅들>을 제작했던 배인오 씨는 10월 29일 베를린에서 자신이 안기부 프락치로 활동했음을 밝히는 양심선언을 했다. 배씨는 북한영화, 북한서적을 ‘남매 간첩단 사건’의 김은주 씨를 통해 한총련 등에 전달하게 하는 등 김씨 남매가 구속되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증언했다.

배씨는 ‘안기부의 지시를 받아 한총련과 조총련, 사민청과 조총련을 연결시키는 공작을 시도하기도 했다’며, 안기부에서 프락치 운영실태의 일부를 폭로했다.

배씨는 93년 9월 이후 프락치의혹을 받아오다 올 9월 해외 범청학련을 접촉하라는 지시를 듣고 유럽으로 갔다고 밝혔다. 배씨는 안기부 수사관의 얼굴, 배씨와 이들의 대화를 담은 비디오 테이프 등 구체적인 물증을 공개했다.

이 사건으로 안기부가 프락치를 통한 정보수집 차원이 아니라 프락치를 통해 없는 사건을 조작하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무너진 성수대교, 성장제일주의의 사생아

지은 지 16년밖에 안 된 성수대교가 10월 21일 출근시간에 상판하나가 무너져 3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한강의 기적’의 한 상징물이던 한강다리들은 부랴부랴 긴급진단을 받았고, 사람들은 한결같이 ‘앞만 보고 달린 30년’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지존파의 엽기적인 살인행위, 온보현의 ‘그냥 죽였다’는 살인의 변, 30여명의 사상자를 낸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 등은 외형과 경제지표만을 중시한 이제까지의 경제개발정책이 역으로 사람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것이었다.

최근 삶의 질을 우선하는 개발, 인간과 조화로운 개발의 중요성이 사회개발을 위한 세계정상회담을 앞두고 전세계와 특히 민간단체들에 의해서 어느 때 보다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를 계기로 경제개발정책의 전면전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세계화, 국제화’라는 새로운 통치 이데올로기를 주창하고 있다.


■문민정부, 긴급구속장 남발
1만3천7백32명 연행

불법연행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이를 모면이라도 하듯이 올해는 긴급구속이 유난히 많았던 한 해였다. 그러나 긴급구속남발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범죄의 중대성․객관적 혐의․구속의 필요성 등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긴급구속은 불법이다. 이중 안기부의 정현백교수 경우는 요건을 갖추지 않은 긴급구속이 가져오는 인권침해의 양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10월 8일자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영삼 정부 출범이후 긴급구속 장으로 1만3천7백32명이 연행되었으며 이중 사후영장을 청구하지 않아 석방되거나 법원이 기각시킨 경우는 9백76명이었다. 이렇듯 사후영장을 발부 받지 않은 것은 검찰 스스로 긴급구속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9백76명의 피의자들이 ‘신체의 자유’는 물론 ‘적법절차에 대한 재판을 받을 권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등을 침해당한 것이다.


■경상대 교양교재 『한국사회의 이해』 사법처리
장상환, 정진상 교수 불구속 기소

올해 여름 박홍 총장의 주사파발언과 함께 연일 신문지상을 오르내린 사건이 경상대의 교양교재 『한국사회의 이해』이다. 검찰의 이적성 수사가 학문·사상·표현의 자유와 실정법 사이의 정면충돌을 가져온 것이었다.

8월9일 민교협·민예총·민변 등 10개 단체로 결성된 「학문·사상·표현의 자유수호를 위한 공대위」는 장상환 교수 등 집필자 9명에 대한 사법처리반대를 요구하면서 “학문적 성과에 대한 평가는 학문적 논쟁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상대사건으로 대학의 자율성인 교수의 수업 권과 학생의 학습 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2학기 개강을 앞두고 경상대 측은 교양강좌인 ‘한국사회의 이해’ 폐강을 결정하게 된다. 현재 장상환, 정진상 교수는 직위해제가 부당하다며 부산고법에 행정소송, 위헌법률심판재청신청, 직위해제 집행정지신청 등의 소를 제기하고 있다.


■국제법률가위원회 (ICJ), 정신대 특별보고서 제출
정신대문제 해결할 특별 중재재판정 설치 촉구

11월 22일 국제법률가위원회(ICJ)는 정신대문제 특별보고서를 제출, 특별 중재재판정을 개설할 것을 주장했다.

국제법률가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일본이 군 위안부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희생자들의 원상회복과 손해배상을 요구하였다. 또한 임시조치로 4만불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원상회복을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경우 민간단체, 국제법 전문가 등이 참가하여 구성하는 중재재판정을 개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대협은 국제중재재판소(PCA)에 정신대 문제가 회부되도록 일본정부가 동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최근 일본정부가 아시아 교류센터의 민간위로금을 얘기하며 국가의 법적 책임을 민간단체로 이양하려는 움직임에 반대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일본의 전쟁범죄인정, 개인배상 없는 일본의 유엔상임이사국 가입을 반대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현대판 노예노동, <외국인취업연수생제도 >
감시 강제노동, 저임금, 구타 등 인권침해 심각

정부는 지난 6월 중순 외국인취업연수생제도를 도입하여 약 6개월 동안 네팔 등에서 약 2만 여 명의 연수생이 입국하였다. 정부는 불법외국인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가고 이들의 산재, 임금체불 등 인권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사회여론이 높아지자 한편으로는 저임금으로 유지되는 산업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 이 제도를 도입하였다.

외국인취업연수생은 1년을 기한으로 상공부 산하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조정을 받고 있는 인력회사와 계약을 하고 한국에 입국하여 일을 하지만 기술연수는커녕 중노동에 시달리며 처음에 약속한 돈의 절반인 2백10불 정도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어떤 경우는 하루에 16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에 감시와 감금을 당하고 있다. 또한 임금도 이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인력회사가 관리하고 있으며 그 중 11달러는 관리비 명목으로 가져간다. 이들의 심각한 인권침해는 취업연수생에게 합법적 신분을 포기하게 하고 불법취업자의 신분으로 돌아서게 한다. 상공부가 12월 16일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연수생 1만9천3백여 명 가운데 1천7백여 명이 무단 이탈한 것으로 밝히고 있다.

한편 노동·인권단체는 11월 25일 ‘외국인 인권개선 촉구대회’등을 통해 외국인 취업연수생의 심각한 인권침해 실태를 폭로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가평 두밀분교 폐교
주민들 폐교철회 첫 소송

93년 12월10일 두밀분교 폐교 결정이 주민들에게 통보된 뒤, 94년 2월 두밀분교 신입생, 학부모들이 상색 국교의 취학통지서 접수를 거부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폐교철회 투쟁에 들어갔다.

「두밀분교폐교철회추진위원회」는 두밀분교가 ‘도서벽지진흥법’에 위반된다는 법적 근거를 갖고 서울고법에 4월12일 두밀분교 폐교철회 행정심판청구와 폐교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5월13일 서울고법은 가처분신청을 기각하였으나 다시 주민들은 8월26일 조례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9차 공판이 내년 1월24일 열릴 예정이다. 두밀주민 1백여 명은 가평군교육청 앞 집회, 여의도 민자당 앞 집회, 서명작업, 공청회 등을 통해 폐교철회를 요구해 왔다. 7월 「두밀학교 살리기 연대모임」이 생겨나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을 함께 벌여왔다.

한편 정부의 소규모분교통폐합조치로 전국 7천여 국교 중 54.2%에 해당하는 3천8백여 학교가 사라질 형편이다.


<독자가 뽑은 ’94 인권 10대 뉴스를 보고>

10대 뉴스에 선정된 항목이외에 많이 언급된 것은 민주노총준비 위 발족, 권영길 씨 등 3자개입 혐의 수배, 동티모르 독립 위한 인도네시아 대사관 앞 최초시위, 북한 인권문제 부각 등이었다.

최저생계비 헌법소원을 제기한 심금섭씨, 고문문제의 문국진 씨 손배소송, 간첩조작 사건 진상규명운동, 수감자의 인권을 지적하는 항목 등은 그 자체가 지니고 있는 의미에 비해 10대 뉴스로 뽑아준 사람들이 얼마 되지 않았다.

이는 한편으로 신 공안정국의 주사파색출을 미명으로 한 마녀사냥이 끼친 인권침해가 워낙 커서 다른 설문을 택할 여유도 없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으로 별로 없는 항목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권 10대 뉴스 선정 설문작업이 인권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독자가 뽑은 인권옹호자

민가협 / 민변 / 외국인노동자 피난처 / 우조교 / 정대협 / 참여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옹호자로 거명된 사람이나 단체는 모두 54개로 위에 열거된 단체는 다수를 차지한 단체를 가나다순으로 열거했다.


■도표를 통해 본 ’94 인권 침해자

침해자 3명씩을 쓰라는 설문에 총 25명의 이름이 거명 었고, 각각의 인물이 나온 것을 모두 합하면 185표에 이른다.

①-박홍(60) / ②-김영삼(27) / ③-최형우(18) / ④-김덕(34) / ⑤-김도언(8) / ⑥-월간조선(12) / ⑦-기타(26)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국가기관의 책임자나 이데올로기문제와 관련된 사람들이 인권침해 자로 언급된 것은 신체·사상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을 인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반영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국민의 삶의 질과 관련된 국가기관의 책임자인 노동부장관, 보사부장관이 단 한번도 지적되지 않은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도표로 본 설문대상별 10대 뉴스 반응도

①경상대 교양교재 사법처리/ ②문민정부의 매카시즘/ ③가평 두밀분교 폐교/ ④무너진 성수대교/ ⑤우조교 승소/ ⑥문민정부, 긴급구속 장 남발/ ⑦현대판 노예노동, ‘외국인취업연수생 제도’/ ⑧12·12 유죄인정하고도 불기소/ ⑨국제법률가위원회, 정신대 특별보고서 제출/ ⑩안기부 프락치, 배인오 씨 양심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