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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단체탐방 30 외국인노동자피난처

이 거짓말 같은 일들이 우리 땅에서 우리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다


무슨 무슨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톰아저씨의 오두막집을 읽거나 TV물 ‘뿌리’를 보면서 흑인노예의 입장에서 가슴 아파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하와이에 처음 이민노동간 우리 선조의 이야기나 일제가 행한 정신대만행을 접할 때면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분노를 느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이 자연스런 것에 대한 의심과 회의가 몰려온다. 가리봉동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 피난처의 계단을 오르면서 말이다. 말이 건물 5층이지, 시멘트 옥상에 슬레이트 지붕을 올린 방 두 칸에 불과한 이곳을 찾은 노동자는 한 달에 1천여명에 이른다. 어깨가 부서지고 손이 짤리고 임금을 떼이고 강간을 당하여 이 보잘 것 없는 곳을 의지 삼아 오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고 때론 시체가 되어 그 한을 호소하게 되는 경우도 한해 30여건에 이른다. 밖으로 문이 잠긴 감금상태에서의 하루 20시간 노동, 전기불이 없는 방에서 1년을 생활한 청년, 여관에 가야만 여권과 월급을 주겠다는 위협을 당한 필리핀 처녀, 술에 취해 불에 태워 죽이겠다고 위협하는 한국인, 산재를 가장한 의문사, 시체유기···. 이 거짓말 같은 일들이 우리 땅에서 우리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다.

이 험악한 현실의 산꼭대기에 서있는 오두막, 외국인 노동자 피난처는 한국에서 잃어버린 외국인 노동자의 삶을 조금이나마 찾아주고자 있는 힘을 다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피난처는 바닥교회공동체 중의 하나이다. 바닥교회공동체란 사랑은 말도 아니고 제의만도 아니고 삶 속에서 실천되는 진정한 예배라는 인식 아래 바르게 하나님과 이웃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모임으로서 농촌공동체(평화의 의지), 도시공동체(꽃들에게 희망을), 제3세계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이중 도시공동체가 90년 6월에 구로공단에서 ‘사랑의 고리 공부방’을 열고 3년간 사업을 하던 중, 공단지역에서의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을 보고 92년부터 외국인노동자피난처 사업을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특히 올해는 제3세계 공동체사업의 실험을 시작하는 해로서 「귀향한 외국인 노동자 산업재해 보상금 찾아주기 시민모임」을 만들었고, 해외사무소를 개설하면서 본격적인 제3세계 공동체를 운영하고자 하고 있다. 그 예로서 네팔공동체는 한국정부로부터 보상받는 운동뿐만 아니라 자기나라에서 소외됐던 장애인이나 이웃을 돕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피난처의 활동양식에는 몇 차례의 변화가 있었다. 처음에는 기업주의 양심에 호소했는데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화해’를 목적으로 이런 방법을 택했을 때 돌아온 것은 10번, 심지어 30번까지의 약속을 우롱한 것이었다. 이런 방법으로 4개월 정도를 보낸 후 얻은 결론은 ‘정의 없는 사랑’이 힘에 의해 무자비하게 강요될 때는 ‘증오 없는 사랑’의 형태로 맞서서 긴장과 갈등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피난처의 사람들은 이를 ‘창조적인 긴장’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래서 항의집회 등의 방법을 취하게 되자 당장에 기업주와 경찰들의 태도가 돌변하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방법도 한두 사례에 가능할 뿐 한 달에 천여명씩 몰려드는 방문객의 문제를 처리하기에는 세 사람의 실무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개인적 자선에 호소하고 사례별로 처리하는 방법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공동체의 윤리를 바로 세우고 구조적 개선을 이루는 것이 근본적인 방법이라 생각하고 올해 초에 노동법의 전면적용을 요구하며 경실련에서 농성을 했다. 이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 문제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그 결과로 산재보상적용을 약속 받았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가 권리를 잘 모르는 것을 이용하여 산재를 당하면 기업주들이 보상 없이 강제출국 시켜버리는 경우가 많아, 이미 귀국한 9천여명의 노동자들이 본국에서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어 시작하게 된 것이 보상금 찾아주기 운동이다. 산재보상은 3년이 소급 적용되므로 그 대상자를 찾아내고 있다. 이 일을 위해 지난 6월 5일에서 7월 20일까지 동남아시아 7개국을 돌며 국가별 산재자 조직을 만들고 언론 홍보와 국외사무실 개소 등의 일을 피난처의 대표 김재오 전도사가 하고 왔다. 산재보상금 찾아주기 시민모임을 위해서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다. 먼저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 언어의 장벽을 고민하지 말고 찾아와서 외국인들의 벗이 되어주고 병원 가는 일이나 노동부에 출석하는 일 등에 동행해주는 등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또한 국외사무실에 거주하며 외국인 산업재해노동자 모집활동에 참여할 사람과 유족 등이 보상을 위해 입국할 때 거처를 마련해 주고 함께 생활해줄 가정을 찾고 있다. 이 모임의 활동이 어느 정도 끝나면 ‘제3세계 찾기 여행’을 함께 떠날 계획이다.

외국인노동자 문제를 대할 때 우리 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편견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불법’을 저질렀으니까이다. 그러나 이들이 출입국관리법을 어겨 체류기간을 넘겼다 할지라도 이들의 노동이 ‘불법’인 것은 아니다. 외국인노동자 취업은 이미 1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고 상공부 통계로 볼 때 한달 398만원, 1달에 5억불이상을 우리에게 벌어주고 있다. 근로기준법이나 헌법에서 나타나는 ‘노동권’의 기본정신에 위배되는 처우를 하면서 저들을 불법이라 매도하는 것은 ‘법’이라는 이름으로 인권유린을 하는 모순된 일이다. 특히 기업주들이 ‘법대로 하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법대로 한다면 그들은 다 처벌받아야 한다.

두 번째는 ‘다른 나라 사람인데, 우리도 힘든데···’이다. 이는 특히 우리노동자의 손해라는 생각으로 나타나는데 한 가지 차별은 모든 차별의 전제가 된다.

김재오 전도사, 김재금, 조명숙 두 명의 간사가 지키는 피난처는 24시간 열려 있다. 운동에서 보람이란 우리가 섬기는 사람들의 ‘종’이 되어 섬기는 사람들로부터 애정을 받는 것이라고 여기며 이 일을 통해 고통에서 해방되는 사람들의 기쁨을 최고목표, 최우선으로 삼자고 다짐하면서.



서울시 가리봉 3동 148-40 정환빌딩 5층 외국인 노동자 피난처
전화 : 612-6717

<인권운동 사랑방 류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