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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한국사회의 법과 민주주의 -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심포지움(지상중계)

“현정부에 대한 법적 평가는 ‘0’점에 가깝다”

김영삼 정부에 대한 규범적 평가를 다룬 「민주주의법학연구회」(회장 곽노현 방통대교수)의 창립5주년 기념 심포지움이 2일 오전10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연인원 1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강경선(방송대 헌법)교수가 ‘법을 통해서 본 문민정부의 상한과 하한’으로 기조발제를 시작하여, 오전 11시부터 두 곳에서 강의가 동시에 진행되었다. 이날 강의는 정치, 경제, 행정, 노동, 공안, 환경, 사법, 여성, 인권 등 9가지 주제로 다뤄졌으며 종합토론자를 포함 40명이 넘게 참여했다(이중 기조발제, 인권, 공안, 사법, 노동, 여성, 종합토론의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 기조발제

강경선 교수는 기조발제를 통해 정치적 의미에서 법의 본질은 소수자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점에서 문민정부에 대한 법적 평가는 ‘0’점에 가깝다고 할 수 있으며 현정부는 출범한 이래 소수자를 위한 정책은 거의 나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문민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소수자 보호의 노력, 특히 국가보안법의 폐지문제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 인권

인권분야에서 서준식(인권운동사랑방 대표)씨는 ‘‘문민’정권 1년의 인권상황과 인권운동의 과제’를 통해 ‘문민’ 인권상황과 과거의 ‘군사독재’적 인권상황 사이에 단절은 없다고 평했다. 김영삼 정부출범 1년 만에 국보법 위반혐의 구속자는 1백39명이며 이는 같은 기간 시국‧공안 사건 구속자 2백22명 중 62.4%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문민정부의 인권상황은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정부측에 폐지할 것을 권고한 ‘제3자 개입금지’, ‘복수노조 금지’, ‘공무원과 교사의 단결권 금지’ 등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모습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최근 ‘생리휴가 무급화’ 추진, ‘근로자 파견 법’등 신종 노동악법의 제정 움직임마저 노골화되고 있다고 얘기했다.

서대표는 ‘문민’정부가 △과거에 발생한 인권문제 청산 △법제도의 국제적 인권기준에 따르는 정비 △국민들의 인권의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 등에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있다며 인권상황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위 세 가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대표는 인권운동에서 ‘문민’ 1년 간 나타난 변화에 대해 국제화와 자료축적에 의한 전문화가 본격적인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앞으로 인권운동이 나아가야 할 길은 △시민적‧정치적 권리뿐만이 아니라 장애인, 아동, 여성 등의 사회권 분야로의 인권운동의 시야와 활동영역의 확대 △자료축적과 정리 및 활용 △인권교육 △유능한 이론가와 활동가 양성 △국제성 겸비 등을 들었다.

오완호(국제 엠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씨는 문민정부 하에서 연행 및 조사과정과 구금과정에서 여전히 인권이 침해되고 있고, 과거정권에서 자행된 인권침해에 대한 재조사 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사실을 지적했다. 여기에 법률상의 문제, 국제인권에 가입보류, 인권희생자에 대한 배상조처 부족, 인권침해를 효과적으로 조사할 독립적 기구의 부재 등을 들었다.
오씨는 또 △인권운동의 대중화 △예방적 차원의 인권운동, 특히 인권교육의 실시 △국제인권운동의 흐름에 조응 △재정자립을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마련 등을 국내 인권운동의 과제로 제시했다.

오완호 씨와 함께 토론자로 나선 이승호(충북대 형사법)교수는 “인권운동은 법을 지키라는 운동, 법 위반에 대한 처벌운동”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 공안

공안이란 ‘공공의 안전’을 말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훨씬 넓은 의미로 공안의 의미가 적용되었다. 이 점에서 장영민(인하대 행정법)교수는 발표문 ‘법치주의 관점에서 본 문민정부의 공안’에서 국가보안법과 안기부 법에 나타난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국보법은 법치국가의 존립이유인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통한 의사형성 과정의 유지확보라는 가치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된 안기부법도 고유의 의미나 확대된 의미측면의 공안에서도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평가이다. 장교수는 또 ‘국가의 존립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는 행위를 막는 것은 형법의 소관이라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기진 변호사는 “결국 과거 1년 동안 공안상황은 개혁이라는 관점에서 달라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평가했다. 법의 이름 아래 수많은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했는데 이는 법 자체가 너무 포괄적이거나 추상적이어서 집행자의 의도에 따라 여러 기준적용이 가능한 데서 온 것이며, 문제해결을 인물교체만이 아닌 법제도 개선을 통해 가능하다고 보았다.


■ 사법

박홍규(영남대 노동법)교수의 ‘진정한 사법민주화란 무엇인가 - 재판을 재판한다’라는 주제발표에 한상수 교수, 박원순 변호사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박교수는 무엇보다도 먼저 “국가 또는 정부는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해 존재한다”며 “사법의 이념은 인권보장에 있고 이것이 사법민주화의 첫 과제”라고 말했다.

박교수는 사법이 전문적인 사법관료에 의해 독점되고 있는 현실에서 사법민주화를 위한 방안으로 “재판에 국민이 참가할 수 있는 배심제와 국민에 의한 법관선출제”를 꼽았다. 당장 실시하려면 약간의 혼란은 있을 수 있으나 민주주의는 일련의 훈련과정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하였다.

박교수는 또 돈을 이유로 사법에 접근할 수 없는 등 국민이 사법이용에 장애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법조인구가 제한되고 특권화 되어서는 사법에 접근하는데 벽이 생기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법조인의 숫자가 증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대법원의 상고허가제 논의 등에 대하여 대법관들의 업무감축 차원에서 3심 제의 원칙파기보다 오히려 대법관수의 증가로 문제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변호사는 토론에서 현재 사법의 전 과정에 대한 국민의 감시운동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박교수가 말한 배심제, 법관의 선거제 등은 국민들이 공무원들을 선임, 감시, 소환의 권리를 가진다는 차원에서 사법도 법관과 법률전문가만의 성역이 되어서는 안되므로 민주적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전제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제도는 충분한 소개와 연구를 거친 후 우리 현실과의 접목에 대한 여러 문제들이 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점에서 국민의 사법참여는 당장 실현되기보다는 참여의 권리와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전제된 바탕에서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재판의 방청, 판결의 비판, 모니터 등 재판감시운동을 통해 국민의 사법참여의식을 확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노동

김선수 변호사는 ‘문민정부와 노동법’에서 “김영삼 정부 1년 간의 노동정책은 정부부처간에도 이견이 노출되는 등 전혀 일관성이 없고, 기본적인 노동관계법의 개정의사가 없다는 것으로 표현되는 보수성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김변호사는 노동법의 기본원칙이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보장, ILO가 형성한 단결권보장에 관한 기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개정방향으로 복수노동조합 금지규정, 제3자 개입 금지규정, 공무원 및 교원의 노동3권 부정, 방위산업체종사 노동자의 쟁의행위금지 등을 폐지할 것을 우선으로 들었다.


■ 여성

이종걸 변호사는 여성인권의 제도적 측면의 보장에서 4월1일 발효된 성폭력범죄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제정에서 발효 및 시행령 제정에 이르기까지 여성단체들이 주도한 것으로 평가했다. 또한 김영삼 정부 1년은 여성인권의 국제연대가 두드러졌던 한해라고 평가했다.

이밖에도 정치부문에서 김민배(인하대 행정법)교수가 ‘정치관계법을 통해본 정치개혁의 전망’을, 행정부문에서 홍준형(아주대 행정법)교수가 ‘행정에 관한 법제개혁 의 성과와 문제점’에 대해 발표했다. 그리고 경제부문에서는 곽노현(방송대 사회법)교수가 ‘김영삼 정권의 재벌 정책비판과 대안 모색’에 대해, 환경부문에서 석인선(이화여대)강사가 ‘문민정부의 환경정책비판과 환경권 실현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 종합토론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 종합토론회에서 장기표씨는 “법은 특정 전문영역이 아니며 우리 삶의 모든 부분과 관련된 것이다. 법이 선진화 전문화돼야 사회민주화와 선진화가 이뤄진다. 이 측면에서 김영삼 정부는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 뒷받침이 없진 않다”며 법 실행의 문제를 말했다. 또한 그는 최근 정치관계법이 제정되었으나 “비례대표제를 통한 진보세력의 정치 진출과 노동조합법을 고쳐 노조진출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의 진보와 규범을 통한 진보방향에 대해 서헌제 씨는 “민주화, 국제화, 통일화”를 말했다. 김종서 씨는 법 운동의 실천을 위한 방법으로 대중성 확보를 말하며 이를 위해 법학생, 법대교수, 법조인들을 그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종합토론회는 법과 민주화의 측면에서 본 진보의 개념과 사회발전방향, 법현실과 법조항에서 본 진보의 실질적 개념, 이것의 실천측면에서 운동론 등에 대해 논의되었다. 장기표 씨외에도 강경선 교수, 박인제 변호사, 박원순 변호사와 1백50여명의 방청객들이 참여했다.


■ 발제문 주요 목차

□기조발제;법을 통해서 본 문민정부의 상한과 하한/강경선

1.문민정부-정치력의 마비와 보수로의 회귀시대 2.현정부의 입지-군부와 재야 사이의 어부지리적 선택 3.이 시대의 법 개념과 법의 과제 4.법의 본질은 ‘소수자 보호’ 5.민주주의의 실현-기득권의 포기


□정치;정치관계법의 개정을 통해 본 정치개혁의 전망/김민배

1.법을 통한 정치개혁은 가능한가 2.이데올로기적 폐쇄성은 타파되었나 3.지역주의 이데올로기는 붕괴될 수 있는가 4.관권과 금권선거는 근절될 수 있는가 5.당내 민주주의를 통해 인적 청산을 할 수 있는가 6. 진보세력은 제도권으로 진입할 수 있는가 7.정당에 대한 보조는 필요한가 8.정치관계법의 평가와 개혁의 전망 그리고 과제


□행정; 김영삼 정부의 행정법개혁에 대한 중간평가/홍준형

1.문민정부와 개혁 2.법치주의와 법제개혁 3.행정법개혁의 성과와 문제점 4.행정법개혁,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공안; 법치국가의 관점에서 본 문민정부의 공안/장영민

1.서설 2.공안의 두 개념 3.국가보안법과 안기부법의 예에서 본 공안법제의 문제점 4.공안에서의 법치국가의 원리의 모색 5.공안법제의 두 모델 6.공안에서의 법치국가(대화) 모델의 구현 7.공안의 확립인가 공안의 해소인가 8.결론에 대신하여-문민정부의 공안관련 법의 개혁


□사법; 진정한 사법민주화란 무엇인가/박홍규

1.서설 2. 시민을 위한 사법 3.사법이념의 인권보장화 4.민중의 재판참가와 법관선출 5.사법적용 및 이용의 자유화와 평등화 6.사법조직과 과정의 민주화 7.소위 문민정권하의 사법개혁주장 8.문민 정부하 새 대법원과 검찰의 개혁주장 9.사법제도발전위원회의 건의


□인권;‘문민’정권 1년의 인권상황과 인권운동의 과제/서준식

1.인권으로 본 ‘문민’ 1년 2.‘문민’시대의 인권운동


□노동;문민정부와 노동법/김선수

1.머리말 2.문민정부의 노동법 개정방향 3.문민정부의 노동법 개정내용 4.맺음말


□여성;여성인권의 현주소/이종걸

1.머리말 2.가족, 가정내에서 여성인권 3.성적 자기결정권의 확보 4.평등한 여성 노동권의 확보 5.실질적 정치적 기본권의 확보


□경제;문민 정부의 재벌정책에 대한 비판과 대안모색/곽노현

1.문제의 제기; 개혁바람 속의 재벌체제 강화현상 2.지금까지의 재벌정책의 내용 3.재벌문제에 대한 대안적,헌법적 관점 4.재벌기업에 대한 적극적 소유 분산정책 ;초과이윤세와 종업원투자기금 5.공동결정제도;재벌의 기업지배권 약화방안 6.규제 및 계획과정 민주화 7.경영참여운동의 우선적 지위 8.요약 및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