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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금지통고를 금지한다

대통령실 앞 집회금지 규탄 집회

지난해 대선이 끝난 이후, 가장 먼저 발표된 새 정부의 정책(?)은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경복궁 뒤에 자리 잡은 청와대의 문제에 대해서는 많이들 이야기해왔다. 시민들이 접근하기 힘든 구중궁궐 같은 곳에 자리 잡고 대통령과 참모들이 모여 있는 권력의 성채를 상징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오랜 비판 때문에 문재인 정부도 광화문 청사로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했다. 물론 지키진 않았지만 말이다. 윤석열 정부가 달랐던 점은 절대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였다. 이를 둘러싼 여러 비판들도 있었지만, 용산 대통령실은 분명 청와대와는 다른 열린 공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용산 대통령실 이전 이후, 수많은 집회시위들이 열리고 있다. 예전에 청와대를 타깃으로 하는 집회는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은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1인시위는 청와대 입구 분수대에서 열렸던 것에 비한다면 용산은 집회할 맛이 났다. 그런데 청와대를 나와 시민들과 소통하겠다던 정부는 대통령실 앞 집회를 금지했다.

 

집회가 가장 필요하지만 금지된 곳들

집회시위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외치고 행동하면서 사회적 요구와 목소리를 드러내는 행위이다. 이때 사회적 요구가 외쳐지는 대상은 다양하지만 아무래도 정부, 지자체, 국회 등과 같은 각종 공공기관이나 기업체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정부와 자본이라고 칭하는 이 사회의 권력들은 자신들을 향한 비판인 집회시위를 막기 위한 대응들을 해왔다. 공공기관들은 집시법 11조 ‘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장소’ 조항으로, 기업들은 경비업체를 통해 집회신고를 먼저 접수해 장소를 선점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은 수많은 사회적 비판에 직면했고, 집시법 11조에 대한 위헌, 헌법불합치 결정이 2003년부터 올해까지 계속되고 있다. 외교기관, 국회, 법원 주변과 국회의장, 국무총리 공관 그리고 대통령 관저 주변에 대한 집회금지 조치가 헌법의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으니 개정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앞 집회 금지조치는 두 가지 점에서 더욱 황당한 결정이자 대응 방식이다.

헌법재판소가 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24년 5월까지 법률 개정을 요구한 ‘대통령 관저 주변 100미터 집회 금지’ 조항을 근거로 집회금지통고를 반복하고 있다. 24년 5월까지는 현행 법률이라는 태도인 것이다. 그런데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한 다수의 집회들이 금지통고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고 집회를 진행했다. 법원은 현재 집시법 11조가 규정한 ‘대통령 관저’에 대통령 집무실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상식적인 판단을 한 것이다. 청와대는 집무실과 관저가 한곳에 있었지만, 우리가 매일 보듯이 윤석열 대통령은 출퇴근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산경찰서는 대통령실 앞 집회에서 대해서 11조 조항으로 여전히 금지통고를 반복하고 있다. 법원에서 금지통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법원 판결을 받아오면 허가하겠다는 태도인 것이다.

사실 대통령실의 대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저급하고 악질적인 대응이다. 집회시위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은커녕, 법원의 판결을 대놓고 무시하는 행태이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이는 사람들에게 변호사 선임해서 법원의 판결을 받아오면 집회를 허가하겠다는 것은 집회시위 참가자들을 괴롭히고, 사실상 집회를 포기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이들이 경찰이 안내하는 대로 길 건너편 전쟁기념관 앞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상황이 대통령실과 경찰이 의도했던 결과일 것이다. 누구나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에 집회시위를 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금지통고와 법원의 경찰 행정명령 집행정지 결정의 반복은 집회시위를 ‘허가제’로 기능하도록 만들었다. 법원을 찾거나 경찰이 안내하는 대로 집회를 하거나. 

 

금지통고를 금지한다, 대통령실 앞에 모인 사람들

이대로 집회시위의 권리가 무너지는 걸 지켜볼 수 없는 사람들이 모였다. 지난 5월 10일 ‘금지통고를 금지한다’는 제목으로 대통령실 앞 집회 금지통고 규탄집회를 열었다. 용산경찰서에 집회신고를 했더니 예상대로 집시법 11조를 근거로 금지통고를 했다. 하지만 우리는 법원으로 달려가지 않았다. 이미 수차례의 반복된 판결로 경찰의 금지통고가 부당하다는 것은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처음 신고한 장소에서 그대로 집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현행 법률에 따라 처벌도 가능하지만, 바로 그 법률이 근거 없음도 명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은 대통령실 앞에서 강제로 우리를 밀어냈고,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경찰에게 둘러싸인 채 집회를 진행했다. 집회시위를 보장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규제하고 통제하기 위한 법률인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에 대한 퀴즈대회, 지나가다가 우리 집회의 발언을 듣고서 공감을 표한 시민의 연대발언이 이어졌다. 가장 집회가 필요하고,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었지만 바로 그곳에서 경찰은 해산명령을 3차까지 남발했고 경고방송을 이어갔다. ‘자유’를 목놓아 외치는 윤석열 정부의 아이러니의 현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