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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인 인터뷰

“법이 어떻게 적용되나보다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가 물어야 해요”

권미정 님을 만났어요

재해의 소식이 끊이지 않습니다. 소식이 들릴 때마다 몸도 마음도 바쁠, 김용균재단 활동가 권미정 님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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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재단 소개 부탁드릴게요.

2018년 12월 노동자 김용균의 죽음을 많이 아실 듯해요. 당시 두 달여의 사회적 투쟁으로 사건이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1차 매듭을 지었을 뿐입니다. 노동자의 죽음을 반복하지 않을 방안은 무엇일까, 자발적이면서도 조직되어있던 노동자와 시민의 연대가 유가족과 함께 이어질 필요가 있다는 고민을 하면서 2019년 4월부터 김용균재단 준비가 시작되었어요. 저는 7월부터 상근을 시작했고요, 재단은 10월에 출범했어요.

김용균 재판은 현재 어떻게 진행 중인가요.

2019년 1월에 회사를 상대로 고소고발했던 게 있어요. 그게 1년 9개월 걸려 작년 8월에야 검찰로 넘어갔어요. 앞선 사건들과 달리, 원하청 법인과 원청 대표이사까지 기소 대상에 포함됐다는 게 대단히 중요해요. 검찰은 수사를 잘했다고 상도 받았다네요. 준비공판 빼고 본 공판이 6번 열렸어요. 원하청 모두 굉장히 큰 로펌을 쓰고 있지요. 답답한 게 있어요. 하나는, 형사재판은 우리가 당사자가 아니라 보고만 있으려니 속이 뒤집혀요. 두 번째는, 내용의 문제예요. 특조위 보고서를 낼 때 우리는 김용균이 점검구에 몸을 집어넣어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를 강조했어요. 그런데 원청 변호인은 그걸 자꾸 개인 책임으로 돌리려고 해요. 증인으로 나오는 노동자들에게, ‘그렇게 일하는 거 누구한테 배웠냐’, ‘후배들한테도 그렇게 가르치냐’, ‘그렇게 안 하면 일이 안 되냐’, ‘그렇게 위험한데 왜 계속 하냐’는 식으로 추궁해요. 원하청은 안전교육도 다 시켰고 그렇게 작업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노동자들의 잘못이라는 거죠. 회차를 거듭해도 쟁점은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어요. 세 번째는, 재판이 한두 달에 한 번씩 너무 지루하게 진행되니까 사람들이 소식 듣기도 어렵고 따라잡기도 어려운 거예요. 그래도 재판 있을 때마다 김용균재단 페이스북이나 채널에 소식을 올리고 있어요. 재판이 있는 날에는 피켓시위도 하고 있으니 함께 해주셔도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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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대응 외에는 어떤 활동이 진행 중인가요.

특조위(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조사보고서 들어보셨을 거예요. 당시 22개의 요구를 정리했어요. 정부는 22개 다 못 지킨다, 우리가 해볼 수 있는 건 이런 거다 말한 게 있는데 그것도 다 이행이 되고 있지 않아요. 우리의 요구가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이행점검단 활동이 진행 중이예요. 올해 3주기 되기 전 마무리하고 보고서를 내려고 해요. 22개 요구는 무엇이었고,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기록으로 남기려고 해요.

권미정 님은 어떻게 김용균재단 활동을 하게 됐나요.

저는 제 삶에서 운동을 빼는 걸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기본값이랄까. 고등학교 때까지 학교 집 학교 집 말고 해본 적 없는 범생이였어요. 대학 들어가 운동 시작하니까 고등학교 친구들이 너무 놀랐죠. 제 인생에 획기적 변화였어요. 졸업하고 나서 현장에서 일을 하며 노동조합 활동을 했어요. 한국노총으로 시작해 민주노총 소속 활동을 하다가 노동자 정치세력화 이야기가 나오면서 정치조직 활동도 시작했어요. 민주노동당 이름 정할 때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노동’이라는 말을 이름에 넣기 위해 굉장히 노력했던 기억이 나네요. “일어나라 코리아”라는 구호 때문에 민주노동당을 나온 후 등록정당이 아닌 곳에서 정치활동을 했어요. 주로 경기도에서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경기지역 집행위원장을 하면서 청소년운동도 접하게 되고. 새로운 활동가들을 만나다 보니 어떻게 함께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는 때도 있었어요. 이게 배려일까, 존중일까, 지레 걱정하는 걸까. 개인적으로는, 경기도에서 김용균투쟁을 했는데 장례를 치른 후 잠시 쉬고 세계여행을 떠났어요. 중부유럽을 70일 가까이 혼자 돌아다니다가 들어오기 전 제안을 받고 상근을 시작했어요.

김용균 투쟁이 노동자 생명안전 투쟁에서 중요한 사건이다 보니 부담이 클 것 같아요.

부담이 있죠. 그래도 누군가는 지고 가야 할 부담이니 너무 눌리지 않으려고 해요. 재판이나 이행점검 등 굉장히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함께 하는 분들이 그만큼 많아서 책임을 나눠 지고 있어요. 김용균 사건의 사회적 파장이 있기 때문에 결과가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도출할 수 있는 의미가 있어요. 그 의미를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글도 쓰고 간담회도 많이 하고, 결과 자체에 치중하다기보다 이 과정의 의미를 잘 나누고 싶어요.

김용균재단에서는 다른 사건의 유가족들도 많이 만나는데 서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 같아요.

앞선 사건의 유가족들뿐만 아니라 사건이 새로 발생할 때에도 유가족을 만나게 돼요. 만나면 이렇게 말씀드리죠. ‘주위에서 이런이런 얘기 듣게 되실 건데 상처 받지 마시라’ 그러면 유족 분이 말씀하셔요. ‘나도 이 사건 있기 전에는 유족들이 결국 돈 때문에 싸운다 생각했다. 내가 당해보니 알겠다’ 많은 유족들이 비슷한 말씀을 하세요. 자신들도 과거에는 누가 집회 하면 불편할 뿐, 왜 하는지 관심이 없었다. 지금은 왜 사람들이 이걸 몰라줄까 함께 고민하셔요. 본인들도 변화한 걸 아시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장을 전달하기보다 어떻게 소통하면 좋을지 고민이 더 많으시고요. 사건의 중심에 유족들이 있는 건 중요해요. 그리고 피해자 분들이 모이는 게 서로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한테는 설명이 필요한데 서로에게는 설명이 필요하지 않으니까 그걸 편하게 생각하고. 또 함께 하는 활동가들이 이해해주니까 숨통이 트이는 거죠. 각자의 몫을 각자의 방식으로 하지만 함께 가는 ‘동지’ 이렇게 생각하세요. 유족들을 대하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많은데, 어쩌면 ‘다른 존재’로 봐서 그런 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유족들이 투쟁을 하면 ‘이런 걸 하실 분이 아닌데’, ‘이런 걸 하게 두면 안 되는데’ 생각하는 것도 존중이나 배려와 다를 수 있어요.

활동하면서 만나는 분들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에 관해 고민이 많으시네요. 

사람마다 활동 방식이나 표현 방식이 다른데 저는 무뚝뚝한 사람이에요. 감정 표현을 잘 안하고, 어떤 사안이나 사업에 대해서는 엄청 길게 말해요. 누군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길게 하면 집중이 잘 안 돼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 태도나 방식이 상대 입장에서는 무시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나이가 많고 경력이 오래되다 보니 위계가 있을 수 있고 더 신경써야 하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 어려움을 말하면 저는 공감을 표하기보다 문제 해결 방안을 먼저 말하는 사람인데 그것도 바꿔보려고요. 말할 때 단어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더 많이 써요. 장애인, 청소년, 남성, 여성 하나하나. 현장 노동자들을 만날 때와 조금 달라지는 거죠. 물론 머리로 생각하는 만큼 마음이 따라지는 않고요. 흐흐. 제가 이런 사람인 걸 다른 사람들이 이해해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고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어떤 과제가 있을까요?

어떻게 만들어지든 100% 만족스러운 법은 없어요. 최대한 안 망가지도록 저지하고 나면, 누가 어떻게 적용할 거냐가 중요해요. 법에 관심을 가졌던 우리 모두가 주체입니다. 노동자라면 자기 사업장 고민을, 일터가 아닌 곳에서는 시민재해를, 우리 모두가 주체가 되어야 해요. 그냥 내버려두면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이나 정말 큰 재해가 일어나는 때에만 법이 등장할 거예요. 법 조항을 하나하나 모르더라도 책임자를 분명히 가리고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게 중요해요. 법이 적용 되냐 안 되냐가 아니라,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지 제기하는 과정이 이어져야 해요. 시행령이 곧 입법예고될 거라 7월 내내 대응할 계획입니다.

여러 재해가 잇따르면서 노동자와 시민의 죽음을 알리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사건을 마주할 때 어떤 점을 유념하면 좋을까요?

사람들은 재해 소식을 보면서 안타까워하지만 자신한테 벌어질 일이라고 별로 생각하지 않는 듯해요. 특별한 경우에 일어나는 사고라고 생각하죠. 사다리에서 떨어지면, 우리는 저런 사다리 안 쓰는데, 하면서요. 그래서 아주 구체적인 장치나 환경을 보기보다, 누군가 왜 그런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가를 보는 게 중요해요. 광주에서 건물 붕괴 사고로 포크레인 기사가 처벌 받게 됐는데 왜 그렇게 일하게 됐는지를 봐야 하죠. 언론에서도 그걸 계속 드러내야 하고요. 겉으로 보이는 현상을 넘어서, 근원적인 문제들을 함께 살펴야 해요. 김용균 사건도 그래요. 안전조치는 중요하지만 점검구에 뚜껑만 달면 해결되는 문제냐 하면 아니거든요. 이렇게 죽음을 통해서만 배우는 걸 그만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죽음을 낳는 근원적인 문제를 봐야 해요.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에게 건네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인권운동사랑방 후원을 하지만 활동가 분들을 다 알지는 못해요. 저는 먼저 다가가는 편은 아니지만 새로운 동지들 만나는 걸 좋아해요. 언젠가 보게 되면 인사도 하고 얘기도 나눠보고 싶어요. 인권운동은 거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니까 경계가 모호한 부분에서 새로운 영역들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인권교육센터 ‘들’ 자료를 많이 봐요. 모호한 선에 걸쳐진 고민들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넓힐 수 있더라고요. 사랑방은 활동을 많이 하니까 인권에 대한 추상적인 이야기보다 사례들을 통해 인권의 시야를 넓히는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어요. 저는 산책하고 걷는 걸 너무 좋아해서 틈만 나면 걸으려고 하는데요, 사랑방 활동가들도 나름의 휴식을 잘 누리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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