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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촛불의 힘을 이어 우리의 인권선언을 만들자

- 인권선언운동을 제안하며

우리의 ‘촛불 혁명’은 표면적으로는 시적 상상력과 직접행동 민주주의의 결합이라는 특징을 지녔고, 심층적으로는 인권에 대한 갈망이 짙게 깔린 움직임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인권을 ‘사회적 고통을 야기하는 모든 억압 권력에 맞서는 저항의 움직임’이라고 이해한다. - 조효제(성공회대 교수)

광장에서 촛불이 밝혀진 지 100일이 넘었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폭우와 폭염 속에서도, 물대포와 경찰의 폭력 속에서도 촛불을 이어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되돌아보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시민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광장에서 촛불을 밝혔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단순하게 안 사먹어도 되는 소비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과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미국에 재협상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시민들은 쇠고기 문제만이 아니라 교육, 의료, 물, 민영화, 언론 문제에까지 자신들의 요구를 내걸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주요한 이슈들이 광장에서 제안되고, 토론되었습니다. 국민들의 의사와 이해를 무시하고, 소수의 부자만을 위한 정부, 외세와 초국적 자본을 편드는 정부에 저항했습니다. 

촛불이 탄압받고 있습니다.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이 다수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는 걸 보면서 독재 타도를 외쳤고, 무기력하기만 정당들을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기존 진보운동권의 주도성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광장에서 시민들은 날로 진화하였고, 그들의 민주의식과 인권의식은 높아만 갔습니다. 
그렇지만 두 번이나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던 대통령이라는 자가 선택한 길은 국민의 뜻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권자를 공권력을 동원해 탄압하는 길이었습니다. 어느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보도를 문제 삼아 언론을 탄압하고, 인터넷에 조중동 불매운동 관련 글을 썼다고 검찰이 나서서 소환하고, 출국금지까지 시킬까요? 촛불시위 현장에서 지금까지의 차벽과 폭력도 모자라서 과거 군사정권에서나 있었던 백골단을 부활시키나요? 촛불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만으로 수배되고, 구속되고, 그리고 벌금 폭탄을 떠안게 된 사람들이 1천 2백 명을 넘어섭니다. 헌법상의 기본권을 행사한 이들에게 수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우격다짐의 정부를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정부의 탄압은 특정 종교의 자유도 부정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대중적인 교양서마저도 불온서적으로 내모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겨우 지지율 20%대의 대통령과 중앙권력과 지방권력까지 장악한 한나라당의 일당독재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경제 살리기 공약은 폐기하고, 물가 고공행진, 소수 부자들을 위한 조세정책과 규제의 완화를 추진하는 정부를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광장을 지켜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합의된 일종이 사회적 마지노선이 인권입니다.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마지노선으로 합의된 수준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이 선을 너무 쉽게 넘어버렸습니다. 결국 이명박 정권은 시민들에게 ‘사회적 고통’을 가하는 억압권력의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늘날 인권은 “인간의 모든 ‘사회적 고통’을 해결하는 치유제”로서 인식됩니다. 인권은 “인간을 괴롭히는 모든 억압 권력을 찾아내고, 그것에 이름을 붙이고, 그것에 맞서는 대항 권력을 조직하는 운동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언론의 자유도, 집회·시위의 자유도, 직접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요구도 모두 불온하다고 단정하고, ‘법과 질서’의 이름을 앞세워 주권자를 탄압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후퇴시키고, 파괴하는 권력에 대해 독재정권이라고 이름붙이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런 독재정권에 대항해 항쟁을 이어왔던 광장을 되찾아야 합니다. 촛불소녀들의 "밥 좀 먹자, 잠 좀 자자."는 발언이 자유롭게 제기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주노동자,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등 촛불집회에서 주체로 등장하지 못한 사회적 소수자들과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판을 만들고 싶습니다.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이런 제안들이 나오고, 토론되고, 그리고 합의되어야 합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광장을 되찾아오고, 광장을 활력이 넘치도록 해야 합니다. 

세계인권선언 60주년, 우리의 인권행진
올해는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948년 12월 10일 인류는 기나긴 토론 끝에 세계인권선언을 탄생시켰습니다. 올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 역사적인 세계인권선언을 지지하는 캠페인을 비롯해서 다양한 행사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도 벌써부터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광장의 촛불을 발전시켜서 우리가 직접 만드는 인권선언 같은 것을 작성해 볼 수는 없을까요? 어느 전문가가 멋들어지게 작성한 선언문 초안에 연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촛불이 밝혀졌던 과정처럼,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우리 현실의 인권문제, 우리시대의 인권의식을 담은 인권선언을 집단적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을까요? 인권의 주체들이 서로 제안하고, 서로 토론하고,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은 합의해서 선언을 제정하는 일이 불가능할까요? 단지 60년 전에 제정된 세계인권선언을 되짚어 읊는 것이 아니라 우리 현실에서 절박하게 요청되는 인권을 선언으로 만들어 담는 일은 가능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제안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인식도 서로 높아지겠지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당면 투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제안도 하고, 토론도 하고, 실천 활동에 대한 평가도 하고 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선언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가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해가는 과정이었으면 더욱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선언을 들고 우리는 12월 10일, 

인권선언운동의 제안자가 되어주시길
그래서 제안 드립니다. 이런 인권선언을 만드는 작업에 함께 하실 분들, 처음에 누군가 제안하고, 준비하여 세상에 말 붙이기를 해야 할 텐데 이런 일들을 같이 하실 분들은 없을까요? 우리 인권활동가들은 같이 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온라인 광장에서나, 오프라인 광장에서나 앞으로 열심히 제안할 겁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첫 모임을 8월 18일 오후 2시, 인권운동사랑방에서 가지려고 합니다.
앞으로 3개월여, 촛불의 힘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열망을 담아, 세계인권선언 제정 60주년 기념일에 이 선언을 들고 정부와 국회, 사법부 등을 향해 행진해 갑시다. 우리가 민주적인 과정을 거쳐서 같이 만들었으므로 더욱 소중한 인권선언, 연대를 통한 인권의 실현을 위한 길로 함께 행진합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