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후원인 인터뷰

중림동 귀한 인연

손병진 님과의 인터뷰

이번 호에서는 얼마 전까지 중림동 주민이었던 손병진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이전에 집에 가시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사갖고 사무실에 오신 적이 있다고 해요. 늦은 밤이라 활동가가 거의 없었던 때라 이후를 기약했는데 아쉽게도 이번 여름 동두천으로 이사를 하셨다고 하네요. 사무실에서 뭐 망가져서 기술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부르라고 얘기해주신 맥가이버 손병진님, 일하고 막 퇴근하신 후라 피곤하셨을 텐데도 반갑고 즐겁게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행복했습니다.

◇ 본인에 대한 소개를 해주세요. ^^ 
이 근처(중림동)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관리소장으로 일하고 있어요. 원래 울산 사람이고 서울에 올라온 지는 5년 정도 되었어요. 직장이랑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하면서 중림동에 살게 되었었죠. 처음 반지하에 살아본 건데 겨울은 괜찮았는데 여름에는 너무 힘들더라고요. 서울이 원래 답답한데 반지하 집도 너무 답답해서 숨을 못쉬겠다 싶어 이번 여름에 시골로 이사를 했어요. 지금은 동두천에 살면서 출퇴근을 하고 있어요. 

◇ 사랑방과 어떻게 인연이 생겼는지? 
대학 다니면서 서준식 선생님이 쓴 책을 읽었던 적이 있어요. 인권운동사랑방이란 이름은 많이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올 초 새해 계획으로 기부활동에 대한 결심을 하면서 사랑방 후원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중림동에 사니까 왔다갔다 하면서 인권운동사랑방 현판을 봤는데, 산꼭대기에 있고 별로 커보이질 않아서 저기가 설마 본부일까, 지부쯤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렇게 왔다갔다 보기만 하다가 하루 술 한 잔 먹고 집에 가는 길에 아이스크림 사들고 사무실에 들러봤어요. 취하지는 않았었는데, 첫인상을 술주정뱅이로 찍혔을까봐 그 이후에 또 들러봐야지 하고는 못 그러고 이사를 가게 되었네요. ^^ 

◇ 사랑방의 첫인상은 어떠셨나요? ^^ 
사랑방이란 이름에 걸맞게 진짜 방 같더만요. 학교 다닐 때 여기저기 단체 사무실에 가본 적이 있는데 번듯하고 좋은 곳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단촐하고 좁긴 하지만 정겨운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활동가들이 이상을 갖고 올망졸망 모여서 무엇을 한다는 게 고맙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우리 편인 거죠. 

◇ 일하시면서 힘든 것은 없으세요? 
집에서 직장까지 지하철로 1시간14분 걸리는데 그동안 책 보면서 왔다갔다 해요. 다른 건 괜찮은데 퇴근할 땐 하루 종일 일한데다 쭉 서서 오게 돼서 녹초가 되네요. 관리소에서 일한지는 4년쯤 되었어요. 다른 것보다 사람이 좀 싫어지는 게 힘들어요. 사람이 어디까지나 희망인데 말이에요. 관리소 업무는 기본적으로 관리하는 것인데, 입주자들이 업무 외의 서비스를 많이 요구하는 편이에요. 관행상 다른 데서 해주기도 하고. 설명을 해도 막무가내인 경우도 있고. 그래서 컴플레인(민원)이 많이 들어오죠. 청소하는 아주머니들한테도 그렇고. 9가지 잘한 것이 있어도 그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1가지 잘못한 것 있으면 그것만 붙들고 말하니까. 친절을 요구하는데, 사실 친절이란 게 끝이 없잖아요. 그런 것에 시달리는 게 좀 힘들어요. 

◇ 청소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사회권팀에서 같이 하고 있는데 아시는지? 
지난달에 청소노동자 노래자랑 한다는 전단지가 같이 와서 함께 일하는 청소 아주머니들께 보여드렸어요. 재밌을 것 같다며 웃으시던데 그 날 일하느라 가보지는 못하셨네요. 

◇ 시민합창단에서 베이스로도 활동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함께 하게 되셨는지? 
97년도에 한겨레에 한국 최조 시민합창단을 모집한다는 광고가 났었어요. 제가 노래패 출신인데, 성악은 잘 모르기도 하고, 당시 국립오페라단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시민합창단의 단장, 지휘자로 온다고 하니까 좋은 기회다 싶어 오디션을 봤었죠. 설마 했는데, 오디션 본 사람이 별로 없었는지 붙었더라고요. 민주화 운동 관련 일정이 있거나 할 때 공연을 많이 서는 편이에요. 

◇ 사람사랑 소식지를 챙겨보시나요? 
직장 주소로 우편물을 받고 있으니 일하면서 틈틈이 보는 편이에요. 같이 일하는 분들에게도 보시라도 드리기도 하고. 꼼꼼하게는 보지 못해요. 소식지에 글이 많은 편인데 카피라이터처럼 뭔가 팍 눈에 띄고 제목들을 뽑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런 말~ 

◇ 중림동 개발한다는 소식 들으셨는지? 
소식은 알고 있어요. 근처 서울역도 지금 개발계획이 한창인데 그거 때문에 사진 찍느라 업체에서 오기도 하고. 또 제가 일하는 데가 주상복합이다보니 문의하는 분들도 많이 있으니까요. 그래도 조금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은데요. 

◇ 요즘 관심이 가거나 걱정이 되는 인권이슈가 있다면? 
제가 이명박을 찍었었거든요. 지난 10년 소위 민주정부라는 게 기대만큼 부응하지 못하면서 경제가 먼저라고 하니 그래, 경제나 살려 놔라 이런 기대를 했던 게 있어요. 그동안 공무원이나 경찰이나 어느 정도 민주화가 되었으니 다시 독재 정부가 들어와도 쉽사리 좌지우지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방심했던 거죠. 그리고 새는 양 날개로 난다고 하잖아요. 우익을 표방하는 이들이 되면 균형이 맞겠지 싶었는데 우익도 아니고 수구꼴통들이었던 거죠. 이명박 정부 들어서 촛불집회부터 용산 참사까지 워낙 가지 수가 많아서 하나하나 짚을 수도 없는 것 같아요. 다시 정권이 바뀌어야죠. 어쨌든 이 정부 들어서 ‘경각심을 풀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어요. 제가 울산 사람이라 87년도 노동자대투쟁도 가까이서 지켜봤었는데, 나 하나 먹고 살기 바빠서 많이 잊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촛불 집회 때 젊은 사람들이 많이 나온 것을 보고 참 다행이다 싶었어요. 같이 합창단 하시는 분 중에서 전교조 활동을 하시는 분이 있는데, 그동안 부모님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던 자식들이 촛불 집회를 겪으면서 공감하고 이해하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어둠이 있으면 빛이 더 밝아지는 것처럼 희망이 있는 거죠. 

◇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제가 곧 마흔이 되는데, 제 세대에는 원체 동지들이 많아서 소위 운동권이 외롭지 않았어요. 요즘 운동권은 비주류니까 고립감 같은 걸 느끼지 않을까 염려가 돼요. 꼿꼿이 활동하는 걸 보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요. 후원하고 있지만 많이 하지는 못하니까 제가 가진 기술로 보태고 싶네요. 제가 전자기술자이기도 하니까 전자장비 같은 것 고장나면 기술자 부르기 전에 부르세요. 기쁜 마음으로 도울 수 있으니까요. 그런 기회를 통해 사무실에도 와보고요. ^^